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론디아즈가 페루에서 곤욕스런 상황을 맞았다.
진보적 여성상을 설파한 애니메이션 영화, 슈렉(Shrek)의 피오나 공주의 목소리를 열연했던 그녀가 잉카의 도시 마추비추를 방문할 때 모택동이 주창했던 정치적 슬로건이 한문으로 적혀있는 백을 들고 다녀 모택동에게 심히 안 좋은(!) 추억이 있는 페루인들에게 불쾌감과 모욕감을 던져준 것이다.
중국 공산당을 상징하는 붉은 별과 ‘인민에 봉사를(Serve the People)’이라는 한문 타이포그라피가 자수로 놓인 이 올리브그린 메신저 백은 서구 패션가에서 한참 트렌디한 아이템으로 뜨고 있지만 모택동과 중국 공산당이 저지른 만행을 기억하고 있는 피해자들에게는 고통을 일깨우는 불쾌한 도구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페루는 1980~1990년대 초 모택동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의 혁명론에 따라 인민전쟁을 표방하는 페루 반군 ‘빛나는 길(Shining Path)’이 저지른 대학살과 암살로 혼돈에 빠져 아직까지도 반군과 내전상태인지라, 모택동을 옹호하는 듯한 카메론디아즈의 그린백이 상처를 헤집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페루 지식인들은 아무리(생각 없는) 영화배우라 해도 적어도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는 그 나라의 역사나 지역 감정 등을 고려한 옷차림과 행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점잖은 충고를 던지고 있는데, 반군들에게 가족을 잃은 사람들과 페루 정부는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다.
이번 사건은 물론 카메론 디아즈의 개인적인 부주의일 수도 있지만 혁명이나 암살, 내전을 ‘로맨틱한 어떤 것’으로 미화시켜 각종 영화나 노래, 심지어 젊은 층들이 즐겨 입는 티셔츠나 학용품에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문화?연예계의 트렌드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으로 혁명가-특히 잘 생긴 혁명가-에 대한 병적인 애착을 갖고 있는 패션계와 할리우드 영화계가 이제 좀 철이 들 때도 된 듯싶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20대에 혁명을 꿈꾸지 않은 당신은 바보, 20대 이후에 혁명을 꿈꾼다면 당신은 더 큰 바보….”
혁명은 사춘기 열병과 같다는 말쯤 될까?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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