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대 말 어패럴업계를 휩쓸었던 브랜드 인수·합병 바람이 수그러든 지금 멀티브랜드 전략을 펼치던 럭셔리 업계는 그들이 매료되었던 멀티 브랜드 전략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 인수를 통해 세력확장을 꾀했던 「프라다」는 경기 침체와 소비 심리 저하로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고, 탄탄한 재력을 바탕으로 유명 브랜드를 휘하에 끌어들였던 럭셔리 제국 LVMH 역시 신규 인수를 자제하고 부실한 브랜드를 되파는 등 불필요한 투자를 최대한 줄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움직인다
비록 강약의 차이는 있지만 인수합병 전략을 벌이며 사세확장에 나서던 어패럴 그룹들은 이제 투자를 자제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유기적인 성장을 꾀하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외형적인 몸집 불리기보다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알뜰 경영체제로 돌입한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럭셔리 업계의 움직임은 멀티브랜드 전략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 ‘시장의 조건’에 따라 경영 전략의 색깔을 바꾸는 업계의 생존 방식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인수 바람이 불던 1990년대 후반기 럭셔리 업계는 수년간 지속되어온 매출 호조로 여유 자본이 축적된 업체가 많았고 적정한 후계자를 찾지 못해 매물로 나온 유명 브랜드 역시 새 주인을 찾고 있던 시기. 즉 수요와 공급 곡선이 시장 분위기와 절묘하게 맞물리던 시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럭셔리 업계의 매출 호조가 지속되고 일본 관광객이 몰려드는 시점에, 신규 고객을 창출하고 사세를 키울 수 있는 알짜배기 브랜드 인수에 나서지 않는 것은 눈 앞에 펼쳐진 진수성찬을 외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겨지던 시대였다.
가족경영체제로 움직이던 「프라다」가 「질샌더(Jil Sander)」 「헬무트랑(Helmut Lang)」 「쳐치(Church)」 「아제딘알레이야(Azzedine Alaia)」 「제니(Genny)」 「카슈(Car Shoe)」 등의 브랜드를 휘하에 거느린 럭셔리그룹으로 변신을 꾀한 것도 바로 이 시점이었다. 만약 미국과 일본의 경기 침체가 없었다면, 9·11 테러가 없었다면, 주식시장이 생기를 잃지 않았다면 「프라다」의 럭셔리 그룹 변신은 순풍을 탔을 것이다. 그랬다면 「프라다」의 알짜배기 브랜드 「펜디(Fendi)」의 지분이 ‘LVMH(헤네시루이비통)’으로 넘어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패럴 시장은 수많은 ‘만약’에 의해 재편성 되어왔고 많은 업체들은 ‘만약’이라는 변수를 예상하지 못했던 대가로 자본 압박이라는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인수 브랜드 선정에 문제가 있었나?
전문가들은 인수합병전에 뛰어들었던 업체들이 정작 인수할 브랜드를 선정하는데 치밀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브랜드 인수전을 펼치다가 유동 자본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프라다」가 섣부른 인수전을 펼치다 곤궁에 처한 업체중 하나. 「프라다」는 브랜드 인지도는 높지만 유통망이 취약한 브랜드를 앞 다퉈 인수하다가 인수 비용+유통망 구축 비용의 이중 부담을 지게 되었고 결국 잘 인수한 브랜드로 평가된 「펜디」를 팔아 넘기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현재 알려진 「프라다」의 부채는 8억달러에 달한다.
반면 멀티브랜드 전략이 단시간에 효력을 발생하는 ‘급처방’이 아니라 시장의 조건에 반응하는 ‘중장기 프로젝트’이며 라이센스 사업 축소·유통망 재구축 작업의 효과 역시 장기간을 필요로 하는 작업인 만큼, 경기가 되살아나고 수요가 뒷심을 받게 되면 럭셔리 업체의 멀티브랜드 전략이 효력을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석가들도 많다. 기력을 잃고 쇠퇴한 「입셍로랑」을 인수해 젊고 화려한 모습으로 변모시킨 「구찌」 그룹이 일정기간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처럼 각기 다른 색깔을 갖고 있는 브랜드를 한 식구로 모아 키우기 위해서는 일단의 적응기가 필요하다.
타겟 마켓이 겹치지 않았는가? - 브랜드 연방제
성공적인 멀티브랜드 전략을 펼치기 위해서는 각 브랜드의 타겟 마켓이 겹치지 않는지 충분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각 브랜드의 독자성과 차별성을 최대한 확보해야만 기존의 브랜드와 ‘밥그릇 다툼’을 벌이지 않고 신규 시장을 확대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멀티브랜드 전략의 최대 이점이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 사세 확장을 꾀하는 것인 만큼 다른 브랜드와 구별되는 타겟층을 가진 브랜드, 특징적인 디자인 컨셉을 가진 브랜드 선정이 필수적이다.
「구찌」 그룹의 성장을 가져온 원동력도 바로 타겟층이 차별화된, 유망한 브랜드를 인수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구찌」가 인수한 브랜드 리스트를 살펴보면 브랜드를 알아보는 「구찌」의 눈썰미가 잘 드러난다. 새롭게 변모시켜 기존 고객을 되찾고 신규 고객을 창출할 수 있는 전통있는 브랜드(입셍로랑), 매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젊은 디자이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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