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냉정한 시선 속 “구조적 반등 보여야 생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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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억원(맨 왼쪽) 금융위원장이 국내 증시 동향 관련 정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법원이 시총(시가총액) 미달로 인한 한국거래소의 상폐(상장폐지) 절차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규제 외통수에 몰렸던 중소형 패션 상장사들이 가까스로 숨통을 트일 수 있게 됐다.
거래소가 법원 판단을 수용해 후속 상장폐지 절차를 잠정 유예함에 따라 시장에서는 "체질 개선을 위한 골든타임을 벌었다"는 기대감과, 낙인 효과 및 본업 침체 속 한계가 더 명확해졌다"는 신중론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 거래소 퇴출 규정 칼바람…관리종목 편입으로 내몰린 중소 패션사
최근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증시 체질 개선 및 부실기업 솎아내기 일환으로 시가총액 미달 및 동전주(1,000원 미만 주식) 퇴출 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중소형 패션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닥 시장 규정상 시가총액이 40일 연속 200억 원 미만에 머무를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일 이내에 기준(15일 연속 또는 30일 이상 200억 원 이상 유지)을 충족하지 못하면 곧바로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스닥 상장사인 ‘패션플랫폼’의 경우 시가총액 요건 미달로 지난 8월 관리종목에 지정되며 퇴출 위기에 직면한 바 있다. 이외 한세엠케이, 인디에프 등 장기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으로 1,000원 안팎의 저가주 수권에 머물러 있는 다수의 패션 상장사들이 시총 경계선에 걸려 상시적인 퇴출 압박을 받아왔다. 내수 위축과 중국 C커머스(알리·테무 등)의 저가 공세가 가속화되면서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거래대금이 줄어들고 주가가 가라앉는 악순환이 이어진 여파다.
◇ 법원 가처분 인용에 상폐 유예…”자구책 마련 시간 확보”
그러나 최근 상장폐지 결정에 불복해 제기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고 거래소가 후속 절차 유예 결정을 내리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당장 정리매매나 거래정지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면하게 된 셈이다.
일단 업계에서는 이번 유예 조치를 반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무차별적인 시총 기준 퇴출 위험에서 벗어나 주가 부양 및 재무구조 개선을 도모할 실질적인 '재정비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소비 심리 악화와 증시 유동성 경색이 맞물린 상황에서 단기적인 시총 미달만으로 퇴출 수순을 밟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이번 유예를 계기로 비효율 브랜드 정리, 무상감자 및 자사주 매입·소각, 외부 투자 유치 등 주가 정상화를 위한 자구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 것”이라고 안도했다.
◇ ‘관리종목’ 낙인과 내수 침체는 과제…”구조적 체질 개선이 기사회생 관건”
하지만 증권가와 시장 전문가들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이번 법원의 가처분 인용이 단지 '상장폐지 절차의 유예'일 뿐, '관리종목 지정' 자체를 해제해 준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우선 관리종목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는 한 신규 자금 조달(CB·BW 발행 등)이 제약되고,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끊기는 '낙인효과'를 피하기 어렵다. 또한 거래소가 법원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 등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시총 요건 외에도 영업적자 누적에 따른 적격성 실질심사나 동전주 퇴출 트랙 등 타 규제 기준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본업에서의 실적 개선 없이는 주가 부양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수 패션 시장의 성장세가 정체된 상황에서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 단순한 주주환원책이나 단기 수급 이벤트만으로 시총 기준을 지속해서 상회하기란 만만치 않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벌어둔 유예기간 동안 보유 브랜드의 리포지셔닝, 해외 진출을 통한 수익성 다변화, 과감한 구조조정을 이뤄내는 기업만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순히 법원의 유예 결정에 기대어 자구 노력을 미루는 기업은 유예기간 종료 후 더 가혹한 퇴출 수순을 밟게 될 수도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우현 기자
whk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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