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마르조또(Marzotto)의 「발렌티노(Valentino)」 인수 작전이 마침내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LVMH에 대적할 럭셔리제국을 꿈꿨던 HdP(Holding di Partecipazioni Industriali)가 「발렌티노」 매각에 나서면서 불거졌던 마르조또와 「발렌티노」의 불편한 관계는 「발렌티노」가 콧대를 낮추고 마르조또의 그늘 밑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하면서 시끄러웠던 인수 사건이 종결됐다. 마르조또의 「발렌티노」 인수가격은 2억1천만달러로 「발렌티노」가 지고 있는 부채 1억7천920만달러가 포함된 가격.
HdP 퇴진, 마르조또 본격 등장
이번 결정은 적자만 누적되던 패션사업을 정리하고 본업인 출판 사업에 충실하려는 HdP의 의지를 본격화하는 동시에 의류 제조업체에서 럭셔리 패션그룹으로 성장을 꾀하는 마르조또의 신호탄이 오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마르조또는 「휴고보스」의 대주주로 「지안프랑코페레」 「미쏘니」 등 라이센스 브랜드와 「말보르클래식」 「보르고피오리(Borgofiori)」 「르볼르(Lebole)」 등 자체 브랜드를 생산하고 있는 그룹으로 각 브랜드의 자체경영을 인정하는 연방제형 경영정책을 펴고 있다.
마르조또는 「발렌티노」의 자본금을 증자하지 않고, 마르조또의 기본 운영정책-각 브랜드마다 자체 운영권을 갖는-을 그대로 「발렌티노」에 적용하는 한편 이름값을 못한 채 적자에 허덕이던 「발렌티노」를 2004년까지 정상화시킨 후 럭셔리 부문을 보다 확대할 방침이다.
마르조또의 섬유 생산 노하우와 「휴고보스」 「말보르클래식」 등의 옷을 생산한 봉제 노하우가 「발렌티노」의 변혁을 촉발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HdP는 「발렌티노」와 「휠라」 「조셉아버드(Joseph Abboud)」 등 거금을 주고 인수한 브랜드의 적자 누적을 개선시키지도 못하고 「조르지오아르마니꼴레지오니(Giorgio Armani Collezioni)」 「엠마뉴엘바이엠마뉴엘웅가로(Emanuel by Emanuel Ungaro)」 등 라이센스 제조 브랜드까지 빼앗긴 채 상처투성이로 럭셔리업계를 떠나야하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HdP가 구체적인 전략이나 자본 없이 LVMH처럼 럭셔리 제국 건설에 나섰던 것이 실패 요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 「발렌티노」라는 세계적인 인지도를 갖춘 럭셔리 브랜드를 갖고 있으면 저절로 사업이 될 것이라는 안일한 사고방식을 갖고 기술 투자를 게을리 한 것이 결정적인 파국을 불러왔다는 것.
HdP는 1998년 2억330만달러를 주고 「발렌티노」를 인수했으나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었다
단기간은 채무 부담에 시달릴 듯
마르조또는 3억6천730만달러의 부채를 안고 있었고 여기에 발렌티노 인수에 2억1천만달러가 추가되어 한동안 채무부담에 시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마르조또의 자산은 5억8천920만달러로 부채와 자산이 거의 비슷한 상태.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발렌티노」 인수는 마르조또에게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발렌티노」 인수에 따른 시너지효과로 비즈니스 확충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과거의 기세를 잃었다고는 하지만 「발렌티노」의 브랜드 이미지가 여전히 강한 만큼 유통과 제조 부문의 투자를 강화하면 HdP가 범했던 오류를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마르조또는 럭셔리 브랜드를 실제 운영해본 경험이 없다는 취약점을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럭셔리 브랜드 사업을 해보지 않은 마르조또가 「발렌티노」를 정상 궤도에 올리는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드는지 알지 못해 두려움없이 「발렌티노」를 인수했다고 지적할 정도. 실제로 HdP가 「발렌티노」를 매각 시장에 내놓을 때 관심을 보였던 프라다나 구찌가 손을 뗀 것도 결국 인수 비용과 운영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결국 마르조또가 「발렌티노」를 흑자전환 시킬 수 있는 관건은 ‘적절한 투자’이며 마르조또가 그만한 투자 부담을 기꺼이 부담할 지에 따라 「발렌티노」의 회생, 나아가 마르조또의 럭셔리 브랜드 진입이 가능하다는 전망.
따라서 마르조또가 터닝포인트로 삼고 있는 2004년까지 「발렌티노」가 정상궤도로 돌아서지 못한다면 마르조또는 경제적인 부담만 지고 또다른 HdP 신세가 될 위험이 여전히 남아있다. 럭셔리 브랜드 ‘인수와 운영’의 핵심은 결국 돈이라는 결론이다.
적절한 투자, 발렌티노와 명확한 관계 규정이 관건
집중투자와 더불어 마르조또가 중점을 둬야할 부분은 「발렌티노」와 명확한 관계를 규정하고 적절한 운영방식을 찾는 것이다.
「발렌티노」는 이름값을 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HdP 산하에서 과도한 보살핌을 받아왔다. 「발렌티노」의 경영자 지앙까를로지아메티는 개인 비행기와 보디가드, 공짜여행 및 매년 컨설팅 대가로 500만달러의 거금을 HdP측에 받아왔는데, 바로 이 점이 마르조또가 인수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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