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은 보통 6개월, 길어도 1년을 넘지 못할 정도로 빨리 변하고 있다. 현명한 소비자들은 500달러를 쓰기보다는 「H&M」이나 「ZARA」에 들러 단돈 6달러로 그들의 트렌드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고 싶어한다.”
뉴욕의 패션트렌드 세터들은 더 이상 「프라다」 수트와 「아르마니」 타이, 「구찌」 액세서리에 집착하지 않는다. 맨하튼 34번가에 나란히 자리잡고 있는 「H&M」과 「ZARA」가 비교적 주머니가 가벼운 20대는 물론이고 뉴욕 5번가에서 쇼핑을 하던 소비자들까지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매장에서는 「엠포리오 아르마니」나 「클럽 모나코」에서 볼 수 있는 쉬크한 블랙팬츠를 단돈 몇 십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 <사진1>
지난해 봄 맨하튼에 미국 내 첫 매장을 오픈한 「H&M」은 드레스 셔츠를 19달러, 린넨 팬츠는 29달러, 그리고 실크 타이를 13달러에 팔고 있다.
그들의 기업철학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패션과 품질을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이다.
최신 유행 제품을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으로 팔고 있어 크리스마스 직후에 있었던 세일기간 동안에는 14달러의 카키 팬츠 한 벌을 사기 위해 1시간 동안 계산대 앞에서 기다려야 했을 정도. <사진2>
「H&M」은 스웨덴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으로 전세계 14개국에서 636개의 점포를 거느리고 있으며 1999년 한 해 동안 4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미국은 2000년 봄에 처음 진출하여 현재 10개의 점포를 운영중이다.
「H&M」 매장을 둘러보면 같은 스웨덴 국적의 홈 퍼니싱 업체인 「IKEA」와 매우 흡사한 인상을 받게 된다. 「IKEA」가 원 스톱 쇼핑으로 침대, 소파에서부터 주방까지 완벽하게 꾸밀 수 있는 모던한 디자인의 아이템들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팔고 있다면, 「H&M」은 팬티, 양말에서부터 수트와 코트까지 코디할 수 있는 트렌디한 제품들을 믿을 수 없는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스페인 어패럴 산업의 거장 인디텍스(Inditex) 그룹의 5개 산하 중의 하나인 「ZARA」는 전세계 30여개 국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 기업이다.
미국 내에서는 현재 6개의 점포를 운영중이나 2002년까지 40개의 매장을 오픈하고 최종적으로는 전미 지역에 400개의 매장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진3>
팬츠와 니트가 40∼50달러, 재킷은 100달러대로 「H&M」보다는 가격대가 조금 높지만 품질과 가격을 비교해보면 「ZARA」 또한 엄청난 가격 경쟁력을 지닌 기업이다.
「ZARA」 매장을 둘러보면 소비자들은 제품에 부착된 가격표를 보고 두 번 놀라게 된다. 한번은 품질에 비해 저렴한 가격 때문에 또 한번은 30여 개국의 환율을 환산한 가격이 그 나라의 국기와 함께 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진4>
FIT의 패션머천다이징 매니지먼트 학과의 제인 워너(Jane Werner) 교수는 「H&M」과 「ZARA」의 미국 내 성공에 대해 “유행은 보통 6개월, 길어도 1년을 넘지 못할 정도로 빨리 변하고 있다. 현명한 소비자들은 500달러를 쓰기보다는 「H&M」이나 「ZARA」에 들러 단돈 6달러로 그들의 트렌드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H&M」과 「ZARA」의 가장 중요한 성공 비결은 반응생산(Quick Response) 정책이다.
그들이 캣워크에서 본 트렌드를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게 저렴한 가격으로 해석한 후 점포에 진열하는데는 단지 몇 주가 소요될 뿐이다. 「H&M」은 신상품을 매일 전 매장에 쏟아내며 유럽과 인도, 동아시아 지역에 있는 공장에서 연간 2만 스타일을 생산하고 있다. 「ZARA」 또한 연간 1만1천 스타일의 디자인을 전개하며, 일주일에 두 번 신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사진5>
최근 부진을 보이고 있는 「갭」과 「올드 네이비」의 모습과는 대조적인 「H&M」과 「ZARA」의 미국내 성공적인 출발은 패션 마케터들에게 최근 변화된 소비자들의 동향을 시사해준다. 소비자들의 욕구를 그때 그때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재빨리 대처하는 브랜드만이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미국경제의 사상 유래 없는 호황은 이제 그 정점을 넘어섰다고 한다. 지난해의 고성장에서 올해는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면서 경기하강 곡선을 그릴 전망이라는 발표도 있었다. 지금이 「H&M」과 「ZARA」 등과 같은 브랜드들에게 호기로 작용할 수 있을지, 그들은 이 시기를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욕=이승협 통신원
fashiony2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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