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중심의 세계화 전략에 반대하는 민간조직들의 저항이 패션업계까지 파급되고 있다. 미국의 메이저 브랜드들은 값싼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중국,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반세계화 운동(Anti-Globalism)을 펼치고 있는 민간조직들은 이들이 취약한 노동환경과 저임금 등으로 현지 노동자의 권익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청공장의 취약한 노동환경이 문제
반세계화 운동을 펼치고 있는 국제 민간조직들이 제1의 적으로 꼽고 있는 대상은 바로 갭.
누적적자와 신용등급 하락으로 궁지에 빠져있는 갭은 이제 ‘가난한 하청 생산국을 착취하는 악덕 기업’이라는 이미지까지 더해져 더욱 힘겨운 생존전략을 펼쳐야 할 판국이다.
이처럼 갭이 반세계화 세력의 타겟이 된 이유는 그만큼 브랜드 인지도가 높기 때문. 갭은 미국 내에만 4천여개의 유통매장을 운영 중이고 프랑스·영국·독일·캐나다 등지에 「갭」 매장 632개, 「올드네이비」 17개, 「바나나리퍼블릭」 16개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갭의 간판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반세계화 세력의 집단 성토 대상이 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지난 10년간 미국 내에서 유통된 갭 제품의 대부분은 과테말라 등 가난한 국가들의 현지공장에서 현지 노동자들의 손으로 생산된 제품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바로 ‘현지 노동자들의 열악한 작업 환경’. 대부분의 美 메이저 브랜드들은 동남아시아, 중국, 남미 등 상대적인 빈곤지역에 생산 시설을 구축해 값싸고 질 좋은 현지 노동력을 활용하고 외국자본을 유치하려는 이들 국가의 정책에 따라 세금 감면 등 유리한 사업환경을 제공받아왔다.
그러나 현지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보상은 미약했고 결국 이 때문에 ‘현지 노동자들의 인권과 작업 환경에 일말의 관심도 가지지 않고 있다’는 반세계화 운동가들의 공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반세계화 운동가들은 이들 메이저 브랜드들이 환기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열악한 생산공장에 현지 노동자들을 몰아넣을 뿐 아니라 근로시간도 제멋대로 늘리는 등 노동자들을 ‘작업포로’취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갭」 등 메이저 브랜드들은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회사 규정과 상관없이 ‘현지공장’ 관계자측에 의해 불법이 자행되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인권탄압을 방치했다’는 도의적인 책임이 맞물리면서 도덕적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얼마 전 맨하턴에 위치한 「갭」 매장에서 벌어진 반세계화 그룹의 데모 역시 ‘해외 현지 노동력에 대한 착취’가 주제였다. 이들은 「갭」이 미국 내 공장에 비해 과테말라 공장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낮은 임금과 과다한 작업 시간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문제·반세계화운동 연계 - 브랜드 이미지 관리 비상
갭의 회장 도날드 피셔 일가가 남미 삼림을 잘라내 파는 목재회사 멘도니코레드우드를 경영하고 있다는 점 역시 환경론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환경론자들은 남미의 열대 우림이 훼손되고 있는 것 역시 ‘잘사는 선진국의 후진국 착취’의 한 형태로 파악하고 있어 환경문제와 반세계화 운동이 연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
환경론자들의 막강한 파워와 반세계화 운동가들의 열정이 합쳐질 경우, 제3세계 국가의 값싼 노동력에 기반을 두고 있는 미국 패션기업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GATT나 NAFTA 등 선진국이 주창한 경제조약이 후발국가들의 발전을 저해하는 장치에 불과하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판국이어서 반세계화 운동을 단순히 정치문제로 이해하고 있던 패션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처럼 후발 개발도상국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기업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21세기의 최대 화두인 환경보호에 역행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뒤엉켜 갭은 반세계화 세력의 공격 타겟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태.
갭은 해외생산 방식이 사업적 효과 뿐 아니라 현지기업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장치라고 주장하는 한편,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합리적인 벌목’을 하고 있어 목재공장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대응하고 있지만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이런 와중에 현재 법원에 계류중인 ‘사이판 하청공장 노동자 착취’ 소송건까지 언급되면서 갭은 점점 수세에 몰리고 있다.
열악한 노동환경 -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타
갭은 지난 1999년 사이판 의류 하청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취약한 작업환경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나이키, 리즈클레이본 등과 함께 인권조직 글로벌익스체인지(Global Exchange)에 의해 고소 당한 상태.
갭과 함께 고소 당한 시어즈로벅, 캘빈클라인 등 대부분의 업체들은 875만달러의 합의금을 사이판 공장 노동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사건을 일단락 시킨 반면, 갭과 리바이스는 아직까지 결백을 주장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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