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패션의 만남’이라는 주제는 새로울 것이 없지만 2006 봄·여름 남성복업계는 스포츠와 패션의 만남보다 진보한 새로운 콘셉트를 발전시키고 있다. 밀라노패션위크 무대에 오른 디자이너 컬렉션의 공통점은 한마디로 ‘퓨전’. 즉, 테크노 패브릭과 테일러드 실루엣을 믹스한다든가, 액티브 스포츠 디테일을 테일러드 감성에 접목시킨다든가, 아니면 이 모두를 믹스하는 ‘믹스 콘셉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유명 클럽 DJ가 자기 마음에 맞게 이런저런 음악을 섞어 새로운 곡을 만들어내듯 밀라노패션위크에 참석한 패션 디자이너들은 각기 다른 소재와 실루엣, 다른 부문의 어패럴을 믹스해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퓨전을 선보였다. 그 중에서도 스포티한 감성을 뒤섞는 ‘스포티 믹스’에 푹 빠진 분위기다.
퓨전 패션의 전도사, 밀라노패션위크
이 같은 감성은 무대 구성에도 반영되어 「에트로」는 쥘 베른의 소설에서 나올 법한 비행기구를 무대에 등장시키고 시크한 테일러드 감성으로 해석한 활동적인 옷들을 통해 선명한 입지를 만들어냈다.
「펜디」는 바다와 수영장에서 헤엄치는 젊은 청년을 담은 미니 영화를 배경으로 상영해 젊고 스포티한 활동성을 컬렉션에 담았으며, 「엠포리오아르마니」 컬렉션의 피날레는 정장 차림에 사이클을 탄 남성 모델들이 무대를 질주하는 다이내믹한 역동성으로 피날레를 마무리했다.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델라쿠아는 자동차 경주 ‘포뮬라 원’에서 영감을 얻은 아이템을 패션쇼에 선보여 눈길을 끌었고, 로베르토 메니체티는 오토바이 경주를 연상시키는 스포티한 재킷을 통해 모던하면서도 활동적인 남성미를 전달했다.
재미있는 점은 전통적인 테일러드 바람이 강타할 것으로 전망되는 올 가을 남성복에서도 스포티한 감성에 매료되어 테일러드 감성에 이를 믹스한 감각적인 아이템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이스트리트 브랜드는 물론 꾸뛰르 디자이너들까지 전통적인 테일러드 콘셉트의 벽을 허물고 스포티한 감성을 접목한 활동적인 아이템을 늘려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성들의 의식 변화…스타일과 활동성
가장 큰 이유는 남성들이 점차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여성들이 그러하듯 ‘믹스&매치’라는 개념의 실용성과 매력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상하 전체를 값비싼 수트로 사던 세대는 사라지고 고급 재킷과 티셔츠, 진, 스니커즈를 매치해서 활동적이면서도 최소한의 품격을 갖춘 옷차림을 만드는 세대가 디자이너들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
실제로 많은 남성들은 더 이상 옷 속에서 ‘억압받는 상태’를 거부하면서 활동적이면서도 모던하고 격식을 갖췄으면서도 다이내믹한 옷차림을 찾고 있다. 남성복업계에 테일러드와 스포츠웨어를 믹스한 디자인이 등장하고, 스포츠의류에 사용되는 테크노 소재가 테일러드 부문에 합류하거나 전통적인 소재에 믹싱과 활동성을 보강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전통 테일러드 수트도 컬러나 솔기 처리 그리고 패턴과 재단에 변화를 주어 모던하고 활동적인 느낌을 강화시키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욕구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들 또한 정통 테일러드의 한계를 깨고 활동성을 보강한 패셔너블한 디자인을 통해, 남성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할 기회가 더 많아지고 있다는 데 흡족한 상태여서, 부문을 넘나드는 ‘퓨전’ 콘셉트는 남성 패션의 가능성을 더욱 넓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만큼 남성복 디자이너들의 창의력이 더욱 요구되는 상황이다.
디자이너들, 다양한 스포츠에서 아이디어 끌어와
디자이너 준야 와타나베는 스키웨어와 어번웨어를 뒤섞은 듯한 아이템을 올 가을 테마로 삼았는데, 핀 스트라이프 재킷과 팬츠, 페어아일 니트, 아노락(방한용 점퍼) 등은 시크한 느낌이 물씬하며 ‘꼼므드가르송’을 진행하는 레이 카와카보는 스포트테크노 패브릭로 만든 수트나 ‘에어텍스(Airtex)’ 팬츠 등을 선보여 소재의 경계를 허무는 데 주력하는 모습.
돌체&가바나는 섹시한 킥복싱에 매료된 흔적이 역력한 디자인을 컬렉션에 끼워넣었고 마이클 코어스는 패딩이 달린 스포티한 실버 재킷을, 드라이스 반 노튼는 감각적인 모트크로스 팬츠에 체크무늬 재킷을 매치하는 등 디자이너들이 끌어오는 스포츠 분야도 갈수록 다양해지는 분위기.
「질샌더」를 지휘할 새로운 디자이너로 영입된 라프 시몬즈는 자신의 남성복 시그너처 라벨에 스키웨어의 흔적이 엿보이는 스웨터와 볼륨 있는 플리츠 팬츠를 소개해 시크하면서도 활동적인 이미지를 구현하고 있다. 감각적이고 관능적인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라고 예외일까?
존 갈리아노를 매료시킨 스포츠는 도회적이고 다이내믹한 스노우보드로, 보드복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 분명한 오버사이즈 팬츠와 셔링 부츠가 남성 컬렉션의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자리하고 있다.
한편 열렬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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