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부터 패셔니스타들을 열광시켰던 네오히피 풍 보호(Boho) 스타일이 어느새 뒷자리로 물러나고 깔끔한 커팅과 구조적인 실루엣이 패션계로 복귀했다.
런던패션위크 동안 패션쇼 무대를 주도했던 스타일만 봐도 개성적인 믹스&매치 스타일을 부르짖던 보헤미안 스타일은 사라지고, 형태와 드레이프에 집중한 손이 많이 간 듯한 스타일로 보호의 대명사였던 시에나 밀러는 이제 스타일 변신이 필요할 듯하다.
디자이너 질레스 디콘은 린다 에반젤리스타, 스텔라 테넌트 등 톱 모델을 무대에 올려 우아함과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선보였는데, 반짝이는 실크가 조각되듯 매칭된 낙낙한 트레피즈 형 코트는 관객의 찬사를 끌어냈다.
디콘은 과장된 실험이나 디테일보다는 고급스런 실크가 갖고 있는 속성이 최대한 드러나도록 깔끔한 라인과 심플한 형태에 집중했다고 밝히면서 세미 꾸뛰르 디자이너의 자신감을 드러냈으며, 등에 지퍼가 달리고 패널이 삽입된 숏 트레페즈 드레스와 적당한 볼륨이 가미된 벨 모양 스커트, 시폰의 드레이프성을 최대한 활용한 블랙 드레스, 코르셋 뷔스티에가 달린 드레스 등은 단정하지만 매력적인 여성미에 대한 애착을 읽을 수 있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모던하지만 스타일리시한 스타일이 새로운 런던의 트렌드로 떠오른 것.
디자인 듀오 이나이소리베리오 & 수잔클레멘치는 블랙과 화이트 줄무늬가 도드라진 재킷과 드레스, 중앙에 원형 심볼을 장식한 스웨터, 피케 등 뻣뻣한 질감의 소재를 사용한 아이템으로 그래픽한 ‘모드(mode)’ 룩을 구현, 신선한 느낌을 자아냈다. 블랙이 전체적인 색조를 지배한 가운데 컬러와 패턴으로 악센트를 주었고 꽃으로 장식한 헬멧, 에스빠드릴, 프린트 백은 화려한 니트와 장식으로 인정받은 클레멘츠 리베리오의 면모를 드러냈다.
크루아티아 출신의 디자이너 듀오 가란디스트록 또한 형태와 드레이프에 주력한 의상을 통해 뉴글래머를 정의했는데, 폭넓은 허리띠로 볼륨감을 적절히 통제하거나, 바스트에 플리팅 주름을 잡은 풀 시폰 스커트는 계산된 형태와 볼륨감의 매력을 살려냈다.
한편 우아한 비치웨어와 스타일리시한 홈 프러덕트로 이름 높은 알레그라 힉스는 대담한 프린트나 가벼운 패브릭으로 제작한 카프탄 외에도 허리선을 끌어올린 드레스와 퍼프 슬리브 블라우스, 풀 스커트, 늘씬한 드레스와 화이트 카디건, 스커트를 배치하는 등 볼륨과 형태에 신경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보호 트렌드가 강세를 띠던 시절, 노동력이 싼 지역에서 생산된 값싼 하이스트리트 라벨의 강세에 움츠러들었던 디자이너들은 섬세한 수작업과 크리에이티브를 펼치는 데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디자이너 제시카 오그덴도 그 중의 하나. 그녀는 형태와 볼륨, 구조감이 다시 패션계 전방에 나서는 것을 알리듯 손이 많이 가는 패치워크와 그래픽 체크, 길이가 짧은 풀 스커트, 넓은 커프스가 달린 반바지 등을 무대에 올려 새로운 트렌드에 합류했다. 시리얼한 느낌을 주는 기린, 토실토실한 사과, 풍만한 새 모양 등의 장식은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
반면 폭넓은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는 디자이너 니콜 파히는 로맨틱한 레이디라이크 스타일을 추구한 듯하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데이지 모티프나 플로럴 패턴이 가미된 슬림한 실루엣과 아일릿을 가미한 와이드 벨트의 만남은 로맨틱하기보다는 피로해 보였고, 플리츠 스커트가 달린 심플한 화이트 드레스는 니콜 파히 특유의 디자인 감성보다는 무찌시아 프라다의 컬렉션을 연상시킨다는 평이다.
하이스트리트 브랜드로서는 최초로 런던패션위크에 참여, 가장 큰 주목을 받은 「톱숍」 은 후세인 샬라얀을 연상시키는 코튼 저지 드레스, 발렌시아가 풍 울트라와이드 팬츠, 버버리 레인코트에 어울릴 법한 타이트한 크롭트 팬츠 등 디자이너의 오리지널에 독자적인 변화를 준 듯한 작품을 무대에 올려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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