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컬러의 니트, 사회적 이슈를 자극적으로 표현한 광고를 통해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베네통. 방만한 곁가지 사업 확대와 비효율적인 유통 시스템, 스캔덜러스한 광고와는 달리 ‘얌전하고 무난한 스타일’로 일관된 머천다이징, 「H&M」이나 「자라」 등 값싸고 트렌디한 하이스트릿 라벨과의 경쟁에 밀리면서 매출 부진에 시달린 후, 패션 중심의 사업 편성을 통해 재기의 기회를 다지고 있는 베네통이 브랜드 런칭 40주년을 맞이했다.
창설 40주년 기념으로 최초로 개최된 런어웨이 쇼에는 1955년 쥴리아나 베네통이 처음 브랜드를 런칭했을 때 선보였던 핸드 니트 옐로우 스웨터부터, 베네통의 대명사격인 컬러 블록 스웨터, 네오핑크 플레이드 아이템은 물론 50개 컬러의 화려한 울 니트 아이템과 점잖은 테일러링까지 베네통의 화려한 역사를 보여주는 의상들이 무대를 채웠다. 퐁피두 센터에서 개최된 런어웨이 쇼는 이곳에서 열리고 있는 베네통의 역사 전시회와 함께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까지 베네통의 면면을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패션계에서 베네통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다시금 깨닫게 했다.
특유의 가족중심적 경영체제를 운영해온 베네통은 ‘가족의 가치’가 하나로 뭉치는 통합감과 빠른 결정을 가능케 하는 장점이 있다면서 시대가 패밀리 비즈니스로서 명맥을 이어온 베네통 특유의 경영 풍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2세대 들이 뛰어들면서 경영풍토에도 변화가 오고 있는데, 하바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골드만삭스에서 애널리스트로 활약했던 알레산드로가 조만간 사업계승자로, 베네통을 이끌 예정이다.
알레산드로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라벨의 전통을 갖고 있으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값싸고 트렌디한 여타 브랜드와 베네통의 태생적 차이라면서 대중의 감성과 품격을 통합시켜온 베네통의 디자인 이념과 Made in Italy 정신을 계속 유지해낼 생각임을 밝혔다.
그러나 대중의 취향이 시시각각 바뀌고 가격이 가장 큰 경쟁 이점으로 등장, 패스트 패션 체인을 비롯한 많은 어패럴 업체들이 값싼 노동력이 제공되는 제3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수익률을 높이고 있는 지금 made in Italy를 고집하는 것이 과연 현명할까?
이 같은 의문에 대해 알레산드로는 베네통은 기업의 윤리를 중시하기 때문에 단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비윤리적 노동환경과 품질저하’를 가져올 수 있는 제3국에 생산을 위탁하지는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현재 전 세계 120여개 국에 5천여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연간 25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베네통은 최근 전 인구의 절반 이상이 30세 미만인 이란에 2007년까지 10개 매장을 오픈하기로 결정, 어두운 중동 지역에 화사한 베네통의 컬러를 전파할 계획이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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