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게 그을린 관능적인 미인과 카니발, 비키니 왁스, 하바이아나로 유명한 브라질이 패션가의 주요 무대로 각광받고 있다. 지젤 번첸으로 대표되는 이국적인 외모의 모델들은 이미 런어웨이를 주도하는 파워풀한 군단으로 성장했을 뿐 아니라 브라질 특유의 정서와 국제적 감각이 접목된 ‘패션 리오’, ‘상파울로’ 패션위크는 세계 패션가의 주목을 받는 연례적인 이벤트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브라질 패션의 힘을 살펴보자.
재미 있는 사실은 브라질 모델의 세계화가 이뤄지면서 그 상승작용으로 브라질 디자이너나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본격 촉발되었다는 사실이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의 발달을 가져왔다고나 할까? 실제로 브라질 모델들의 고공 행진의 시발점이 된 지젤 번첸은 ‘패션 리오’ 주간이면 브라질 디자이너의 런어웨이에 오름으로써 기자단과 패션계 인물들을 리오로 끌어들이는 데 한몫 한다. 그런 만큼 그녀가 어떤 디자이너의 옷을 입고 무대에 등장할지는 큰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브라질이 패션 도시 파리에 뒤지지 않는 인적·물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지젤 번첸은 올해 감각적인 브라질 진 라벨 「콜치(Colcci)」의 모델로 등장, 브라질 디자이너의 긍지를 일깨웠고, 믹 재거의 딸로 주목받는 모델 엘리자베스 제거는 지난해 ‘패션 리오’ 주간에 「콜치」의 모델로 무대에 올라 특유의 경쾌한 퇴폐미와 관능적인 「콜치」 진의 매력을 잘 버무려냈다. 여기에 패셔니스타들의 질투와 선망을 동시에 받고 있는 패리스 힐튼은 이미 지난 2004년 「콜치」 진을 입고 무대에서 화려한 워킹을 뽐낸 바 있어 「콜치」는 유명인사들 사이에서 일찌감치 이름을 얻은 라벨이라 할 수 있다.
요즘 패션계가 할리우드 유명인사나 패션 리더의 네임 밸류와 함께 발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음을 감안할 때 「콜치」는 감각적인 디자인만큼이나 유명인들과 함께한 브랜드로 이미 지명도를 얻었다 할 수 있다.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브라질 디자이너는 카를로스 마이엘과 알렉산드르 헤르초코비치 두 사람인데, 열정적인 감성의 이브닝 가운과 크로셰 니트웨어로 유명한 카를로스 마이엘은 매년 2월 개최되는 상파울로 패션위크에서 자체 패션쇼를 열 뿐 아니라 1년에 두 번 뉴욕에서 패션쇼를 개최하고 뉴욕 미트팩킹 스트리트에 매장을 갖고 있을 정도로 지명도가 높으며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과 패리스 힐튼을 팬으로 확보하고 있다. 반면 알렉산드르 헤르초코비치는 파리를 주 무대로 브라질 스타일을 보다 아방가르드하게 표현하는 오뜨꾸뛰르적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그는 브라질 특유의 트로피컬 프린트와 심플한 크롭트 티셔츠, 젤리빈 웨지슈즈 등은 보헤미안 트렌드와 맞물려 새삼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뱀부 클러치 백을 선보여 컬트 팬을 거느리고 있는 글로리나 파라구아와 초현실주의의 대표 화가 살바토르 달리를 흠모하는 주얼리 디자이너 킴푸어 등이 브라질 패션계를 이끄는 대표적인 디자이너들이다.
국제적인 위상 부족과 패션 파워의 부족
브라질에서 펼쳐지는 국제 패션쇼는 뉴욕과 밀라노, 런던, 파리에서 열리는 패션주간과 비교할 때 여전히 지역행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쾌하고 화려하면서, 활동적인 정서를 갖고 있는 젊은 브라질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감성이 눈길을 끌고는 있지만 확실한 ‘그 어떤 것’을 보여주지 못해 본격적인 꾸뛰르 패션쇼가 되기에는 미약하고 글로벌 유통망이나 지명도도 취약하기 때문에 새로운 어패럴 강국을 노리고 있는 중국이나 인도시장과 매스마켓 쟁탈전에서도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브라질 사람들이 패션과 스타일을 즐기는 민족이긴 하지만 지난해 텍스타일과 의류 매출은 전년대비 8.5%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고, 수출은 10%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브라질 로컬 브랜드를 국제화시키는 것이 리우데자네이로를 패션의 중심지로 끌어올리기 위한 제1보인 셈이다. 브라질이 국가적으로 ‘패션 리오’, ‘상파울로’ 패션주간을 지원하고 매력적인 어패럴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지만 아직까지는 패션쇼 자체보다는 행사에 참여하는 슈퍼모델이나 유명인들에게 카메라 플래시가 몰리는 상황이라 브라질 로컬 디자이너와 브랜드들은 여전히 세계시장과의 거리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브라질 패션의 또 다른 취약점은 카고 팬츠, 허리를 강조하는 넓은 벨트, 가슴을 강조하는 하이웨이스트 오프 숄더 블라우스, 웨지힐 등에서 보듯 브라질 거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흔한 스타일들이 많아 패션계를 자극할 만한 특징적인 디자인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트로피컬 무늬나 라틴 풍의 화려한 컬러, 티어드 스커트 등은 이미 유명 디자이너들과 하이스트리트 브랜드들이 많이 내놓고 있는 아이
예정현 기자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