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셀러브리티의 핫 디자이너 나르시소 로드리게즈가 오랜 고민을 해결했다.
로드리게즈가 성공한 디자이너로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금전 문제로 벼랑 끝에 몰렸었다는 사실이 최근에 드러난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꿈과 환상을 제공한다는 패션계가 재능에 대한 암투와 질투, 금전에 대한 애증과 사기가 뒤엉킨 정글이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디자인 크리에이티비티는 뛰어나지만 사업에는 서툰 많은 디자이너들처럼 돈을 관리해주는 회계사나 변호사 등의 농간으로 도산위기에 몰렸다는 그의 설명은 상당히 씁쓸하다.
다행이도 로드리게즈는 도나 카란이나 랄프 로렌, 그리고 미국판 <보그>지의 편집장 아나윈투어 등에게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토로했고 미국 중가 의류 제국 리즈클레이본(Liz Claiborne)에게 사업체를 매각하면서 오랜 만에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나, 사실 금전문제는 꿈을 쫓는 디자이너들을 괴롭히는 가장 큰 고민거리다.
재능은 있지만 돈이 없어 쓰러져간 수많은 디자이너들과 스폰서를 잘 만나 승승장구를 달리는 디자이너, 그리고 돈이 없어 자신이 키운 브랜드를 돈 많은 업체에게 팔아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은 패션계의 냉정한 생리를 보여주는 드물지 않은 사례들이다.
리즈클레이본은 美메인스트림 의류 업체로서는 최초로 럭셔리 디자이너 라벨을 인수한 최초의 사례를 남겼는데, 하이엔드 시장을 노리고 있는 리즈클레이본에게 어쩌면 나르시소 로드리게즈의 위기는 상당히 매력적인 기회였던 듯 싶다.
6개월에 걸친 협상 끝에 1천200만달러에 낙찰된 이번 인수전은 자본이 재능을 지배하는 패션계의 정글 규칙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인수가는 1200만 달러로 밝혀졌다.
리즈클레이본의 식구가 되면서 도산 위기는 벗어났지만 디자이너로서의 자존심과 사업적 생리의 간극에서 갈등이 심했던 로드리게즈는 돈 많은 물고기(리즈클레이본)에게 먹히는 작은 물고기 신세가 되고 싶지 않았다는 점을 표현하며 복잡한 심정을 드러냈다고. 그도 그럴 것이 동료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나 마이클 코어스가 국제 패션계에서 큰 두각을 나타나고 있는 것에 비해 로드리게즈는 미국 내에서, 그것도 상대적으로 좁은 물-할리우드 셀러브리티와 일부 상류층-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자격지심을 갖고 있었던 상황이니 말이다.
1997년 밀라노에서 사업을 시작한 로드리게즈는 뉴욕으로 거점을 옮긴 후 2003년 ‘올해의 디자이너’로 꼽히며 두각을 나타냈고, 버그도프굿맨백화점이나 나이만마커스백화점 등 하이엔드 유통망을 통해 매년 13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겉보기로는 꽤나 잘 나가는 디자이너로 보였다.
하지만 많은 매출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서툰 경영 탓에 재정적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결국 모스키노(Moschino), 알베르타페레티(Alberta Ferretti)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마시모 페레티에게 도움을 청하게 됐는데 이것이 로드리게즈의 목을 조이는 결과가 돼버렸다.
양측의 합의 조건은 페레티가 로드리게즈의 의류를 제작?유통하고, 로열티를 로드리게즈에게 제공하는 조건이었는데 돈이 되는 액세서리 사업을 시작하려던 로드리게즈는 페레티의 합의가 없이는 액세서리 사업을 시작할 수도, 또 자신의 이름을 붙일 수도 없다는 상황을 깨닫게 되면서 로드리게즈는 페레티와의 파트너쉽이 자신의 성장을 옥죄는 재갈이라는 것을 깨닫고 결별을 요구했고 애나 윈투어, 도나 카란 등의 중재로 리즈클레이본에게 매각되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예정현 기자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