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패션 사업에 문외한인 로버트 폴렛이 구찌 그룹의 CEO로 취임했을 때만 해도 전문가들은 구찌의 앞날에 대해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지 못했다. 「구찌」 브랜드 자체 만큼이나 높은 조명을 받았던 듀엣 톰 포드-도미니크 드 솔레의 후임으로 그의 배경이 너무나 취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구찌 그룹은 도미니크 드 솔레의 지도력이 없어도, 톰 포드의 파워풀한 디자인 파워가 없이도 매출은 상승하고 그룹은 더욱 집중화되는 증흥기를 맞고 있다. 구찌 부활의 비결을 알아본다.
일각에서는 톰 포드-도미니크 드 솔레와 결별 이후 예상되었던 구찌 그룹의 후유증이 너무 쉽게 사라지는 데 대해 실망감을 드러낼 정도다. 그럼 패션에 대한 경험도, 커다란 그룹의 CEO 경험도 없는 로버트 폴렛(Robert Polet)을 구찌에 단단히 자리잡게 한 힘, 그것은 무엇일까?
살아 남으려면 자라를 닮아라?
로버트 폴렛의 경영관은 의외로 간단하다. ‘팔릴 상품을 제작하고 팔리게 하라’.
구찌 그룹에 취임한 뒤 몇 주 후 그는 직원들에게 값싼 디자이너 카피품(?)을 급속도로 유통시키는 시스템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스페인 하이스트리트업체 자라(Zara)를 본받으라’는 말을 던져 럭셔리 그룹에 대한 자부심을 가졌던 직원들을 당혹시켰다. 그 말 속에는 ‘럭셔리라는 틀에 연연해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제품을 만드는 실수를 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다.
즉, 예술인 척, 소비자를 가르치고 이끄는 척하는 태도를 버리고 소비자들의 욕구와 간지러운 곳을 알아서 반영한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좀더 편하게 적극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 지극히 당연한 이 같은 수익중심 논리는 럭셔리 그룹들이 쉽게 설파하지 못해왔던 일종의 터부로서 역시나 수익 중심의 경영마인드로 유명한 LVMH 그룹의 수장, 베르나르 아르노도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못한 부분이다.
‘자라의 마인드를 닮으라고?’ 로버트 폴렛은 다수의 소비자를 포섭하지 못하고 일부 팬들에게 ‘신’처럼 추앙받는 파워풀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톰 포드는 실속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고급 패션 하우스들이 ‘트렌드를 이끈다’는 자부심에 취해 비즈니스의 가장 표준적인 관행인 ‘소비자에게 어필, 매출을 구축한다’를 인정치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며 포커스 집단을 추출, 소비자들의 욕구와 반응을 분석하여 제품의 생산과 유통에 반영하는 기본 체제 도입을 독려했다.
또한 ‘소수 마니아를 위한 고급품’에 주력하던 톰 포드―도미니크 드 솔레와 달리 실크 스카프와 아이스버켓 등 실용적인 제품의 생산에 나섰고, 소비자의 마인드를 중심으로 제품 생산에 나서기로 천명해 패션계의 오랜 고민인 ‘소비자를 이끌 것인가, 소비자를 따를 것인가?’에 다시 불을 지폈다.
다시 말해 브랜드의 인지도를 충분히 활용하되 소비자에게 친근히 다가가, 쉽게 지갑을 열게 만드는 브랜드를 지행하겠다는 것. 이 같은 로버트 폴렛의 마켓중심형 경영 마인드는 과도한 로고 노출로 구찌의 이미지를 하락시키고 ‘컬트적인 고급스러움’이 약화되어 고정 고객을 잃게 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아시아와 미국 시장의 매출 증가로 일단 상황은 그의 편이 되고 있다.
「구찌」 라벨의 대중화
하지만 「구찌」의 전성기를 이끌어냈던 전임자 도미니크 드 솔레가 ‘럭셔리 하우스의 이노베이터’ 역할을 강조했던 것에 반해 ‘마켓’을 중시하는 로버트 폴렛의 접근법은 당장의 수익 증진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가치를 ‘싸구려’로 만든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실제로 일부에서는 「구찌」가 지나친 라이선스 사업을 통해 싸구려 브랜드로 전락한 피에르가르뎅 꼴이 될 수도 있다고 꼬집고 있을 정도. 그러나 로버트 폴렛은 그가 지향하는 것은 브랜드의 대중화가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소비자에 대한 인식을 좀더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구찌」의 싸구려론을 일축하는 모습이다.
‘밖으로는 소비자중심형, 안으로는 수익중심형 시스템’을 추구하는 로버트 폴렛은 앞으로 7년 동안 「구찌」 라벨 매출을 2배로 끌어올려 「세르지오롯시」 「스텔라맥카트니」 「알렉산더맥퀸」 등 아직 수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한 라벨의 매출을 상쇄하는 전략을 실천하고 있다. 또한 수익창출이 기대되는 레더 브랜드 「보테가베네타(Vottega Venetta)」에 대한 지원을 가속할 방침이다.
실제로 구찌 그룹의 2사분기 매출은 13% 상승한 7억8천900만달러로, 이 중 4억6천800만달러가 「구찌」 라벨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로버트 폴렛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구찌」 라벨을 다양한 부문으로 확대하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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