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패션 모델의 흐름은 어떨까? 2006년 하반기 패션계를 강타했던 말라깽이 모델 논란이 점점 흥미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 7월 우루과이 출신의 모델이 극심한 다이어트 끝에 거식증 증세로 사망한 후 그 원인이 극도의 말라깽이 스타일을 추구하는 패션계의 관행 때문이라는 비난이 쏠리면서 비정사적 미를 추구하는 패션계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쉽사리 가라 않지 않고 있다.
패션계가 병적으로 말라깽이 모델을 내세우고, 이들이 아름답다고 인식되는 사회적 기류 속에서 많은 10대 소녀들, 나아가 일반 여성들까지 왜곡된 미의식과 자아상을 갖게 된다는 지적은 늘 패션계와 함께 존재해왔지만, 마드리드 시에서 체질량 지수가 미달된 모델들은 런어웨이 무대에 강제적으로 못 오르게 하는 공식적인 발표가 있은 후 시작된 패션계의 원죄 논란은, ‘미의 절대적 기준은 없으며 모델 선택권은 디자이너들의 미적 선택권’이라는 런던패션주간 집행위원들의 입장이 표명되면서 슬그머니 희석되는 듯 하다. 최근 패션 강국 이탈리아에서 너무 마른 모델은 무대에 설 수 없다는 일명 ‘모델 라이센스’ 도입이 발표되면서 말라깽이 모델 논장은 제2 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이탈리아, 모델 허가증 도입
사회적 비난을 받지 않는 건강한 모델, 거식증을 유발시키지 않는 적절한 체형의 모델에게 올해 밀라노 패션주간에 설 수 있는 ‘모델 라이센스’를 주겠다는 이탈리아 패션성의 발표는 상대적으로 패션파워가 약한 스페인 마드리드의 ‘체질량(BMI) 지수’ 논란에 비해, 그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밀라노는 단순히 모든 모델들의 꿈의 무대가 아니라 패션계의 모든 요소-디자이너부터 그들의 의상, 마케팅, 패션 비평가-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장소로 이곳 무대에 오르는 모델들의 모습은 패션계 내부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어떤 ‘기준’으로 작용하기 되기 때문이다.
잠잠해질 뻔했던 말라깽이 모델 논란에 재불씨를 일으킨 이탈리아 패션계의 이번 발표 내용은 올해 밀라노 레디투웨어쇼에는 인종적 신체특성을 감안해 키와 체중 대비 적절한 기준을 마련하고 이 기준을 만족시키는 ‘건강한’ 모델들만이 모델 허가증을 발행받게 된다는 것으로 일종의 모델사이즈 기준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결정의 효과는 시간을 두고 지켜 볼 일이지만 이탈리아 패션계에서 말라깽이 모델의 부정적인 사회적 영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적어도) 이를 개선하려는 전향적 자세를 취함으로써 런던패션주간 집행위 측의 ‘패션, 그리고 모델의 체형은 사회적, 정치학적 논란의 대상이 아니라 미적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는 지극히 자아도취적이고 예술가적인 인식에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리게 된 셈이다.
모델 라이센스 문제는 밀라노 시장과 이탈리아 패션협회(Camera della Moda)가 ‘패션계 자체의 윤리규정“ 문제를 다룬 연찬회에서 언급한 것으로서 말라깽이 모델 및 셀러브리티들의 왜곡된 미의식 전파에 패션계가 일조하고 있다는 자아비판이 담긴 것으로 조르지오아르마니, 카메론디아즈 등 말라깽이 붐에 우려를 표명한 디자이너 및 셀러브리티들의 발언과 같은 선상에 있다.
유수의 이탈리아 업체, 참여--파급력 있으려나?
그렇다면 밀라노와 이탈리아 패션협회에서 마련한 모델 라이센스의 조건은 무엇일까? 영양학자와 밀라노 시 공무원들이 포함된 위원회가 제시한 조건은 먼저 모델의 연령이16세 이상이 되어야 된다는 것으로, 갈수록 어려지는 모델들의 연령에 최소한의 제한을 두는 것으로 의미가 크다. 여기에 모델의 체질량 지수를 WHO의 규정에 맞게 18.5로 규정하되 인종별 특징차를 반영해 단순히 BMI 수치에만 의지하지 않는 융통성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종별 신체적 특징차를 무시하고 무작정 BMI에 수치를 기준으로 깡마른 모델을 규정, 체질적으로 뼈대가 약하거나 키가 크며 마른 건강한 모델들도 무대에 오르지 못해 비난을 샀던 스페인 마드리드의 BMI 규제조건보다 한층 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컬렉션에 참가하는 모델들의 사이즈를 좀더 다양화 한다-즉 좀더 체구가 큰 모델도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즉, 이탈리아 정부와 패션협회는 흔히 간과되고 있는 건강한 마른 체형과 거식증에 시달리는 깡마른 체형에 경계선을 긋고, 모델의 체형 범위에 대에 좀더 융통적 시각을 부여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 실제로 이번 규정은 베르사체, 프라다, 미소니 등이 포함된 이탈리아 패션협회가 주도한 것인만큼 디자이너와 모델 에이전시, 메이크업아티스트, 카메라맨 등 패션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동참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로 이번 규정에 서명한 이탈리아패션협회 회장 보셀리는 이탈리아의 모델 라이센스 규정이 전 세계로 확산되기를 희망했다.
그렇다면 밀라노 패션협회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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