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시즌 각종 패션 매체에는 반드시 구입해야 할 ‘머스트 패브 아이템(Must Have item)’ 관련 기사가 호들갑스럽게 등장하고, 패션에 민감한 소비자들이라면 할리우드 패셔니스타나 모델들이 들고 다니는 ‘잇백(It Bag)’에 광적인 집착을 보였던 것이 지난 몇 년간 패션계에서 유행한 패션 리더들의 스테레오타입 공식이었다. <예정현 기자>
이름부터 뭔가 있어 보이는 「펜디」 ‘스파이(Spy)백’이나 잇백 제조 공장이라 할 만큼 매 시즌 잇백의 재미를 짭짤하게 보고 있는 「발렌시아가」 ‘모터사이클 백’이나 ‘아레나 백’, 「이브생로랑」의 ‘뮤즈(Muse) 백’, 또한 어느 날 갑자기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름이 돼버린 「멀버리(Mulberry)」 ‘베이스워터 백’과 ‘록산느 백’ 등 소위 잇백은 이름 좀 있다 싶은 패션 하우스들에게는 짭짤한 매출의 일등 공신이다. 특히 패션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는 구입하지 않으면 패션 감각이 뒤쳐질 듯한 강박관념을 자아내는 ‘강박증 유발 ’아이템이기도 했다.
파파라치 마케팅으로 타락한 ‘잇백’의 현주소
이처럼 시즌이 바뀌기도 전에 쏟아지는 잇백 관련 기사들이 포화상태를 이루면서 패션하우스들이 매출을 종용하기 위해 유명 할리우드 스타나 모델들에게 백을 제공하고, 각종 파파라치 사진에 찍히는 일명 ‘파파라치 마케팅’을 통해 교묘히 매출을 조장하면서 디자이너의 양심을 건 진정한 잇백의 진정한 가치가 상실되고 패션 사이클을 단축시키는 ‘단순한 소모품’으로 타락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실제로 명품 패션 하우스들의 잇백 전쟁이 슬슬 식상한 모습을 띠면서 일부 패셔니스타들은 오히려 잇백이 ‘트렌드만 쫓아가는 촌스러운 감각’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며 빈티지 럭셔리 백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 눈이 돌아갈 정도로 스피디한 신제품 순환 속도를 자랑하는 패스트 패션 라벨들의 ‘경망스러움’을 닮은 ‘대중적인 잇백’ 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품격을 유지하는 고급 클래식 백이나 아예 겉으로 브랜드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품격을 재질이나 가격을 알게 되면 숨이 멎을 만한 값비싼 아이템을 구매하는 울트라 럭셔리 아이템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너무나 건방진 울트라 럭셔리 씨
이 같은 시장의 분위기를 감지한 탓일까? 최근 럭셔리 브랜드들은 몇 백 달러에서 2000 달러가 대부분이었던 잇백 보다는 작게는 수천 달러, 많게는 수만 달러를 호가하는 수퍼 럭셔리 아이템을 내놓으며 다른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패셔니스타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4000 달러 상당의 「미소니」 캐시미어 코트는 매장에 들여놓은 첫 주에 매진 사례를 벌였고 클래식 럭셔리 백의 대명사 「에르메스」 ‘버킨(Hermes Birkin) 백’은 2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도 웨이팅 리스트는 그 어느 때보다 길다.
몇 백 달러짜리 구두에도 힘들었던 ‘럭셔리 초보자’라면 올 시즌 ‘머스트 해브 아이템’인 1000 달러짜리 「발렌시아가」 사이버 샌들에 현기증을 느낄 지도 모른다. 사실 요즘의 <보그>나 <태틀러(Tatler)> 같은 패션지를 보게 되면 과거 잇백 기사로 채워졌던 기사란이 초고가의 울트라 럭셔리 아이템을 소개하는 기사로 대체된 분위기다.
이제 울트라 럭셔리가 과거 잇백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물론 일각에서는 울트라 럭셔리 트렌드가 소비자의 경쟁심과 자존심을 자극, 매출을 노리는 얄팍한 상술이라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초콜릿터 식당, 자동차까지 애초부터 일반 대중이 아닌 그들만의 리그를 노린 고가의 제품이 영역을 확장하고 소비라는 것이 결국 ‘소비자들의 욕구를 구축’하는 것인 만큼 전 세계적인 증시의 호황으로 자본력이 풍부해진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울트라 럭셔리 또한 엄연한 사업의 한 가지로 성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물론 럭셔리 구입에도 버거운 대다수의 소비자들에게 울트라 럭셔리는 건널 수 없는 강처럼 느껴지겠지만 결국 패션은 허영을 자극하는 배니티(vanity) 사업이며 울트라 럭셔리는 이 같은 명제에 매우 충실한 영리한 발명품인 셈이다.
인터넷 쇼핑몰, 럭셔리 대중화에 기여하다
이제 겨우 럭셔리 소비자 줄에 들어선 소비자들에게는 점점 더 거만한 가격으로 달음박질치는 울트라 럭셔리 트렌드가 괘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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