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그 어느 곳보다 폐쇄적인 약육강식의 세계, 패션계에서 갓 날개를 편 젊은 디자이너가 성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난 2006 봄·여름 파리 컬렉션은 칼 라거펠트, 발렌티노 등 노장 디자이너들의 관록 있는 디자인 세계와 올리비에 테스켄트, 리카르도 티시, 아이바나오 마직 등 젊은 디자이너들의 시크하고 감각적인 감성의 어울림을 한껏 드러낸 현장이었다.
이들 외에도 영국의 젊은 여성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인물로 꼽힌 디자이너 스텔라 맥카트니나 모던하고 시크한 감성으로 세련된 여성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클로에」의 디자이너 피비 필로, 「발렌시아가」를 젊게 변모시킨 니콜라스 궤스키에르, 할리우드 영 스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프로엔자스콜러」의 디자인 듀오를 보면 작금의 패션계는 마치 젊은 디자이너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러나 겉보기에 화려한 일부 영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라벨을 런칭했다 1년 안에 쓸쓸이 뒷자리로 사라지는 수많은 디자이너들의 숫자와 비견할 때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치열한 패션 전쟁터에서 살아남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디자이너들은 어떤 행운의 별을 갖고 있는 것일까?
적자생존, 그리고 스폰서와의 제휴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낭만적인 명제로 꾸며져 있지만 디자이너도 역시 사업가적 기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즉, 자신의 사업체를 꾸릴 수 있는 자신감은 물론, 이를 뒷받침할 가장 큰 자원(돈)을 갖고 있어야만 패션계에 명함을 내밀 수 있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뛰어난 크리에이티비티가 브랜드 런칭 조건의 30%를 차지한다면 나머지 70%는 한동안 매출을 이루지 못해도 사업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광고와 홍보전에 투자할 자금이 충분해야 패션계라는 허허벌판에서 자신의 입지를 세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어찌 보면 너무 냉정하고 상업적인 표현이지만 이는 패션 전문가들조차 인정하는 부분이다. 패션은 문자 그대로 ‘돈 가지고 돈 버는 사업’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물론 대다수 디자이너들이 부잣집 자녀가 아닌 관계로 자본이 부족한 신참 디자이너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탄탄한 재정적 제휴자, 매니저 혹은 스폰서’와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방법이 제안된다.
실제로 파리 패션계에서는 젊은 디자이너가 성공하는 유일한 방법은 ‘뛰어난 매니저와 파트너십을 구축할 때’라는 말이 공공연히 통용되고 있을 정도다. 이를 위해 ‘FFF(French Fashion Federation)’는 자신의 뛰어난 창의성과 세부적 사업 플랜을 세워놓고 수출 가능성이 높은 제품을 선보이는 젊은 디자이너―세계 패션 시장에 통하는 시장 감각을 갖춘―를 찾고 필요한 조언과 지원을 하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제 성공을 꿈꾸는 디자이너들은 예술적 마인드에 집착하기보다는 시장을 이해하는 디자인 감성과 혁신적인 사업정신, 자신감을 갖고 있어야만 든든한 재정 지원자를 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브랜드 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점에 도달했다. 물론 명망 있는 디자인 경연대회에서 수상하는 것도 신진 디자이너가 패션계에 걸음을 내딛는 데 도움이 된다.
각종 패션 FFF는 파리패션주간에 떠오르는 신진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시간을 제공하는데, 올해에는 프랑스 출신의 디자이너 멜로디 울프와 독일 출신의 버나드 윌렘이 파리 컬렉션 첫째 날과 둘째 날, 패션계에 그들을 각인시킬 기회를 가졌다.
이 중 버나드 윌렘은 프랑스 문화성과 LVMH 그룹을 비롯한 영향력 있는 패션업체들이 스폰서로 활약하며 매년 유망한 젊은 디자이너들을 뽑아 수상하는 ‘안담(Andam)’에서 그랑프리를 수상, 거친 패션계에 무난히 안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윌렘은 안담과 프랑스가죽제조협회에서 받은 시딕(Cidic)의 부상금 4만4천달러를 모두 자신의 2006 컬렉션 및 액세서리 작업비에 전액 투자했다.
경험 혹은 연줄, 아니면 후광
자신의 라벨을 런칭하는 디자이너는 기존의 파워 브랜드를 뛰어넘어 패션가의 판도를 재편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브랜드에서 경력을 쌓으며 패션계의 속성과 흐름을 파악하는 작업이 우선시된다.
현재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90% 이상이 이 같은 경로로 자신의 라벨을 일궈내는 과정에 있다.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 마틴 마지엘라는 「에르메스(Hermes)」에서 몇 년간 밤새며 일했고, 렌조 루소는 「디젤(Disel)」에서, 스텔라 맥카트니는 「클로에(Chole)」에서, 「프로엔자스콜러(Proenza Schouler)」의 듀오 라자로 헤르넨데즈와 잭 맥컬러는 각각 마이클 코어스와 마크 제이콥스의 인턴십을 거쳤다. 디자이너의 꿈은 자신의 라벨을 최고봉에 올려놓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유명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거쳐야만 자신의 시그너처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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