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경제가 침체기를 겪은 지난 몇 년 간 중국시장은 이에 아랑곳없이 경제성장을 이루며 서구의 느린 걸음을 비웃었다.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생산기지를, 지사를 중국으로 옮겼던 업체들은 경제적 이득보다는 기술적 노하우와 경영 능력을 중국인에게 ‘돈 주고’ 학습시키는 꼴이 되어버렸다.
이제 중국은 그 동안 얻어낸 기술과 노하우를 통해 IT, 전자, 어패럴 생산, 심지어 명품 위조의 천국이 되는 등 서구보다 더욱 경제지향적인 모습으로 몸집을 불리면서 이들을 소비자로만 인식했던 많은 서구의 업체들을 위협하는 대상으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어패럴업계는 중국시장 개방으로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잠재력 높은 시장은 찾았지만…
중국이 개방되자 어패럴업계는 포화된 기존의 시장 외에 막강한 신규 매출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흥분하며 값싼 노동력을 활용, 마진을 늘리기 위해 생산기지를 옮기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시장경제를 통해 자본의 즐거움을 맛본 소비자들을 포섭하기 위해 럭셔리 브랜드들은 중국시장으로 몰려가 매장을 오픈했고, 상하이와 베이징은 유명 모델들을 런어웨이에 내세운 유명 브랜드들의 패션쇼 장으로 변모했다. 그리고 중국인들은 그간 억눌렸던 욕구를 풀듯이 소비의 즐거움을 분출하기 시작했다.
이에 중국에 진출한 업체들은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도 잡은 양 중국에서 거둬들일 경제적 성공에 부풀어 있었다. 결과는? 중국시장이 결코 보기보다 만만한 곳이 아니고, 중국인들이 물건만 내놓으면 무작정 사는 굶주린 소비자들도 아니고, 중국인들의 자존심과 전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직도 공산주의 사회의 집단적 의식과 관료주의를 생각지 않고 무작정 덤벼들었다가는 애써 투자해 건설해 놓은 공장과 생산기술만 고스란히 남긴 채, 발길을 돌려야 하는 잔인한 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중국 전통 복식에서 따온 청삼이나 황실의 자수문양, 차파오를 인용한 의류나 핸드백, 슈즈 등의 아이템을 컬렉션에 포함시킨 것은 대다수 유명 브랜드들이 한두 번 겪은 과정으로 서구의 패셔니스타들이 이국적인 이들 스타일을 클럽이나 파티복으로, 청바지와 매치하는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즐겨 사용한데 반해 중국인들의 반응은 말 그대로 썰렁하기만 했다.
반면 중국인들이 거부감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 영어 문자가 적힌 티셔츠나 가방, 유명 브랜드의 로고가 전면에 부각되는 스타일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유명 브랜드라도 중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은 외면하는 이중적인 성향이 드러났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조르지오아르마니」 「에르메스」 「프라다」 「제냐」 등 유명 브랜드들은 물론, 「망고」 「모르간」 「토미힐피거」 「갭」 등 이름이 알려진 하이스트리트 브랜드들이 중국내에서 생산된 모조품, 일명 짝퉁(?)에게 시장의 선수 자리를 뺏기면서 시작도 하기 전에 뒤통수를 맞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모르간」은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이전에 시장에 모사품이 몰려 있어서 굳이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는 광고를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농담을 던졌을 정도. 이에 따라 중국시장을 황금어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럭셔리 업체들은 중국시장과 소비자의 특성에 맞게 이들에게 다가갈 전략을 새로 정립하는 등 좀더 침착하고 분석적인 태도로 자세를 정비하고 있다.
중국 입맛 맞추기
시행착오를 거친 디자이너들은 직접 중국을 찾아 소비자들의 취향을 확인하고, 프로모션을 하는 등 현지 분위기 이해에 나서는 한편, 중국인의 입맛에 맞을 법한 디자인 실험에 부산한 모습이다. 실제로 밀라노 맨스웨어 패션쇼에 참석한 업체들의 컬렉션 분위기는 한마디로 ‘중국’이란 화두가 공통적이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중국인들에게 어필할 만한 아이디어 짜내기와 다각적인 전략으로 무장태세를 갖추는 동시에, 중국의 역공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낸 것.
중국 본토에 이미 53개의 매장을 오픈, 적극 공략을 펼치고 있는 「제냐(Zegna)」 디자인 자체보다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에 더 매료되는 중국시장의 특성을 반영, 브랜드 이미지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해 판매가를 톱 럭셔리 라벨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전 제품을 중국 외 지역에서 생산해 품격을 강조하는 방식을 펼치고 있다. 한 마디로 럭셔리 브랜드의 프리미엄을 활용하겠다는 것. 실제로 이 방법은
예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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