디자인 카피, 재갈 물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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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0 오전 9:55:24

하이스트릿 업체의 하이엔드 디자인 카피 문제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는 것일까? 할리우드 스타들도 영국에 가면 찾는다는 「톱숍(Topshop)」이 클로에(Chole)의 디자인을 카피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톱숍」은 매장에서 해당 제품을 모두 수거하고 클로에 측에 1만2000파운드의 손해 배상과 소송비용을 지불한다고 밝혀 디자인 카피에 대한 문제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문제가 된 아이템은 클로에의 런어웨이에서 선보였던 앞쪽에 두 개의 큰 포켓이 달린 노동복 스타일의 옐로우 원피스로, 클로에의 진품이 185파운드, 「톱숍」 제품이 35파운드라는 엄청난 가격차를 제외하고는 디자인 면에서 거의 차이점이 없다.

「톱숍」, 클로에 디자인 카피란
「톱숍」은 해당 상품이 클로에의 디자인과 ‘닮은 점’은 있지만 고의적인 카피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며 제품 수거에 나섰지만, 클로에가 카피 문제를 집고 나오기 전 이미 774벌이 팔린 것으로 드러나 클로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클로에는 텔레그라프 지와 인터뷰에서 “디자이너들의 런어웨이 무대에 올려진 제품이 채 내려오기도 전에 발 빠르게 카피해 싸게 판매하는 하이스트릿 업계의 관행이 이제 단순히 애교로 받아줄 수준이 넘었다”고 지적하면서, 디자인 카피에 대해 관용을 베풀어온 하이엔드 업계의 시각이 변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클로에는 「톱숍」 외에도 클로에의 디자인을 카피한 제품을 판매하는 여타 리테일러를 상대로 고소전을 펼치고 있다. 또 유명 디자이너들의 옷과 ‘거의 똑같은 옷을 값싸게 입는 방법’을 소개한다며, 카피캣 제품을 버젓이 광고해주는(!) 기사를 싣는 패션잡지들도 그냥 봐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클로에 측 변호사들은 리테일러와 패션사들의 ‘디자인 카피 혹은 봐주기’ 행태 조사에 착수했다. 과거 느슨하게 적용됐던 디자인 카피법이 지난 5년간 디자이너들의 고유권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발전된 유럽의 법에 따라 이제, 디자인 한 두 곳만 닮아도 디자인 카피로 인정받을 확률이 높아져, 하이엔드 디자이너들의 크리에이티비티 카피 문제는 단순한 시위성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카피캣 관행 깨질까?
아이러니한 점은 하이스트릿 업체들의 디자인 카피가 하이엔드 디자이너들의 크리에이티비티가 뷔페처럼 열리는 각종 패션주간을 창구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루이비통」, 「샤넬」, 「프라다」를 비롯한 내로라 하는 하이엔드 디자이너들의 제품이 전 세계의 기자단과 바이어를 상대로 줄줄이 런어웨이에 오르는 동안, 하이스트릿 제조업체들은 그들의 디자인을 번개처럼 카피해, 며칠 만에 줄줄이 매장에 내거는 기민함을 발휘한다.
디자이너들을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카피캣 상품들이 문자 그대로 흉내만 내는 저급하고 값싼 제품에 불과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의 디자인 카피는 오랜 디자인 카피 경력을 통해 생긴 제작 노하우(?!)와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의 값 싼 인건비로 생산 메리트가 겹쳐져 제법 그럴싸한 카피품들로 진화해 급속도로 변화되는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각종 패션잡지나 매체에 등장한 디자이너들의 런어웨이 상품이 실제 유통되기도 전에 하이스트릿 업체들이 먼저 제품을 출시, 소비자들을 유인하면서 정작 오리지널 제품이 희소성을 잃는 기이한 현상이 생기게 돼, 두 눈을 멀쩡히 뜨고 지갑을 도난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그렇다면 왜 패션계의 ‘디자인 카피’ 관행은 음반이나 저술, 의학 등 지적 재산권이 강하게 강조되고 집행되는 여타 부문과 달리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많은 나라에서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크리에이티비티, 혹은 고유의 디자인이 지적 재산권의 대상이 아닌 일종의 ‘변혁(innovation)’으로 간주돼, 특정인이나 업체가 법률상 재산권을 인정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패션계가 각기 다른 타깃을 대상으로 각각의 계급으로 나뉜 시장을 갖고 있지만, 서로에게 직·간접적으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매출을 유도하는 오묘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해당 디자인에 대한 전적인 저작권을 주장하기도 힘들 뿐 아니라 하이스트릿 카피품이 오히려 소비자의 관심을 유발시켜 오리지널 하이엔드 제품의 매출이 촉진되는 오묘한 경우도 종종 발생해 무조건적 법정소송을 벌이기에도 무리가 있다.
물론 진(jeans)의 창시자를 자처하며 리벳이나 포켓 디자인, 혹은 스티치가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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