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과 예술의 만남. 왠지 ‘부조화의 조화’ 같은 장르 조합이다. 왜냐하면 상업성을 추구하는 패션은 예술적 가치를 추구하는 순수예술과는 태생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패션 디자이너에게 ‘옷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한다’라는 말은 일견 ‘장사되는 옷을 만들지 못한다’ 혹은 ‘패션에 소질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20세기 세계 패션사를 살펴보면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들은 항상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영감을 교류해 왔다. 특히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 패션으로 승화시킨 몬드리안 룩이 아직도 패션의 클래식으로 회자되고 있음은 이를 증명한다.
스승과 제자가 만들어낸 패션과 미술의 만남
패션과 미술의 만남을 꾸준히 작품으로 선보여온 한국 디자이너가 있다. 바로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 박동준이 그 주인공. 브랜드 「코코 박동준」을 이끌고 있는 그는 유화 중심의 미술을 패션으로 승화시킨 독특한 콘셉트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고 있다. 특히 스승인 정점식 화백의 그림을 모티프로 한 작품은 그에게 이브 생 로랑의 몬드리안 룩과 같은 존재다. 그는 10여 년 전 그림과 패션의 코퍼레이션 영감을 처음 가지게 해준 정점식 화백과의 만남을 재창조한 작품들을 25주년 패션쇼로 선보였다. 19세 때 처음 만났던 스승이 자신의 작품을 패션으로 만들어보라는 제안에 용기(?)가 나지 않아 10여 년이 걸렸다. 그는 세월의 흔적들 속에 담겨 있는 정 화백의 오묘한 추상 작업들과 기하학적인 면 분할들이 1960년대 복고풍과 어울리도록 디자인해 정 화백의 그림을 10년 전보다 더 품위 있고 멋스럽게 모던화시켜 스승을 기쁘게 했다.
대구의 패션 명소에 부상한 P&B 아트센터
지난 27일 박동준은 대구시 중구 대봉동 사옥에서 2006 봄·여름 살롱쇼를 열었다. ‘혼돈과 조화를 패션으로’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살롱쇼 역시 바람과 빗물의 조화를 다루는 작가 백경영 씨와 삶의 형태를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 요셉 보이스의 작품을 패션으로 옮겼다. 하지만 패션쇼보다 관객들을 더 매료시키는 것은 바로 쇼가 열린 P&B 아트센터였다. 지난 2004년 12월, “연극과 패션, 그림과 음악을 좋아하는 모든 분들의 사랑방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디자이너 박동준의 바람으로 시작된 P&B 아트센터는 현재 패션 아트 자료실, 패션 살롱, 갤러리, 소극장, 레스토랑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대구의 명소가 되었다. 30억원을 들여 대구시 중구 대봉동의 대백프라자 야외 주차장 맞은편에 문을 P&B 아트센터는 대지 120평에 지하 1층, 지상 6층의 연면적 400여 평 규모로 국내에서 디자이너가 자신의 매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지은 것은 디자이너 박동준이 유일하다. ‘제대로 된 문화공간을 짓기 위해 일본과 유럽의 화랑을 석달간 누비고 다녔다는 디자이너 박동준은 “이제 고객들이 매장에서 옷만 사던 시대는 갔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들이 옷을 산다는 것은 문화를 사는 것과 같다. 옷 한 벌을 사거나 맞춘 다음 전시회나 공연을 보고, 전망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살롱형 고객만족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아트센터가 현재 고객 위주로 운영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대구의 문화 중심지로 키우고 싶다고. 33년 된 디자이너의 관록을 강조하기 위해 특수 제작한 붉은 벽돌과 오래된 느낌을 주는 녹슨 철골 구조로 이루어진 크리스마스 양말 모양의 P&B 아트센터는 현대건축 김무권 씨가 전체 건축설계를 맡고 백신디자인연구소 김태경 씨가 실내디자인을 맡아 35년간 디자이너로 활동한 박동준 의 세계를 고스란히 담았다.
건물이 크리스마스 양말이라 불리는 이유
지하 1층은 연극 및 공연 전용 극장인 떼아뜨르 분도가 위치하고 있는데 음악회, 연극 공연, 세미나, 영화 관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게 될 100석 규모의 소극장이다. 이미 윤선화와 박정자의 오픈 기념 콘서트를 시작으로 장두이의 모노 드라마 <빨간 피터의 고백> 첫 공연으로 문을 연 소극장 떼아뜨르 분도는 서울 대학로에 있는 최고 공연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시설로 클래식 공연장이나 영화관으로 변신한다. 자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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