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에서 경영진과 디자이너의 불화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베르톨리와 「질샌더」의 관계처럼 드라마틱한 사례도 드물다. 1999년 디자이너 질 샌더가 자신의 라벨의 지분 75%를 프라다에 매각했을 때만 해도 양측의 관계는 좋았지만 브랜드 방향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4개월 뒤 질 샌더가 사임했고, 베르톨리는 무명의 디자이너에게 「질샌더」 라벨을 맡기면서 심플하고 우아했던 「질샌더」는 급속한 매출하락에 허덕였다.
일부에서는 「질샌더」가 수퍼마켓 브랜드처럼 변모했다고 말했을 정도. 위기의식을 느낀 베르톨리는 다시 디자이너 질 샌더를 설득해 18개월 만에 양측은 화해했고, 좀더 업그레이드한 「질샌더」의 모습을 본 유통계에서는 「질샌더」 컬렉션을 선주문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베르톨리와 질샌더가 다시 운영방향(실은 돈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양측은 다시 결별했고, 「질샌더」 라벨은 공중에 붕 뜬 신세가 되었다. 가뜩이나 유동자본 압박에 시달려온 프라다 그룹이 더욱 불신을 산 것은 당연한 결과.
전문가들은 디자이너 질 샌더가 복귀한 후 「질샌더」 라벨이 자기 자리를 찾은 만큼 라프 시몬즈가 안게 될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지적한다. 또한 슬림한 실루엣과 좁은 어깨, 전통적인 테일러링, 컨템퍼러리한 분위기의 남성 컬렉션으로 주목받은 만큼 처음 진행할 「질샌더」 여성 컬렉션에 대한 즐거운 변화가 벌써부터 기대된다는 분위기.
라프 시몬즈 또한 남성복과 여성복이 밀접하게 관련된 현재의 패션 풍토를 생각하면 여성복 디자인이 전혀 생소한 것은 아니라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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