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럽 - 런던/밀라노/패션쇼 강행
9월 11일 뉴욕과 워싱턴에 발생한 충격적 테러 사건은 어패럴 업계에도 심각한 파장을 몰고 왔다. 가뜩이나 미국과 일본의 경기 침체 때문에 판매 고전을 면치 못하던 업체들은 예기치 못한 사건 앞에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유럽 패션업계는 테러의 공포를 떨치고 이미 예정되었던 런던/밀라노/파리 패션쇼를 일정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흔들리는 패션계를 가장 먼저 단속하고 나선 인물은 이탈리아 패션성 의장 마리오 보셀리. 지난 1970년대 악명 높은 테러집단 ‘붉은 여단’의 테러 대상이기도 했던 그는 밀라노 패션쇼(9월 23일∼10월 3일)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발표했고, 이에 따라 런던 패션쇼(9월 17일∼22일), 파리 패션쇼(10월5일∼13일) 역시 예정대로 강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럭셔리 업계 역시 유럽 패션계의 방침에 동조하며, 예정된 패션쇼를 그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프라다」와 「끌로에(Chole)」는 예년과 달리 차분하고 자제된 분위기로 무대를 꾸밀 예정.
그러나 항공 테러의 위험 때문에 일부 항로가 폐쇄되고, 아직 테러 위험이 남아 있어 바이어들이 얼마나 패션쇼를 찾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패션업계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바이어들과 패션 기자들의 발길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유럽 패션계의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한편 신규 매장 오픈과 패션쇼 준비로 미국에 있던 디자이너 조지 아르마니는 밀라노 컬렉션에 참가하는 미국 디자이너들에게 자신이 소유한 패션쇼 극장을 제공하겠다고 밝혔고, 「지안프랑코페레(Gianfranco Ferre)」는 밀라노 패션쇼가 패션업계에서 차지하는 무게가 큰 만큼 일정대로 컬렉션을 선보이되 파티나 축제 등의 부대행사는 자제한다는 방침을 세워놓았다.
한편 추가적인 테러 발생을 우려해, 패션쇼가 열리는 주변의 경계를 한층 강화하는 등 유럽 패션계는 보안에 신경쓰고 있다. 실제로 엘리제 궁 근처에 위치한 「세포라(Sephora)」 매장에 들어가려는 쇼핑객들은 가방 검색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뉴본드 거리나 슬로안 거리는 쇼핑객들로 넘쳐났고, 「루이비통」 파리 거점 매장 앞은 여전히 쇼핑객이 길게 늘어서 비통에 찬 미국 본토의 분위기과 대조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이런 와중에 「지방시」 컬렉션의 디자인과 자신의 이름을 딴 「쥴리앙맥도널드(Julien Macdonald)」 컬렉션을 생산하고 있는 쥴리앙 맥도널드는 이번 테러 사건이 패션계에 미칠 지대한 타격에 대해 우려했다.
특히 미국내 고급 고객을 상대로 집중 판매전을 펼칠 예정이었던 「지방시」 꾸띄르는 이번에 미국에 판매할 물량이 「지방시」 컬렉션 사업의 50%에 달한 정도여서 타격의 정도가 가장 크다.
게다가 테러의 충격이 수습되기를 기다리자니, 곧 다음 시즌에 대비한 컬렉션을 제작할 시기가 다가오므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테러 영향이 디자인 컨셉까지 미쳐
이번 참사의 영향으로 중동지역의 에스닉한 테마를 디자인 컨셉으로 삼고 있던 일부 디자이너들은 테러의 주체인 중동 지역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고려해, 디자인 컨셉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디자이너 미구엘 애드로버는 이번 시즌 모티브로 삼았던 아랍풍 디자인 컨셉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 중.
전통적으로 지금처럼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는 차분한 디자인이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우울한 시점에는 오히려 사람들에게 밝은 환상을 심어줄 수 있는 경쾌한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디자이너들의 의견도 만만치 않아 이번 테러 사건이 어떤 디자인 컨셉을 가져올지 아직까지 불명확하다.
패션계, 극히 자중하는 분위기
반면 엠마뉴엘 웅가로는 전세계가 테러의 충격에 허덕이고 있는 이 시점에, 디자인 컨셉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슬픔을 함께 하는 것의 패션계의 의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충격을 받은 「페라가모」 역시 9월 20일 베니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신규 매장 오픈 기념파티를 취소했고, 「프라다」 「베르사체」 「토드」 등 3개사 회장이 함께 참여할 예정이던 회의와 「맥(MAC)」 「태그 호이어(Tag Heuer)」 쥬얼리 브랜드 「미키모토(Mikimoto)」의 이벤트 역시 취소되었다.
한편 지난해 모델들의 얼굴을 검은 페인트로 색칠하는 등 음울한 분위기의 패션쇼를 진행했던 「빅터앤롤프(Viktor&Rolf)」는 이번에도 기괴한 분위기의 패션쇼 컨셉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 그러나 테러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 점잖은 느낌을 주는 패션쇼를 기획하고 있다.
유럽 3대 패션쇼 중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런던 패션쇼. 테러의 충격 때문에 패션쇼에 참여하려던 미국 바이어들의 60∼70%가 불참할 가능성이 높고, 알렉산더 맥퀸, 후세인 살라얀, 스텔라 맥카트니 등 유수의 디자이너를 파리 꾸뛰르 업계에 빼앗긴 상태
예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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