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영화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디파티드>와 마틴 스콜시지 감독였다. <디파티드>는 아카데미 최고 영예인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수상은 물론 각색상, 편집상을 받아 4관왕에 올랐다. 지난 1977년 <택시 드라이버>로 작품상 후보에 오른 후 25년 간 5차례 감독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과는 인연이 없었던 마틴 스콜시지 감독은 5전 6기 끝에 감독상을 수상해 시상식에 참석한 176명의 영화 관계자들이 기립 박수로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 2월 25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러스 코닥극장에서 진행된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세계화 물결에 발맞춰 가는(?) 할리우드의 현주소를 볼 수 있었다. 아카데미는 할리우드에서 매해 만들어지는 상업 영화의 현주소를 볼 수 있는 자리다. 세계 100여 개국 10억 명의 시청자를 통해 6000만 달러의 경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이 시상식은 칸, 베를린, 베니스 등 다른 국제 영화제와는 다르게 미국 영화 중심의 수상과 인종 차별로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2007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후보작에서부터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인종ㆍ국적을 넘어 다양한 작품들이 후보에 올랐으며, 가장 할리우드적인 영화 <드림걸즈>를 작품상 후보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이번 아카데미에서는 감독상 후보 5명 가운데 <더 퀸>의 스티븐 프리어즈, <플라이트93>의 폴 그린그래서, <바벨>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등 3명의 후보가 외국인이었으며, 촬영감독 상도 5명의 후보 중 4명이 헝가리ㆍ영국ㆍ멕시코 출신이었다. 1970년대 이전 시상식에서 후보에 올랐던 흑인 배우는 2명 뿐이고, 2005년인 제77회 시상식 때만 해도 유색인종 여배우는 한 명도 후보에 오르지 못했던 것을 기억할 때 아카데미의 이러한 변화는 주목할만하다.
주요 연기상에는 후보에 오르지 못 했지만 보수적인 아카데미가 <디파티드>에 4개 상을 수여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이 영화가 홍콩 영화 <무간도>의 리메이크인 데다가 폭력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상식의 또 다른 특징은 독식 현상없이 상의 고른 안배를 했다는 점이다. 8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기대를 모았던 <드림걸즈>는 제니퍼 허드슨의 여우조연상과 음향상에 그쳤고, 7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바벨>도 작곡상만을 수상했다.
남녀 주연상은 예상대로 <라스트 킹>의 포레스트 휘태거와 <더 퀸>의 헬렌 미렌이 수상했다. 반면 남우 조연상은 <드림걸즈>의 에디 머피를 제치고 <리틀 미스 선샤인>의 앨런 아킨이 차지했다. <리틀 미스 선샤인>은 각본상도 수상해 2관왕에 올랐다. <판의 미로>가 미술상, 분장상, 촬영상을 수상했으며, <엘 고어의 불편한 진실>이 장편 다큐멘터리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왕실 영화의 대결이었던 의상상에서는 18세기 프랑스 황실을 보여준 <마리 앙투와네트>가 현대 영국 왕실을 그린 <퀸>과 중국 황실의 화려함을 보여준 <황후화>를 누르고 수상했다.
신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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