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서리 업계의 합병인수 바람이 주춤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LVMH, 구찌, 프라다 등 대표적인 럭셔리 제국간의 브랜드 인수 바람은 HdP가 「발렌티노(Valentino)」를 마르조또(Marzotto)에 매각하는 것을 기점으로 한풀 꺾이고 있는 추세다.
HdP는 「발렌티노」를 팔면서 골칫거리였던 패션부문을 완전히 접을 수 있게 되었고, 막강 럭셔리제국 LVMH 역시 적자에 허덕이던 경매업체 필립스(Phillips)를 경쟁사인 크리스티와 소더비(Sotheby)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발렌티노」의 매각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HdP가 「발렌티노」를 구입했던 가격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져 럭셔리 업계의 불황을 입증했다.
럭셔리 제국들, 발등에 떨어진 불 끄기에 바빠
매각물량이 넘쳐나던 브랜드 시장 역시 물량이 뚝 끊기는 등 한동안 태풍처럼 업계를 휘감았던 럭셔리 업체의 사세확장은 약세로 접어들었다. 더구나 지금처럼 매각 가격이 떨어진 시점에 브랜드를 내놓을 업체도 없기 때문에 이래저래 럭셔리 제국의 브랜드 인수작전은 동면기로 접어든 상태.
럭셔리 업계의 강자 중 하나인 프라다는 최근 채권을 발행해 자본 확보에 나섰으며, 구찌 역시 긴축재정에 돌입했다. 특히 지난해 9월 미국 테러 발생 이후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유례없는 세일 작전을 펼쳐온 럭셔리 기업들은 자체 브랜드라도 적자 브랜드는 정리할 방침이다. 따라서 투자 및 초기 운영 자본이 막대한 브랜드 인수를 지속시킬 처지가 아닌 것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도 바쁜 럭셔리 업체들로서는 ‘남의 식구’를 봐줄 겨를이 없는 셈이다.
마르조또는 「휴고보스」의 대주주이자 「지안프랑코페레(Gianfranco Ferre)」 「미소니(Missoni)」의 라이센스 컬렉션을 생산하고 있는 어패럴 그룹으로 「말보로 클래식(Marlboro Classics)」 「볼르(Lebole)」 「보르고피오리(Borgofiori)」 등 자체 브랜드를 갖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보르고피오리」의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마르조또의 선택 - 도박인가? 투자인가?
당초 「발렌티노」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패션기업들은 사세확장 기류를 타고 있던 구찌와 불가리였다. 비록 매출하락의 구렁텅이에 빠져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발렌티노」의 인지도가 살아있는 만큼 경영능력만 발휘하면 흑자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
그러나 이들은 HdP가 제시한 인수가를 감당할 수 없었고 결국 현금 동원력이 좋은 마르조또가 「발렌티노」의 주인이 됐다. 마르조또는 텍스타일 전문 제조업체로 얻은 명성을 바탕으로 이제 본격적인 브랜드 제국을 꿈꾸고 있는 야심찬 업체.
전통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트렌디하고 모던한 디자인 하우스로의 탈바꿈을 꾀하고 있는 마르조또의 「발렌티노」 인수는 일종의 도박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르조또는 중앙집권적인 경영체제를 갖고 있는 여타 어패럴 그룹과 달리 브랜드마다의 독립경영을 인정하는 연방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업체로, 소속 브랜드 중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휴고보스」와 「말보로클래식」 역시 독립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방식은 각 브랜드의 독자적인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그룹 전체의 이미지 쇄신을 꾀하고 있는 마르조또의 통제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는 것.
그 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발렌티노」가 마르조또 산하에서 어떤 캐릭터를 가진 브랜드로 변모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 일각에서는 마르조또의 「발렌티노」 인수에 대해 ‘브랜드 숫자만 하나 더 늘리는 꼴’에 불과하다고 혹평하고 있고, 「발렌티노」 역시 마로조또를 새 주인으로 맞는 것을 못마땅해하고 있어 양측이 한마음으로 전진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브랜드 매각도 ‘수익’이 최우선
그 동안 인수·합병을 통한 사세 확장에 혈안이 되어있던 럭셔리 업체들은 수익감소를 우려하는 투자자들의 압박과 매출하락, 시장 환경 악화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긴축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LVMH, 프라다 등은 국제경기 악화로 연이은 수익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고, 절대적인 물주였던 일본마저 경기침체로 제 몸 가누기 힘든 상황이라 당분간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없는 처지.
경기 침체가 ‘무작정 인수부터’ 하고 보던 럭셔리 업계의 관행을 ‘수익 먼저’로 바꿔 놓은 것이다.
브랜드 인수에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던 프라다는 지금 과도한 브랜드 인수 비용 때문에 채권을 발행할 정도로 유동자본 압박을 느끼고 있고, LVMH는 아예 ‘매각작전’을 펼치며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산하 조직과 브랜드를 과감히 정리하고 있다.
LVMH는 올해 초 「솔스티스(Solstice)」 아이웨어 유통체인을 솔스티스마케팅社에 매각했고 「세포라(Sephora)」 뷰티 체인, 「DFS」 면세점 체인 등을 추가 매각하는 등 특정 유통부문 전체를 접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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