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델리
인도는 지금 ‘패션 제국’이라고 할 만큼 패션비즈니스가 번성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글로벌 스타일을 추구하는 상류층이 자국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을 갖게 된 몇 년 전부터 본격화 된 것으로, 상류층의 자본과 독창적인 인도 디자이너들의 창의성이 결합되어 새로운 히트작을 찾고 있던 유럽 패션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고 실크와 수제 자수품 등 뛰어난 소재와 직조술을 갖고 있는 나라, 서양인들이 숭앙하는 인도의 전통문화에 너무나 익숙한 인도 디자이너들의 등장은 그 자체가 커다란 이슈.
인도는 그간 유명 수퍼모델과 스타일리스트, 디자이너들을 배출해 왔고 3년 전부터 자체적인 패션주간을 열어왔다. 이처럼 풍부한 소프트웨어와 자본이 뒷받침된 뉴델리 디자이너들은 서양인에게 신비로 여겨지는 인도의 전통을 세련되게 변모시켜 패션계의 시선을 끄는 사업가적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유럽 패션쇼에는 사리, 커타스, 셔와니, 샤롱 등 인도의 전통 의상과 타이트한 데님 팬츠, 세퀸 장식이 가미된 에이프론 탑, 실크 타페타 볼가운 스커트의 매치가 자연스런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고, 인도풍 자수가 유럽 디자이너 브랜드에 빈번히 등장하는 등 ‘인도’ 패션에 흠뻑 빠져있다. 일각에서는 이국적이고 섹시한 인도 패션이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유럽 패션가의 탈출구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월초 타지마할궁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Lakme Indian Fashion Week’에 참가한 업체 및 디자이너들은 딥다인한 코튼 슬립과 나비장식이 달린 세퀸 탑 및 톰포드를 연상시키는 다양한 페전트 탑, 칼라없는 인도의 전통적인 재킷, 장폴고티에풍 오프터숄더 네크라인 등 인도의 전통과 서구 이미지를 자유롭게 뒤섞는 솜씨를 보였는데, 이중 게이샤디자인스(Gheisha Designs)가 선보인 나비 자수가 놓인 세퀸 탑은 이국적이고 화려한 모습으로 주목 받았다.
유학파의 힘, 국내파의 창의성
인도 패션의 세계화를 꿈꾸고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서구 유학파로 ‘디자이너 패션’ 사업의 묘미를 알고 있는 상류층 자제들.
풍부한 경제력을 갖춘 이들은 뉴욕, LA, 런던 등지에서 체계적인 패션 공부를 한 뒤 「랄프로렌」이나 「도나카란」 등 유명 업체에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서구의 패션 사업 방식을 잘 알고 있다. 그런만큼 이들은 디자인의 뿌리를 인도에 두되 사업 방식은 서구적으로 운영하는 퓨전스타일의 패션 사업을 구축하면서, 뉴델리나 몸베이, 고아, 캘커타 등지를 인도의 패션 중심지로 키워나가고 있다.
인도의 전통과 서구 패션을 고루 경험한 이들은 사리 등 전통적인 인도의 복식 외에도 밀라노, 파리, 뉴욕 패션쇼에 선보인 유럽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을 재해석하는데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 디자이너 안쟈나바가브(Anjana Bhargav)는 부채꼴 패치 장식을 이어만든 베스트(발렌시아가 풍)를 연달아 내놓으면서 세계 패션가의 눈길을 끌었고, 프리야다쉬니라오(Priyahdarshini Rao)는 리본트림 장식이 돋보이는 페전트 드레스(마크제이콥스 풍)를 내놓는 등 서구적인 디자인 솜씨를 뽐내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이들 유학파 인도 디자이너들은 인도의 전통 복식을 가볍게 취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유럽 패션계 진출에 두려움 없이 도전한다는 점에서 인도 패션의 세계화를 이끌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점을 인정받고 있다.
서구패션의 인도적 해석
캘커타 NIFT 졸업생인 사바야사치무케지(Sabayasachi Mukherjee)는 지난 2년간 서구의 디자인을 재해석한 「사바야사치」 라벨을 내놓으면서 높은 명성을 쌓고 있다.
그녀가 돋보이는 이유는 대다수의 국내파 인도 디자이너들이 화려한 색체의 사리나 샤롱같은 인도 전통 복식을 전진 배치하는데 반해 레이어드 스포츠웨어, 랩스커트, 크랍드 재킷, 블레이저 등 서양의 복식을 인도화하는데 성공했기 때문. 무케지는 1940년대풍 플로럴 사리에 액시드 스프레이를 뿌리고 담뱃불로 지져 거친 이미지를 만든 뒤 다시 색실로 크로스해치(cross-hatch) 패턴의 자수를 놓아 「샤넬(Channel)」의 트위드를 연상시키는 빈티지 분위기의 패브릭을 만들어냈다.
이처럼 무케지는 린넨, 실크, 조젯, 브로케이드, 울 등의 소재에 다양한 가공법을 가미해 독특한 분위기를 살리면서 전통 인도 텍스타일을 ‘모던화’ 하는데 성공했는데, 이 같은 소재 변혁 노력이 유럽 바이어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장치임을 밝힐 정도로 자신감에 차있다. 무케지는 인도의 전통과 자유로운 집시의 영혼, 그리고 서구의 디자인틀을 결합시킨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꿈꾸고 있다.
캘커타 출신의 또다른 디자이너 아나미카칸나(Anamika Khanna) 역시 인도의 실루엣과 서구의 테일러드 핏(tailored f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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