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이슈를 만드는 마케팅에 재미가 들린 것일까? 얼마 전 핸드폰 론칭 사업에 뛰어들어 시선을 모았던 「리바이스」가 현 시대 가장 논란이 많은 영국의 현대 미술가 데미안 허스트와 손잡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번에는 또 무슨 퍼포먼스로 대중을 희롱(?)할 것인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예정현 기자>
데미안 허스트는 생명의 유한성과 본질을 탐구하기 위해 소나 양을 절제, 포름알데히드에 저장·전시한다든가, 눈알이 튀어나온 사람이나 외계인 같은 형체의 인간 등 관람자에 따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충격적 시각 이미지를 즐겨 차용하면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작가로, 인간이 가장 혐오하지만 가장 오래 기억하는 감정-충격-에 집중해온 예술가이다. 그런 만큼 리바이스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기대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죽음과 다이아몬드를 즐기는 그의 충격적 예술정서가 가미된 ‘Warhol Factory X Levi’s l Damien Hirst’ 라벨은 2008 리바이스 봄 컬렉션에 선보일 예정이다.
모티브 차용부터 컬레보레이션까지
사실 예술과 패션의 만남은 그다지 새로운 일도 아니다. 예술가와 패션 디자이너가 기획 단계부터 함께 작업을 진행하는 컬레보레이션은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가 일본의 아티스트 무라카미다케시와 손잡고 익숙하지만 단조로운 「루이비통」의 모노그램을 꽃과 캐릭터로 재해석, 산뜻하고 젊은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그 효과를 널리 알린 바 있다. 기획과 작업을 함께 하지는 않지만 예술가의 그림이나 모티브, 기법을 패션에 응용하는 일은 패션의 역사와 거의 궤적을 같이 한다.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기억하는 이브 생 로랑의 몬드리안(Mondrian) 드레스는 화가 몬드리안의 그림을 패턴으로 활용한 것이다. 앤디 워홀과 리히텐 슈타인이 명성을 날린 1960년대 패션계는 팝아트나 옵아트적 패턴과 컬러, 기법을 응용해 아예 예술이 패션을 주도하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했을 정도다. 자존심 강한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샤넬」의 2003 F/W 컬렉션에 러시아 구성주의 작가 카지미르 밀레비치의 영향이 다분한 그림을 패치워크 방식으로 재현하면서 의상에 강렬한 이미지를 덧칠한 바 있다.
따라서 동물을 죽이거나 해부하고, 인간을 기형적으로 묘사하고, 다이아몬드로 해골을 제작하는 데미안 허스트가 터프한 광산촌에서 시작된 터프 한 진과 만나는 일은 그의 작품만큼 충격적인 일은 아니다.
폴 뽀와레…패션과 예술, 다리를 연결
패션과 예술의 연계성은 요즘 많이 부각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20세기 초에 더 활발히 교류가 이루어졌다.
사실 아름다움을 취한다는 공통기반을 갖고 있는 패션에 대해 예술가들은 아름다움을 취한다는 명제, 모티프·패턴·구조·구성 즉 디자인이 중요한 요소를 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크리에이티비티가 중시된다는 점에서 예술과 패션이 공통적 기반을 갖고 있다.
다만 패션은 디자인과 패턴, 섬유작업, 인체구조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하고 같은 제품(작품)을 다량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술보다 상업적 측면이 강조될 뿐, 양쪽이 다루는 기본적 매체와 주제는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패션과 예술의 만남은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특히 늘 사람들을 움직일 아이디어에 굶주린 패션계의 입장에서는 인간의 다양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예술이 참으로 고마운 아이디어의 원천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예술의 성공적인 차용을 입증,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더욱 흐리게 만든 사람은 앞서 말한 바 있는 프랑스의 꾸뜨리에의 폴 뽀와레다. 뽀와레는 요즘 유행하는 컬레보레이션의 시발점을 연 인물로 아예 파리의 예술가를 직접 고용, 디자인에 참여시키고 아트갤러리를 자주 찾아 예술적 감성을 키우고, 작품을 구매하는 등 예술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반영시켰는데 특히 그는 당시에만 해도 생소했던 인상파들의 작품을 좋아했다. 화가들과 패션디자이너들이 다루는 매체만 다를 뿐 같은 예술작업을 하는 예술가로 정의하기도 했다.
화가와의 교류가 많았던 포비스트(야수파) 화가 프랜시스파카비아와 모리스블래믹, 안들레드렝 등으로 이들이 추구했던 화려하고 열정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