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Gap)」과 함께 지난 1980∼1990년대 어패럴업계의 선두에 섰던 「토미힐피거(Tommy Hilfiger)」가 변신을 꾀하고 있다. 미국적인 스포티 캐주얼을 표방하며 성공 신화를 그렸던 「토미힐피거」는 과도한 유통망 확충, 아이템 차별성 약화, 고객 확보 미진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매출부진, 경영 기반 약화 등 고전을 겪어왔다.
존스어패럴 인수?
「토미힐피거」의 변신을 촉발시킨 요인은 흔들리는 브랜드를 다시 세울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내부적인 판단과 「갭」의 성공적인 재기 움직임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 베이직 신화를 기록하며 추종자를 거느렸던 「갭」이 방만한 유통망 확충과 소비자의 마인드를 읽지 못한 아이템 구성, 효율적인 재고 관리 실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가 타이트한 경영 체제 개편, 베이직 중심의 머천다이징 구성, 철저한 재고 관리, 불필요한 유통망 정리 등 뼈아픈 노력을 통해 재기의 전환점을 마련한 사례는 유사한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토미힐피거」의 분발을 촉구했다. 이런 와중에 업계에서는 존스어패럴(Jones Apparel)이 탄탄한 재정 능력을 기반으로 「토미힐피거」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토미힐피거」가 브랜드 회생을 위해 전문 경영 체제와 재정 기반을 갖춘 어패럴 제국의 그늘에 들어가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로고의 변신 - 로고 은닉
「토미힐피거」의 최근 광고에서도 변혁을 꿈꾸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미국적인 모델을 기용, 「토미힐피거」 로고가 돋보이는 도회적인 광고톤을 유지해왔던 과거와 달리 최근 광고는 로고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젊은 남녀가 해변에서 즐기고 있는 모습을 등장시켜 ‘모호하지만 여유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토미힐피거」 로고가 돋보이는 옷차림을 한 모델이 도시를 배경으로 활기차고 대담한 모습을 보이던 과거의 광고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특히 레드·블루·화이트로 구성된 로고를 제품 전면에 부각시키던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로고를 숨기고 제품을 부각시킨 모습은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토미힐피거」로 변신하려는 하나의 선포(statement)로 이해된다. 「후부(Fubu)」 「에코(Ecko)」 「팻팜(Phat Farm)」 「션존(Sean John)」 등의 신규 어번 캐주얼 브랜드가 독특한 특색과 타겟 중심형 디자인과 마케팅을 통해 고객 기반을 넓혀 가는 동안 로고를 이용한 별 특성 없는 제품을 지속 보급한 「토미힐피거」는 시장을 급격히 잃어 갔고 시장에서 비슷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3대 브랜드-「폴로진스(Polo Jeans)」 「노티카(Nautica)」 「토미힐피거」 - 중에서도 가장 많은 고객을 잃는 결과를 초래했다. 로고 은닉은 결국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의지인 동시에 새롭게 탄생되는 「토미힐피거」의 상징인 셈이다.
변신의 몸짓 - 시선을 끌자
지난 1999년 5월 한 주당 41달러6센트의 상한가를 기록했던 「토미힐피거」의 주가는 최근 1/8에 불과한 5달러73센트로 마감하며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부진한 매출 역시 「토미힐피거」를 옥죄는 부분.
여성복과 아동복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남성 매출은 11.7% 하락했고 한때 매출의 일등 공신이었던 진스 비즈니스는 끝없이 추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급해진 「토미힐피거」는 미국 내에서 운영중인 44개의 스페셜티 매장 중 37개의 문을 닫고 ‘변혁을 추구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서 심플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광고를 제작하고, 유명 해변에서 연속 아마츄어 모델 콘테스트를 펼치면서 소비자의 참와 매스컴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소비자의 직접 참여를 바탕으로 한 이 같은 광고 마케팅은 「토미힐피거」에 대한 소비자의 애정을 되살리고 투자자들에게 ‘발로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소비자 참여 마케팅 방식은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 모델을 뽑는 대대적인 행사를 벌여, 일정 소득을 얻은 「갭」의 마케팅과 유사한 점이 있다.
경영진 개선 답보
그러나 외형적인 개선 의지와 달리 경영진의 쇄신 의지가 눈에 띠지 않아 「토미힐피거」의 실질적인 변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갭」의 신화를 일으켰지만 「갭」의 체질 개선을 위해 CEO 자리에서 물러났던 드렉슬러와 달리 디자이너 「토미힐피거」가 여전히 CEO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 CEO 자리를 내놓겠다는 암시를 했던 「토미힐피거」는 지난달 명예 회장이라는 타이틀과 수석 디자이너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천명, 진정한 변혁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새로운 CEO나 디자이너가 오더라도 「토미힐피거」가 전성기의 영광을 되찾기 힘든 판국에 경영진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로 진정한 변혁을
예정현
< michel@fashioninsigh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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