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강 넘어선 월드컵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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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8 오전 10:31:55


남자들의 거친 몸싸움과 흑백으로 갈라지는 승패를 본질로 하는 월드컵이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적 축제로 자리잡은 듯하다. 다른 나라도 그렇긴 하겠지만 한국에서 월드컵은 최소한 게임에 임하는 선수만이 주인공인 그런 이벤트를 훨씬 넘어섰다. 2002년부터 세계의 주목을 끌어온 우리의 응원문화는 사실 선수들을 응원하는 목적에 한정되기 보다는 국민이 주인공으로 참여하여 자기를 표현하고 즐기는,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우리만의 축제로 자리잡았다. 저마다 튀는 패션과 승리를 빌미로(?) 밤새 거리를 돌아다니며 노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대로를 막고 남의 자동차나 버스에 올라가서 발을 구르고 고함지른다거나, 밤새 정신 나간 사람처럼 단체로 뛰어다니며 노래를 불러도 공권력의 제재를 받거나 주변으로부터 아무런 비난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 평소라면 가당한 일인가? 월드컵은 그야 말로 무슨 짓(범법행위는 빼고)을 해도 웃음으로 용서받는 축제이다. 우리국민들은 이런 무법지대의 자유를 월드컵을 빌미로 즐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선수들이 이기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월드컵은 충분히 의미 있는 축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축제를 더욱 빛내는 것은 응원패션이다. 월드컵은 국가대항전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나라의 국민들은 자신의 나라를 상징하는 이미지나 색으로 무장하여 단결된 힘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서포터들의 통일된 이미지들이 경합하는 모습들은 또 하나의 월드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격렬하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국가의 강렬한 인상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옷에서부터 응원도구까지 일사불란하게 통일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붉은 셔츠처럼…. 그런데 2002년부터 우리는 거리 응원을 서포터들의 일사불란하고 강렬한 통일감을 연출하는 데에서 넘어서서 자기의 개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는 특징이 두드러진다.


통일감과 개성의 표현은 분명 모순이다. 하지만 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붉은 악마들은 이런 모순을 너무나 자연스럽고 창의력 있게 해결하고 있다. 붉은 셔츠라는 강렬한 이미지를 손상하지 않으면서도, 남과 다른 자신만의 개성을 마치 경합이라도 하는 듯이 갖가지 연출로 자신을 뽐내고 있다. 2004년에도 그랬지만 2006년은 자신의 표현이 보다 대담해졌고, 다양해졌다는 것이 눈에 두드러졌다.


 사실 개인의 창의력은 집단 창작력을 따라가기 어렵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패션 디자이너라고 하더라도 수백만을 오가는 사람들의 창조적인 시도를 따라가기는 어려운 것이다. 거리에서 만나게 되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하나같지 않은 패션들은 모두가 전문 패션디자이너에 육박하는 세련됨과 새로운 옷 입기를 제안해주는 것이었다. 빨간색 셔츠를 이리저리 자르고 이어 붙여서 같은 옷이지만 완전히 다른,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옷을 연출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며, 남들과 같은 빨간 셔츠를 입기 싫어서 같은 색의 탱크탑으로 섹시함과 개성을 표현한 사람들도 많았다. 거기에 태극기를 응용한 다양한 매치들, 바디 페인팅을 패션과 결합하여 독창적인 개성을 연출한 사람들 등, 모두가 패션 디자이너들이 보더라도 울고 갈 정도로 뛰어난 패션감각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제 한국도 일반인들의 감각과 옷 입기 수준이 전문적인 수준에 거의 육박해 있다는 것을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게다가 얄팍한 상업적 의도로 생동감을 잃은 월드컵 패션들 보다는 한 수 위의 전력(?)을 보여주었다. 이쯤 되면 패션 디자이너들이 긴장감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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