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대 브랜드, 속속 복귀
수없이 등장하는 브랜드의 홍수 속에 움츠려 있던 과거의 브랜드들이 되살아나고 있다.
브랜드를 창시한 디자이너가 사망한 뒤에도 패션 마켓에서 당당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구세대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창의성이 강한 신진 디자이너를 영입하고 세련된 마케팅 수단을 원활히 접목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원조 디자이너가 은퇴하면 하향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었던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이제 장수할 수 있는 비법을 알아낸 것이다.
구세대 브랜드 모던화
‘지는 해'로 취급받았던 파리 꾸띄르 하우스들은 팬들을 몰고 다니는 인기 디자이너를 영입, 브랜드를 재런칭 하는데 성공하면서 젊은 디자이너의 파워를 입증했다. 톰포드를 영입해 모던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탈바꿈한 「입생로랑」, 존갈리아노의 지휘 아래 젊은 고객 창출에 성공한 「크리스챤디올」은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빈티지 브랜드들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파리 꾸띄르 하우스들의 성공적인 ‘새얼굴만들기' 작전에 자극을 받은 미국패션 하우스들이 노화된 브랜드에 젊은 피를 수혈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세븐스애버뉴에 늘어선 디자이너 브랜드들 역시 젊은 디자이너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브랜드를 창시했던 디자이너 빌블래스가 은퇴하면서 스티븐슬로윅, 라스닐슨 등의 젊은 디자이너를 영입, 정통성을 뿌리를 이어나간 「빌블래스」는 부진한 부진한 모습을 보인 스티븐슬로윅을 대신해 디자인 키를 잡게 된 라스닐슨의 지휘 아래 원조 「빌블래스」 컬렉션과는 또다른 2세대 「빌블래스」 컬렉션으로 진화되고 있다. 「빌블래스」의 정통성 속에 자신의 디자인 창의성을 가미 소비자와 유통업체의 호흥을 끌어내는데 성공한 라스닐슨은 이제 「빌블래스」 컬렉션의 2세대 정통성 만들기에 나섰다.
이처럼 구세대 브랜드들의 성공적인 부활이 줄을 잇자 「앤클라인」 「페리엘리스」 등 패션 지도의 외곽에 웅크리고 있던 브랜드들도 재등장을 위한 단장에 부산한 모습이며, 지난 5년간 움추려 있던 「할스톤(Halston)」 역시 부활 트렌드에 동함참하며 재기를 꿈꾸고 있다.
젊은 디자이너/헐리웃의 빈티지 바람 일조
나침반을 잃은 난파선처럼 흔들리던 빈티지 브랜드들에게 희망의 끈을 던져준 것은 바로 신세대 디자이너들이다. 창의적이고 겁없는 신세대 디자이너들이 뉴욕7번가에 등장하면서 갈곳 몰라 서성이던 구세대 브랜드들은 새로운 생명을 얻었고 새로운 고객 창출의 열쇠를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빈티지 브랜드의 지속적인 성장은 브랜드 창시자가 떠난 뒤 새로운 감각의 디자인 능력과 마케팅 능력을 겸비한 후임 디자이너가 있을 때 가능하다.
「샤넬」이나 「크리스챤디올」 「입생로랑」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까지는 수많은 디자이너의 희생을 거친 끝에 적임자를 찾아냈기 때문이며 「페리엘리스」나 「앤클라인」이 내리막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던 것도 브랜드의 정통성을 이어가고 살려 줄만한 젊은 디자이너 영입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결국 빈티지 브랜드를 살려낼 만한 파워를 갖춘 디자이너 찾기가 브랜드 생환의 가장 큰 열쇠인 셈.
실제로 5년 전 노쇠한 「크리스챤디올」의 방향키를 잡게 된 디자이너 존갈리아노는 첫 컬렉션을 통해 「크리스챤디올」 상반기 매출을 44% 끌어올렸고, 「입생로랑리브고세」는 톰포드의 지휘 아래 세 자리 숫자의 상승이라는 기록적인 매출을 보였다.
그 자신이 화제를 몰고 다니는 스타성을 갖춘 알렉산더맥퀸, 스텔라맥카트니가 럭셔리 제국 LVMH에 영입된 것도 대중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스타성과 디자인 창의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유명 브랜드의 헤드 디자이너 연령이 점점 젊어지고 있는 것도 결국 신선한 피를 수혈해 브랜드의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빈티지 브랜드의 부활을 촉진시킨 또다른 요인은 헐리웃 배우들이다. 헐리웃 여배우들이 빈티지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의상을 걸치고 공공 석상에 등장하는 일이 늘면서「쿠스반덴애커(Koos van den Akker)」 「홀리하프(Holly Harp)」 등 신세대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브랜드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고 구세대 브랜드의 작품을 ‘샘플링(sampling)'한 의상들이 패션전선의 정예군으로 배치되고 있다.
신세대 디자이너들이 한물 간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컬렉션을 뒤적여 모던한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바로 ‘샘플링'의 한 예.
젊어진 「발렌시아가(Balenciaga)」를 만들어낸 디자이너 니콜라스게스콰이어 역시 1990년 사망한 진보적인 디자이너 케이식웡(Kaisik Wong)의 컬렉션을 카피한 제품을 올 가을 컬렉션에 선보였다.
영광의 대열에 동참할 다음 브랜드는?
라이센스 수익에 의존하며 노쇠한 몸을 이끌어 오던 과거의 브랜드들은 이제 다시 본격적인 컬렉션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
한 시대를
예정현 기자
michel@fashioninsigh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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