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베네통(Benetton)」이 있었다면 2000년대에는 「디젤(Diesel)」이 있다. 시선을 끄는 도발적인 광고부터 AIDS로 죽어 가는 남자, 신부와 수녀, 흑인과 백인, 폭력적인 데모 장면 등 끝없는 논쟁과 시선의 중심에 서있던 「베네통」이 이미지 재정립에 들어가며 광고 톤을 조정한 지금, 패션 진 브랜드 「디젤」이 그 공백을 채우고 있다.
브랜드 컨셉과 광고 컨셉 일치
사회적인 이슈가 중심이 되었던 「베네통」과 달리 「디젤」의 광고는 도발적인 광고가 주를 이룬다. 골반 뼈가 그대로 드러날 정도로 밑 위가 짧은 로우라이즈 진, 몸의 곡선을 강조하는 화려한 실루엣, 슬릿과 화려한 디테일로 대변되는 브랜드답게 과감한 흑백처리, 초점을 흐려 상상을 유발하는 섹시한 자태의 모델들이 등장하는 영화 스틸 같은 광고는 ‘광고=브랜드 이미지’라는 단순 명료한 공식을 효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스타일 컨셉과 광고 컨셉이 일치하는 「디젤」의 광고철학은 베이직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브랜드 컨셉과 거리가 먼 ‘사회적인 광고’를 내세웠던 「베네통」이 빠져들었던 ‘광고 속에 브랜드 본래의 이미지가 묻혀버리는’ 모순을 피할 수 있게 해준 요인이다. 또한 사회적인 이슈에 약간의 유머를 섞어 분위기를 완화시키는 방법 역시 과도한 논란을 피해가는 「디젤」 특유의 광고 기법.
유쾌한 상식 깨기
24년 전 어패럴 업계에 첫 발자국을 내디딜 때부터 「디젤」은 럭셔리 업계의 상식을 깨는 접근법을 채택했다. ‘데님=베이직’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섹시한 실루엣과 디테일이 돋보이는 패션 진 카테고리를 만들어 냈고, 이미 15년 전 생소했던 개념인 ‘입은 듯한 낡은 데님’ 을 집중 개발해 변치 않는 패션 트렌드 ‘낡은 빈티지 룩’의 기반을 닦아냈으며, 200달러가 넘는 고가의 럭셔리 진 시대를 선포, 베이직에 머물렀던 데님을 패션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등 「디젤」의 역사는 고정관념 파괴史와도 같다. 「디젤」은 1995년 어패럴업계 최초로 인터넷을 고객과 대화하는 수단으로 도입한 선구자 집단의 일원이기도 하다.
고객과 교감구축 -- ‘풀어봐야 보이는 광고’
럭셔리 스타일을 추구하는 럭셔리 패션 진 브랜드이지만 오뜨꾸뜨르 브랜드가 즐겨 사용하는 고급스런 이미지, 완벽한 몸매의 모델과 배경을 과감히 털어 버리고 자유로운 스타일의 비만한 모델을 등장시켜 ‘격이 다른 품격, 다양한 스타일’을 비틀어 강조한 「디젤」의 젊은 광고 컨셉은 소비자와 「디젤」 만이 아는 은밀한 암호를 전달하듯 ‘풀어 봐야 보이는 광고’ 기법의 틀을 만들었다.
세계화를 반대하는 데모대의 모습을 차용한 「디젤」 광고를 살펴보면 이 같은 속성이 잘 나타나 있다. 흑백으로 처리된 사진 속에는 세계화를 성토하는 피켓을 든 젊은 데모대들의 모습이 빼곡이 담겨있다. 그들의 표정과 모습은 사회적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듯 단호하고 공격적이지만, 그들이 들고 있는 피켓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목욕물을 나눠 써라(Share your Bathwater)” “어머니를 존경해라(Respect your mother)” 같은 재기 발랄한 문구가 쓰여있다. 잔뜩 긴장시켰다가 뒷통수를 치는 유머를 자랑하는 이 광고 어디에도 「디젤」의 로고는 없다. 단지 한 귀퉁이에 조그만한 프린트로 「디젤」의 웹사이트 주소 www.Diesel.com이 쓰여있을 뿐이다. 시선을 끌지만 반감을 이끌지 않는 이 같은 광고는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젊은층의 심성과 잘 들어맞는다.
기존의 관념을 뒤엎는 「디젤」의 광고 감각과 스타일 감각은 「디젤」의 주타겟인 20대는 물론 여유있는 생활을 즐기는 오뜨꾸띄르 브랜드의 고객들까지 흡수하는 효과를 얻었으며, 남과 다른 스타일을 즐기는 유명연예인들은 물론 경박한 트렌드를 경멸하는 디자이너 칼라거펠트까지 주고객 리스트에 올려놓았다. 「디젤」 데님을 통해 데님의 멋에 흠뻑 빠진 칼라거펠트는 아예 「디젤」과 손잡고 자신의 스타일을 덧붙인 데님 라인 「라거펠트갤러리(Lagerfeld Gallery)」를 런칭, ‘데님의 오뜨꾸뜨루化’에 앞장서고 있다.
이와 같은 「디젤」의 상식깨기는 오뜨꾸뜨르업계의 데님에 대한 시각을 바꿔놓았을 뿐 아니라 베이직에 안주해있던 「리바이스」 「리」 등 베이직 데님의 변화를 촉발시켰다.
타겟중심적인 매체 선정, 국소적 광고
매체활용에 뛰어나다는 점 역시 「디젤」의 개혁성을 돋보이게 하는 점이다. 「디젤」은 한정된 유통망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정통 오뜨꾸띄르 브랜드와 달리 MTV, 광고 카탈로그, 인터넷 등 타겟 집단이 확실한 매체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이는 TV나 라디오 등 광범위한 소비층을 대상으로 한 일반 어패럴 브랜드와도 차별되는 방식으로, 타겟 고객에 충실한 「디젤」의 효율적인 광고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디자이너 평균 연령 25세
예정현 기자
< michel@fashioninsight.com>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