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메가 그룹 HdP(Holding di Partecipazioni Industriali)가 구조조정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수년간 HdP에 재정 부담을 일으켜온 「휠라(Fila)」의 지분을 모조리 시장에 내놓은 것. HdP는 「휠라」의 지분 54.6%를 확보하고 있는 대주주이기 때문에 HdP가 「휠라」의 지분을 내놓았다는 것은 곧 「휠라」가 새 주인을 맞게 된다는 의미가 된다. 「휠라」의 지난해 적자액은 6천300만달러.
GFT Net, 「발렌티노(Valentino)」의 모기업이기도 한 HdP는 적자 누적에 허덕이고 있는 패션 비즈니스를 포기할 것임을 공공연히 밝혀왔는데, 「휠라」를 계기로 여타 브랜드 모두 정리할 것이라는 소문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HdP는 메디오방카(Mediobanca), 로스차일드(Rothschild) 등 두 개 투자 은행과 「휠라」 지분 매각 문제를 의논하고 있는데, 자본 분산을 꾀하고 있는 투자가나 투자 업체들이 「휠라」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꿈을 안고 패션업에 손을 대었다가 상처만 잔뜩 받은 HdP는 미디어·출판 부문에 자본을 집중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HdP는 이미 지난 3월 “HdP 최우선 사업은 미디어·출판 부문이며 패션업이 아니다”라고 밝혀 패션 비즈니스에서 손을 뗄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HdP는 앞으로 3년 동안 출판·통신 부문의 개발에 전념할 계획이다.
HdP의 지분 46%를 갖고 있는 12명의 핵심주주들은 늘 HdP가 미디어·출판 부문에 집중해주길 바래왔기 때문에 적자만 생산하는 패션업은 일찌감치 HdP 내부에서 찬밥 신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HdP는 석간신문(Corriere della Sera)과 스포츠 신문(Gazzetta dello Sport) 등을 발행하는 출판사 Rizzoli Corriere della Sera의 모기업이자, 스페인 신문 El Mundo의 소유주. 이밖에도 프랑스, 독일, 영국 등에 몇 개 출판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언론 기업이다.
현재 HdP는 「발렌티노」, GFT를 매각할 것이라는 업계의 예측을 계속 부인하고 있는 상태. 그러나 물밑에서는 양자를 팔아버릴 계획을 진행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GFT Net은 HdP가 패션부문 관할을 위해 세운 업체로, 「발렌티노」 「조셉아버드」(Joseph Abboud)등의 브랜드를 휘하에 두고 있으며 「조셉아버드」는 「캘빈클라인」 남성복과 기타 브랜드들의 제품을 라이센스로 생산하고 있다.
HdP는 1997년 LVMH에 대항할 수 있는 패션 제국을 건설한다는 취지로 패션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취약한 경영, 핵심 라이센스의 상실, GFT Net 구조조정에 투자된 비용 때문에 HdP의 바톰 라인까지 재장 부담의 무게에 짓눌려 왔다. 지난해 GFT Net의 매출은 14.1% 하락한 5억5천만달러. 그 결과 상처뿐인 패션업을 포기한다는 시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과연 팔릴 수 있을까?
판매 저조/스포츠웨어라는 한계/이윤창출 기대 약화
현재 HdP의 패션 비즈니스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업체는「마르조또(Marzotto)」와 「구찌」. 그러나 양측 모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HdP가 제시한 GFT Net 판매 가격은 4억5천만달러.
한편 「발렌티노」와 제휴자 지앙카를로 지아메티 역시 41년 전 그들이 세운 발렌티노를 재구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양측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발렌티노」 재인수를 위해 투자자 및 제휴 업체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휠라」의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휠라」가 전문 스포츠·액티브 웨어라는 점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즉, 자본이 풍부한 럭셔리 그룹이나 패션 그룹은 스포츠·액티브웨어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기 때문에 「휠라」의 효용 가치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또한 구조 조정 기간이 길어지면서 부채가 쌓이고, 판매 실적 역시 미약하다는 점 역시 「휠라」가 좋은 매물이 되지 못하는 이유. 즉, 인수 비용을 투자한 뒤 이윤을 발생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는 것이 「휠라」의 구매를 꺼리는 또 다른 원인을 제공한다.
지난 해 「휠라」의 매출은 전년 대비 10.5% 상승한 8억6천만달러. 유럽을 제외한 전지역에서 고른 상승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내 아울렛 매장 정리, 이자율 상승, 달러대비 유로화 하락 등의 난재 등으로 6천3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