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디자이너 라벨의 디자인을 카피,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은 하이스트리트 브랜드의 대명사 「자라(Zara)」, 그 성장세가 가히 공포감을 일으킬 정도다. 구찌의 CEO로 수익중심형 경영을 선포한 로버트 폴랫은 값싼 디자이너 카피품(?)을 급속도로 유통시키는 시스템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스페인 하이스트리트 업체 「자라」를 본받으라는 말을 던져 「자라」의 수익 파워를 실감하게 했고, 단순히 ‘디자인 카피품’으로 치부하기에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너무 호의적이어서 고집 센 패션계도 「자라」의 약진이 ‘디자인 카피’때문이 아니라 특유의 ‘시장을 읽고 적극 반영하는 빠른 움직임’이라는 점을 인정하게 되었다. 「자라」를 중심으로 스페인 브랜드의 힘을 느껴보자.

실제로 스페인의 대표적 하이스트리트 브랜드 「자라」는 이제 단순히 ‘카피 아이템’을 판매하는 유통업체가 아니라 ‘독특한 스피디 순환 시스템’을 갖춘 색깔 있는 패션 거두로서 패션업계에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또한 이탈리아의 「베네통(Benetton)」, 벨기에의 「C&A」, 영국의 「막스&스펜서(Marks & Spencer)」가 한때 누렸던 영광 이상의 반응을 얻으면서 더욱 적극적인 유통망 확대전략을 펼치고 있어, 「자라」의 세력은 이전 세계를 지배했던 스페인 함대의 파워를 연상케 한다.
스페인의 유통 거두, 인디텍스
그렇다면 「자라」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패션계의 수익 벤치마킹 타겟으로 성장한 「자라」는 스페인의 유통 거두 인디텍스(Inditex)의 일원으로, 인디텍스는 56개국 2천244개 매장에서 트렌디하고 값싼 ‘패스트 패션’을 판매하면서 스페인 하이스트리트 패션의 파워를 보여준 선구자다.
「망고(Mango)」나 「꼬르떼피엘(Cortefiel)」, 「쁘로노비아스(Pronovias)」 등 후발 스페인 라벨들이 패션계에 ‘패스트 패션’ 파워를 전파하게 된 것도 ‘패스트 패션’의 토양을 닦아놓은 인디텍스 덕분이다. 실제로 안델루시아 출신의 디자이너 빅토리오&루치노는 「자라」의 모기업 인디텍스의 이사로, 또한 「자라」의 책임자로 활약해 온 에드와르도 마르땡 까르도나를 영입, 그들의 오뜨꾸뛰르 컬렉션을 세련되게 만들었다. 또한 일본과 유럽의 유통망을 구축하는 책임을 맡겼을 정도로 「자라」가 갖고 있는 파워는 단순한 ‘디자인 카피 브랜드’ 이상이다.
하지만 15년 전 「자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스페인은 패션 수출국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값싸고 트렌디하고 발빠른 아이템 순환’이라는 콘셉트를 들고 나온 「자라」는 스페인시장은 물론 유럽시장을 사로잡는 파워를 발휘했고, 이제 스페인 하이스트리트 라벨은 세계 패션시장에서 독자적 기반을 가진 엄연한 ‘수출국’으로 성장하게 되며 스페인 어패럴 사업의 붐을 일으켰다.
치고 올라오는 중국, 치솟는 석유 가격
하지만 적극적인 세력 확장을 펼치고 있는 「자라」 앞에 암초가 나타났다. 패션계 모두 앓고 있는 고질병―중국에서 수입되는 값싼 섬유―때문에 저렴한 가격임에도 시장경쟁력에 노란 신호가 뜬 것이다.
스페인보다 값싼 노동력이 풍부하고 하청 제작을 통해 생산 노하우가 생긴 중국이 세계 하이스트리트 시장에 잠재 파워로 떠오르며 긴장감을 불러일으키자 「자라」는 재빨리 일부 베이직 아이템 등의 생산을 노동력이 싼 모로코나 아시아 하청업체에 맡겨 생산단가를 줄이고 특유의 디자이너 풍 터치는 스페인 국내에서 완성하는 ‘이중 생산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 오일가의 지속적 상승과 높은 실업률 때문에 유럽 소비자들의 의류 구매비용이 줄어들어 예기치 않은 고민이 늘어났다.
긴축 소비에 들어선 유럽 소비자들이 아웃렛 매장에서 판매되는 값싼 의류를 구입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치고 올라오는데다 「자라」의 가장 큰 시장인 유럽시장에서 뜻하지 않은 암초에 부딪히자 적극적인 유통망 확대전을 펼치고 있는 「자라」의 성장전략에 일부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내부적으로 일고 있다.
성장의 노란불
전문가들은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노동력이 싼 해외시장을 생산기지로 활용하게 되면 스피디한 ‘패스트 패션’을 지향하는 「자라」의 성장세에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한다.
생산기지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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