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ant Peace’ ‘No War’ ‘Say No’ 등 반전 문구가 박힌 티셔츠가 의식있는 사람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잡은 지금, 정치적인 문구나 어떤 사상을 표현한 문구를 의류에 도입하는 것이 매출 증진의 요소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티셔츠 - 메시지 전달 장치
‘문자(letter)’가 패션의 중요한 속성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브랜드의 로고를 패셔너블한 프린트로 사용하거나 유머러스한 문장·영화 대사·만화 대사·의성어 등을 티셔츠나 재킷의 포인트 장식으로 활용하는 것은 어패럴 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특히 문자(letter)나 대화(converstaion)를 의류의 프린트로 등장시킬 경우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오는 효과가 발생되고, 어떤 글자체를 어떻게 배열하느냐에 따라 옷의 분위기를 차별화 할 수 있기 때문에 문자는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이렇듯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주의를 집중시키는 효과를 갖고 있는 문자는 주로 스타일을 살려주는 일종의 그래픽이나 프린트 재료로 활용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정치적인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빈번히 활용되고 있다.
슬로건 티셔츠 - 정치적인 문구 담아
미-이라크 전을 계기로 정치적인 문구가 쓰여진 티셔츠의 수요가 늘고있는 것은 문자가 갖고 있는 ‘연대감’ 표출력의 파워를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No War’ ‘Peace on earth’ 등 정치적 의사를 담은 티셔츠를 입게 되면 반전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간에 연대감이 구축되고 집단적인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는 외부적인 파워를 갖게 된다. 즉 티셔츠가 정치적 주장을 표시하는 일종의 슬로건 역할을 해내는 것이다.
슬로건 티셔츠(Slogan T-shirts)란 대화를 유발시키는 문구가 담긴 티셔츠. 환경·산림보호 단체, WTO 반대연대, 국제 인권위원회 등의 단체가 거리 시위에 나설 때에도 자신들의 주장이 담긴 티셔츠를 즐겨 입고 등장하는데, 그 역시 ‘움직이는 슬로건’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고 동조자를 유인하기 위한 전술이다.
정치적인 의사집단들은 집회비용, 또는 단체 운영비의 일부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정치적인 의사를 표현한 티셔츠를 제작·판매하는 행사를 갖기도 한다. 이는 가격 부담이 적고 부담 없이 입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정치적 의사표현에 참여한다는 심리적인 기반을 제공해 젊은 층으로부터 호응이 높다.
정치·환경·인권 문제에 관심이 높은 젊은 층은 과격한 정치적인 문구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열광적인 집단 의식을 보일 정도로 슬로건 티셔츠에 매력을 느낀다. 그런 만큼 정치적인 문구가 적힌 티셔츠는 때론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반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정치적인 문구를 극단적인 상업적 목적에서 활용할 경우 젊은 층의 사고를 부정적으로 조작하는 장치로 악용될 수도 있다.
히틀러까지 등장
정치적인 문구가 담긴 슬로건 티셔츠를 입는 것이 ‘멋진 행위’로 인식되면서 다양한 문구가 의류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논쟁이 될만한 문구를 의도적으로 담아 관심과 우려가 섞인 시선을 동시에 받고 있다.
호주출신 디자이너 쥴리몬티가 제작한 티셔츠가 그 주인공.
배우에서 디자이너로 변신한 쥴리몬티는 히틀러·종교 조롱·성적 학대 등 논쟁거리가 높은 주제를 살짝 비틀은 문구와 그래픽이 담긴 티셔츠를 제작, 젊은 층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How's Ya Father?(너네 아빠는 어때?)’라는 묘한 뉘앙스의 라벨로 제작되는 쥴리몬티의 티셔츠는 각 이미지 당 100벌씩 한정 판매하는 전략을 통해 수집가들의 수집 품목에 오르는 등 톡톡한 마케팅 효과를 얻고 있다.
몬티를 주목하게 만든 ‘Hitler With a Sense of Humor(유머있는 히틀러)’티셔츠는 혀를 내밀고 있는 히틀러의 얼굴과 나찌의 십자 표시가 담겨 있다. 이는 히틀러를 찬양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히틀러를 상업적인 캐릭터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히틀러를 만화처럼 귀엽게(?) 희화한 그림과 나찌의 십자 표시가 원래는 ‘재생(Rebirth)’을 의미하는 것이었다는 설명을 곁들인 그녀의 티셔츠는 히틀러와 나찌 만장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시킬 뿐 아니라 역사적인 전범 히틀러를 ‘인간적’인 인물로 포장할 우려를 낳고 있다.
하이엔드 디자이너도 한몫 - 논쟁은 마케팅 수단
하이엔드 디자이너들 역시 논쟁이 될만한 소재를 디자인에 반영한다.
디자이너 칼라거펠트가 선보인 이슬람 경전 코란의 문구로 장식한 「샤넬」 바디스, 탈무드 경전에서 영감을 얻은 「장폴고띠에」의 의상, 노숙자들의 옷차림을 본뜬 의상을 캣 워크 쇼에 올린 존갈리아노 등은 하이엔드 브랜드 역시 ‘논란’을 ‘마케팅’재료로 삼는데 주저하지 않는 패션계의 속성을 보여준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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