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분노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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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 광고, 여성 권리 사이서 충돌

2007-04-07 오전 8:45:58

거식증에 시달리는 깡마른 모델 퇴출 논란이 슬며시 사라진 지금, 말라깽이 모델 퇴출 논란을 가장 먼저 유발시킨 스페인에서 시선을 끌기 위한 자극적 광고에 대해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디자이너들의 크리에이티비티가 보리수 나무 아래서 식음을 전폐하고 도를 닦던 부다의 고행과 비슷한 숭고한 행위로 표현되는데 반해, 그들의 크리에이티비가 담긴 제품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광고는 폭력적 장면이나 과도한 관능미, 혹은 가학적이거나 피학적 상황 설정을 통해 노골적인 시선 끌기를 유발하는 일이 다반사인 패션계의 관행인 것이 사실이다. 특히 스페인의 분노를 산 것은 패션계가 ‘어른들의 성적 음모’를 꾀하는 것을 넘어 어린 소녀들을 내세운 소아성애적 광고까지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마니」의 아동복 광고에 나선 두 명의 어린 소녀의 노출이나 화장한 표정이 가뜩이나 동남아 지역으로 소아성애자들이 몰려간다는 국제적 우려를 역이용하는 듯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자, 스페인 정부와 단체들은 해당 광고 철폐를 요구하고 나선 것인데 아직 공식적인 광고 금지나 철폐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영국에 이어 스페인에서도 아름다운 여성이 근육질의 남성들에게 둘러싸여 강간당하기 직전 상태의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돌체&가바나」의 광고를 매체에 싣지 못하도록 한 바 있어 「아르마니」의 해당 광고도 금지될 가능성이 있다. 「돌체&가바나」는 오랫동안 성적상상을 자극하는, 혹은 퇴폐적 관능미를 즐겨 광고에 등장시키고 매출 상승에 긍정적 효과를 봤던 만큼 스페인의 여론에 ‘상당히 촌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아르마니는 ‘아르마니 로고만 떼어내면 완전히 소아성애 관광홍보 포스터’라는 광고 옴브즈맨들의 주장에 당황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왜 스페인에서 이처럼 자극적인 광고 철폐논란이 일고 있는 것일까?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거의 막가는 듯한 분위기의 광고 표현방식 때문이지만, 호세자파테로가 이끄는 현 스페인 정부가 ‘여성의 권리’를 매우 중시 여겨 여성을 성폭력 혹은 성적착취의 대상으로 묘사하는 패션계의 광고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패션의 절대적 소비층이 여성인데 반해 광고 속의 여성들은 늘 남성의 성적 대상으로, 수동적 혹은 피학적으로 묘사되는 일이 흔한 만큼 이런 광고가 여성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스페인이 해당 광고에 분노하는 실제적 이유다. 스페인의 ‘미디어사용자협회’에서 광고 철회를 요청 받은 「돌체&가바나」는 3월 12일 해당 광고를 스페인에서 싣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스페인 정부가 지나친 광고규제정책을 펼친다며 볼멘소리를 숨기지 않았지만 여성의 성폭력을 조장하는 듯한 「돌체&가바나」의 광고는 자국인 이탈리아, 그리고 영국에서도 철회당하면서 이미지를 구겼다. 그렇다면 패션계만 스페인 정부의 엄격한 광고 규제의 타겟이 된 것일까? 천만이다. 「돌체&가바나」 「아르마니」의 자극적인 광고 논란이 벌어지기 전에 스페인 사회당은 야만스럽고 마초스런 남성적 본능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패스트푸드업체 「버거킹」 와퍼 광고를 TV에서 중단시킨 바 있다. 한 무리의 남성들이 햄버거를 휘두르며 거리에서 속옷을 찢고 불타는 드럼통에 던져 넣는가 하면 럭셔리한 자동차를 다리 밑으로 밀어 넘어뜨리는 내용의 광고 남성을 야만적 존재로 표현하고 힘과 본능이 지배하는 묘사를 통해 마초문화를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스페인에서는 지난해 68명의 여성들이 남편이나 남자친구들의 폭력으로 사망, 사회적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고 여성과 남성의 성적동등성을 보장하고 소수자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스페인 정부의 입장과 맛물려 성에 대한 폭력성을 미화시키는 광고가 더욱 민감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치적 입장을 배제하고서라도 스페인의 과감한 행보는 여성을 성적대상으로 몰아붙이는 것이 ‘파워풀하고 섹시한 그 어떤 것’으로 치부되는 패션계의 어두운 관행에 대해 본격적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그 파급력이 충분히 기대된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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