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테러 후유증, 미-이라크 전쟁 발발 가능성 등의 치명적인 악재 탓에 구찌, 프라다, LVMH, 베르사체 등 유력 럭셔리 브랜드들이 온몸을 움추리고 있는 틈을 타 럭셔리 시장 진입을 노리는 업체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마르조또의 럭셔리 꿈
럭셔리 시장진입에 나선 대표적인 주자는 이탈리아의 마르조또(Marzotto). 정장용 원단 및 남성복 사업을 펼쳐왔던 마르조또는 「발렌티노(Valentino)」 인수를 계기로 본격적인 럭셔리그룹으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다.
텍스타일 사업과 남성복 라이센스 사업을 펼쳐왔던 마르조또는 적자가 심화되는 텍스타일 사업 의존도를 대폭 줄이고 알짜배기 패션 브랜드 「휴고보스(Hugo Boss)」와 라이센스 스포츠웨어 컬렉션 「필립모리스(Philip Morris)」 사업에 집중하는 편이 실리적이라고 판단해왔다. 「발렌티노(Valentino)」를 HdP로부터 인수한 것도 매출 부진에 시달리지만 럭셔리 브랜드의 명성을 간직하고 있는 「발렌티노」를 재정비해 럭셔리 그룹으로 변신하기 위한 선봉장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마르조또는 「휴고보스」를 제외하고는 「보르고피오리(Borgofiori)」 「레볼레(Lebole)」 등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를 보유해 왔기 때문에 럭셔리 브랜드로 국제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발렌티노」 인수는 패션사업의 격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촉진제가 됐다.
·사업 구조 정비, 병행-브랜드 연방체제
10년 전만 해도 마르조또는 최상의 품질을 인정받으며 럭셔리 브랜드들의 원단 주문이 줄을 이었지만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내세운 중국과 아시아 지역의 원단업체들과의 경쟁에 밀리면서 사업 체제를 정비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에따라 마르조또는 「미쏘니」의 세컨드 라인 「M」, 「지앙프랑코페레(Gianfranco Ferre)」 어패럴 라인 등을 라이센스 전개하는 한편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왔지만 지난 2000년 IT홀딩이 「지앙프랑코페레」의 소유주가 되면서 「페레」의 라이센스 계약이 종결되는 등 라이센스 사업의 한계를 느껴왔다.
지난 1991년 마르조또의 패션 매출은 그룹 전체 매출의 52%를 넘어서면서 원단사업부문을 앞질렀고 지난 2001년 「발렌티노」를 인수하기 직전에는 전체 매출의 80%가 패션부문에서 일어나 패션기업으로의 면모를 갖췄다. 「발렌티노」 인수는 이 같은 사업구조변화를 한층 더 촉진시켜 질적인 변화을 꾀하는 마르조또 꿈의 시발점이다.
럭셔리 패션그룹으로 변신을 꾀하는 마르조또는 브랜드 변신은 물론 기업구조조정도 병행하고 있다. 먼저 텍스타일 사업과 어패럴 사업을 분리했으며 어패럴 사업부문은 브랜드마다 경영과 재정을 독립으로 운영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마르조또는 각 브랜드의 운영과 유통 구조를 전체적으로 조율하고 디자인과 생산, 영업은 산하 브랜드들이 독자적으로 챙기는 연방형 체제로 효율의 극대화를 꾀했다.
미국 패션기업에서 볼 수 있는 브랜드 연방체제는 일반적인 이탈리아 패션업계에서는 진일보한 사업 구조로, 패션사업에 대한 마르조또의 의지와 기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주주들에게 단기 이익보다는 중장기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 뼈대있는 경영체제를 갖추는 것 역시 마르조또가 꾀하고 있는 사업 체제 재구축의 한 축이다.
·험난한 럭셔리의 길-젊은층이 열쇠
그러나 럭셔리의 길은 멀고 험하다. 마르조또가 기대하며 시작했던 「휴고보스(Hugo Boss)」 여성 라인 사업이 디자인 정체성 부족, 경영혼선, 부적절한 가격책정 등 악재가 겹치면서 예상에 훨씬 못미치는 결과를 거둔 것이다. 패션 지향적인 젊은층을 타겟으로 했지만 이들의 마인드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실수.
마르조또는 구태의연한 디자인은 과감히 삭제하고 보다 젊은 디자인으로 아이템을 재구성한 유럽풍 여성라인으로 재정비, 2004년까지 「휴고보스」 여성 라인을 패션사업의 한 축으로 키우는 한편 액세서리, 진스 부문에 「발렌티노」 라이센스를 확대, 매출 증진은 물론 럭셔리 그룹으로 힘을 키워가겠다는 전략이다.
럭셔리업계의 배타성을 잘 알고 있는 마르조또는 기존의 럭셔리 구매층과 다른 젊은층을 고객기반으로 노리고 있다. 럭셔리업계의 막강 소비층으로 떠오른 젊은층을 흡수하는 편이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는 중장년 럭셔리 고객을 빼오는 것보다 디자인 차별성은 물론 유통라인 구축에도 이득이 된다는 판단이다. 마르조또가 「발렌티노」 상표로 액세서리·진스 사업분야에 진출을 꾀하는 것도 바로 상대적으로 수입이 낮은 젊은층에 보다 쉽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
액세서리와 진스는 다른 어패럴라인보다 상대적으로 가격 접근이 쉬워 럭셔리의 품격을 입고 싶어하는 젊은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마르조또는 기존의 「발렌티노」 가격대보다 낮은 젊은 디자인의
예정현 기자
< michel@fashioninsight.com>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