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런던의 대영 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미술관 중의 하나로 꼽히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선 지금 색다른 한 전시회가 사람들을 발길을 모으고 있다.
‘Jacqueline Kennedy: The White House Years ? Selections from John F. Kennedy Library and Museum’이라는 전시회가 바로 그것이다. 글자 그대로 재클린 케네디의 백악관 시절의 생활, 특히 80여점에 이르는 그녀의 패션을 중심으로 하는 전시회이다. 이 전시회는 지난 5월 1일부터 시작되었는데 올해 7월 29일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1961년 1월 20일 미국에선 역사상 가장 젊은 대통령 케네디의 취임식이 거행됐다. 하지만 이 날은 또한 미국 역사상 가장 나이 어린 퍼스트 레이디가 탄생한 날이기도 하다. 남편 케네디 대통령과 함께 취임식 단상에 선 재키의 나이는 당시 31세였다.
그녀가 이날 머리에 썼던 버거돌프 굿맨의 필박스햇(pillbox-hat)은 이른바 재키 스타일이라 불리우며 세계적인 유행을 만들게 된다. 이날 이후로 재키는 미국 역사상 대중과 가장 가까이 있었으며 가장 많은 인기를 누렸던 대통령 중의 한 명으로 기억되고 있는 남편 케네디 대통령보다도 훨씬 더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세계 패션의 오피니언 리더가 된다.
어떤 전문가는 재키와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다이애너 왕세자비 이후로 패션 세계의 진정한 트랜드 세터가 아직 없다고까지 단정을 지었다.
기자가 이 전시회를 보기 위해 미술관을 찾았을 때는 이미 예정된 전시회 기간이 절반 이상 지난 6월 중순이었지만 재키의 스타일들을 만나기 위해선 1시간 반이나 기다려야 했다. 미국인들의 재키에 대한 사랑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재키 또한 그녀의 인기에 걸맞는 품성을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일화가 있다.
그녀는 남편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로 세상을 떠나고 백악관을 나온 후 여기에 전시된 80여점의 의상들을 기증하면서 ‘State Clothes’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이 의상들은 보스톤에 있는 케네디 대통령 기념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가 이번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갖게 된 것이다.
한 시간 반 동안이나 기다린 후 들어간 전시관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거의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재클린의 사진이 묘한 감동을 일으킨다.
Oleg Cassini의 아이보리색 새틴 드레스를 입고 약간 수줍은 듯 하면서도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Oleg Cassini는 재키의 의상들을 디자인한 몇몇 디자이너 중 대표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두터운 모직 코트, 또는 투피스로 대표되는 재키의 귀족적인 스타일을 창조한 디자이너이며 백악관 시절 가장 많은 재키의 옷들을 만든 장본인이다.
Cassini의 할아버지는 주미 러시아 대사를 지냈다고 전해진다. 귀족 출신답게 몸에 밀착되는 드레스, A-Line, 좁은 칼라의 드레스 등으로 대표되는 그의 옷들은 한마디로 로맨틱한 럭셔리라고 말할 수 있다.
Oleg Cassini의 작품들을 보면 몇 가지 특징들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 거의 하나같이 셀프패브릭(Self-Fabric)의 버튼들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재킷들은 7부 소매와 쇼트웨이스트(Short-Waisted)의 형태다.
이는 퍼스트 레이디로서의 귀족적인 단정함뿐만 아니라 귀여운 이미지를 심어준다.
Cassini는 짧은 길이의 재킷이지만 대부분은 뒷부분을 약간 길게 디자인했다. 이는 재키가 공식석상에서 허리를 숙이거나 움직일 때 보이지 말아야 할 부분이 보이는 것을 막고 우아함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의 퍼스트 레이디에 대한 배려를 볼 수 있는 디테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완벽함으로 확보된 그의 대표적인 고객들은 당대 최고의 스타들인 나탈리 우드, 그레이스 켈리, 마릴린 먼로 등을 꼽을 수 있다.
전시회는 10여 개의 테마별로 꾸며진 각기 다른 방들로 구성되어 있다.
세번째 방으로 들어섰을 때 재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 방에선 비디오 화면을 통해 1962년 발렌타인 데이때 재클린이 직접 진행했던 백악관 투어 TV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TV 화면과 함께 그녀가 그 당시의 흑백 화면 속에서 입고 있던 빨간색의 투피스가 전시되고 있었다. 화면 속의 재키는 정말 우아한 자태로 설명을 하고 있었으며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이었다. 이 투피스는 Chez Ninon 이라는 디자이너의 작품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Givenchy, Bob Bugnand, Gustave Tassell, 그리고 Oleg Cassini 이전에 재키가 즐겨 입었던 Norman Norell 등 여러 디자이너의 옷들을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만날 수 있다. 또한 승마복과 마구들을 전시해 놓은 방, 그녀가 직접 쓴 메모와 편지들의 원본들, 그리고 이집트, 인도, 그리스, 남미 등의 나라를 순방하던 중에 찍었던 사진들 모두 하나같이
뉴욕=이승협 통신원
fashiony2k@hotmail.com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