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달빛이 비치는 창가, 창백한 피부와 붉은 입술의 미녀가 당신에게 손을 뻗는다. 부서질 듯 가는 손가락을 쳐다보는 순간 칠흑처럼 검은 손톱이 당신의 목덜미를 파고든다.
마치 뱀파이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자극적이고 음울한 블랙 네일이 올 시즌 여성을 사로잡고 있다. 화려한 러플이 달린 빅토리안풍 블라우스와 타이트한 검은 레깅스를 입은 깡마른 로커들에게나 어울릴법한 블랙 네일 폴리쉬는 고딕룩의 신봉자나 개성 강한 연예인들이나 감당할 수 있는 파격 같지만, 사실 중국 왕실은 물론 유럽이 귀족과 패션계를 일찌감치 사로잡았던 뿌리 깊은 트렌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여성들이 기꺼이 참여하기에는 언제나 쭈뼛거리게 만드는 그 무언가를 가진 블랙 네일 폴리쉬. 올 시즌 뷰티업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블랙 네일링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 하다.
지난 몇 시즌 세력을 과시한 고딕 스타일의 영향일까? 아니면 파워풀하게 되돌아 온 블랙의 영향일까? 딱히 어떤 정답을 찾기는 힘들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블랙 매니아를 미치게 만드는 블랙의 카리스마와 세련미, 그리고 차가움, 숨은 관능미가 블랙 네일 폴리쉬를 올 시즌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 만든 원초적 본능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특유의 품격을 자랑하는 「샤넬」 조차 가장 유망한 뷰티 아이템으로 블랙 폴리쉬를 선택했고, 매장에서 ‘블랙 새틴(black satin)’ 폴리쉬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밝혀, 고스룩에 익숙해진 여성들의 동참을 유발한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경우 블랙 네일 트렌드는 패션에 민감한 20대 여성뿐 아니라 중년 여성들까지 동참하고 있는 추세여서, 일종의 ‘충격’ 효과를 유발하는데 만족하려던 뷰티 업체들을 당황하게 할 정도라고 한다.
13년 전 「샤넬」이 처음 블랙 네일 폴리쉬를 선보였을 때 만해도 블랙 네일은 뱀프룩 신봉자나 거리의 여성, 혹은 불량스런 10대들이나 동참 할 수 있는 변혁이자 파괴였지만, 칼 라거펠트가 블랙 네일링을 한 모델들을 캣워크에 선보인 후 여심을 사로잡았고 이제 블랙 새틴은 샤넬의 베스트셀러 네일컬러 중 9∼10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 아이템이다.
붉은 컬러를 완전히 배제하고 은은한 실버 언더톤에 반짝이는 블랙을 더한 블랙 새틴은 코코샤넬의 대표적인 블랙인 은은한 광택이 도는 블랙 새틴 패브릭을 연상케 한다.
그렇다면 린제이로한, 제시카심슨, 빅토리아 베컴, 제니퍼 로페즈, 안젤리나 졸리 등 셀러브리티들이 일찌감치 동참한 블랙 네일에 동참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메이크업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조건은 ‘적절한 길이의 손톱’이다. 너무 길게 다듬은 손톱에 블랙 네일 폴리쉬를 칠하면 그야말로 뱀프(Vamp)룩에 음험한 눈빛을 한 마녀 분위기를 피할 수 없는 만큼 가능한 심플한 길이로 손톱을 다듬는 것은 물론 큐티클은 정리는 더욱 깔끔하게, 매끄러운 손 관리는 필수, 두텁지 않고 매끄러운 폴리쉬 커버 기술을 갖춰야 불완전함을 강조해주는 블랙의 저주를 피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남과 다른 카리스마와 관능미를 강조하고 싶은 ‘손에 물 묻힐 일 없는’ 패셔니스타라면 블랙 트렌드에 동참하는데 장애물은 없는 셈이다. 샤넬은 블랙 새틴의 성공에 힘입어 올 시즌, 블루마린 언더톤에 샤이니한 블랙을 더한 새로운 ‘블랙’ 폴리쉬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블랙의 매력에 흠뻑 빠진 자신만만한 여성들을 달뜨게 하고 있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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