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직으로 돌아간다 - 트렌디 패션 퇴각
지난 2년 동안 지속된 ‘패션지향적인 패션’에 질린 탓인가? 트렌디한 패션의 물결 속에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던 미국의 패션기업들이 2003년 지극히 베이직한 스타일, 베이직한 아이템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클래식 진을 바탕으로 약간의 모던함을 가한 베이직 진 ‘타입원(Type 1)’ 라인을 전방에 내세운 「리바이스(Levi’s)」 과도한 색상과 스타일 변형을 자제하고 심플한 스타일의 스니커즈로 방향 전환한 「리복(Reebok)」, 베이직 중심형 머천다이징 구성으로 재기의 기반을 다지는 「갭(Gap)」 등 대다수의 브랜드는 트렌디한 아이템을 밀어내고 베이직한 아이템 물량을 늘리면서 재고발생도가 낮은 현실적 사업체제로 변신하고 있다. 변덕스런 10∼20대층이 주타겟인 트렌디 아이템은 신상품 출하 주기가 짧아 디자인팀과 제작팀에 심한 압박감을 주었고, 새로운 스타일을 내놓으면 곧바로 카피 제품이 돌면서 독창성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더구나 소비자의 눈길을 끌지 못하고 매장 뒤쪽에 쌓여 가는 트렌디 아이템이 재고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업체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리바이스」 「갭」 「리복」의 베이직
이제 매력만큼 함정도 많은 트렌디 집중형 모형의 생태를 깨달은 업체들이 여전히 고객의 다수를 이루는 ‘베이직 지향적인’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는 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이다. 베이직 지향적인 고객은 패션지향적인 고객보다 ‘브랜드 충실도’와 ‘구매 충실도’가 높아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따라 브랜드를 바꾸는 패션지향적인 고객보다 충실한 고객으로 움직여왔고, 수입이 불규칙한 10∼20대가 주류를 이루는 패션지향적인 고객보다 안정적인 수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매출을 구축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리바이스」 ‘Type 1’ 진은 과도한 염색이나 가공법을 사용하는 대신 클래식한 인디고 색상을 그대로 유지하고 허리선은 ‘타협할 수 있는 선에서 낮게’ 조정하는 쪽으로 디자인을 변경, 클래식과 모던함을 조화시켰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클래식 스타일보다 포켓 스티칭을 두드러지게 재봉하고 리벳(Rivet)과 버튼이 커졌다는 정도. 재킷 역시 과도하게 작고 짧은 스타일을 벗어나 좀더 테일러드한 느낌을 강화시켜 연령의 「갭」을 느끼지 않고 부담없이 입을 수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와 더불어 「리바이스」는 보석장식이 박힌 ‘Type 1’ 진을 따로 마련, 트렌디를 즐기는 고객을 배려하는 모습도 잊지 않고 있다.
누구보다 트렌디 아이템의 암초를 처절하게 깨달은 「갭」은 베이직 중심의 머천다이징을 재구성하면서 재기의 신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월 「갭」은 매출 6% 증가를 기록하며 2년 만에 처음 매출 증가세로 돌아서 베이직의 힘을 수치로 증명했고 美 크리스마스 시즌 어패럴 매출이 예년만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갭」의 부츠컷 진, 터틀넥, 스웨터, 니트 스카프에 높은 호응을 보이며 베이직에 강한 「갭」의 정통성을 재확인시켰다.
베이직의 파워를 잘 알고 있는 또 다른 브랜드 「나이키」는 20년 전에 첫선을 보인 이후 베스트셀러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고 있는 ‘Air Force 1’ 농구화 라인의 심플하고 깔끔한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하되 색상에 변화를 준 제품을 매년 출시, 지난해만 800만 켤레를 판매하는 저력을 보였다. 「나이키」는 올해 과거 인기를 끌었던 베이직 스타일과 빈티지 스타일 스니커즈를 전진배치하고 과도한 컬러와 디자인을 가미한 트렌디 스니커즈의 물량을 줄이는 등 베이직 중심적인 머천다이징을 구성하고 있다.
한편 래퍼 제이즈(Jay-Z)와 손잡고 올 6월 ‘S. Carter Colletion by Rbk’을 런칭하는 「리복」은 과도한 색상대신 심플한 색상(white+white)을 활용, 깔끔하고 물리지 않는 베이직한 멋을 살리는 쪽으로 디자인 방향을 잡았고 단순한 디자인으로 구성된 자체 라인 ‘클래식’을 마케팅 전방에 내세워 베이직을 즐기는 고객을 흡수할 계획이다.
■독특함으로 승부한다 - ‘개별화된 룩’
2003년 패션계의 또다른 흐름은 ‘독특함’를 강조하는 현상이다. 의류와 액세서리를 한정본으로 주문·제작하는 컨셉이 바로 독특함에 어필하는 전략이다. 맞춤제작 컨셉을 도입한 「구찌」는 구매자의 의사를 적극 반영한 일련의 시리즈를 한정본으로 런칭, 나만의 것을 원하는 심리를 적극 공략하고 있으며 「에스카다」는 주문형 제작 핸드백 라인 ‘마가레타(Margaretha)’를 선보여 고객의 호흥을 얻고 있다.
디테일이 강조된 패브릭·모던과 에스닉 융합
럭셔리한 패브릭(실크·울·캐시미어)과 합성섬유를 혼방해 독특한 감성을 표현하는 실험은 2003년에도 계속된다. 다만 지난해 주를 이뤘던 화려한 색상대신 자수와 비드, 독특한 장식 등이 패브릭 전반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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