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앤더시티>로 패션 드라마라는 새 쟝르를 개척했던 미국방송가가 그 뒤를 이을 드라마 발굴에 몰두한 가운데 <위기의 주부들>이 패션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직까지는 캐리 브래드쇼를 대변한 트렌드세터가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돈 많고 할 일 없는 30대 주부들의 시선을 한 몸에 모으면서 드라마에 등장한 늘씬한 몸매의 미녀들의 의상이 인기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오프라 윈프리의 말처럼 ‘비현실적인 미모에 완벽한 몸매를 갖춘’ 주부를 소재로 내세운 드라마 속에는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제공한 의류가 등장했는데 디자이너 「알렉산더맥퀸」의 의상, 「프라다」 백이나 클래식한 모래시계형 테일러드 트위드 수트, 1960년대 풍 프린트 헤드 스카프가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주부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패션가에서 이들을 타겟으로 한 복고적인 디자인을 많이 내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프라다」를 비롯한 디자이너 하우스들은 히치 코크의 영화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이 즐겨 입었던 복고적인 수트는 물론 앨리스 밴드, 프린티드 셔츠 등을 컬렉션에 포함시켰고 니트카디건 같은 전통적인 주부 아이템도 캣워크 쇼에 등장하고 있다.
「이브생로랑」은 아예 노부인들이 즐겨 신던 로퍼를 번쩍이는 가죽과 플랫폼 밑창을 달아 모던하게 부활시켜, 스타일에 대한 욕구가 젊은 사람 못지 않는 주부들의 입맛을 맞추고 나설 정도.
주부들의 드라마 시청 파워가 아이템 매출에 연결되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디자이너들은 <위기의 주부들> 의상 디자이너 케이트 아데어에게 매 주 수백개의 아이템을 보내, 드라마에 등장시키려 애쓰고 있으며 여주인공 마르시아 크로스가 입고 등장한 「‘라뻬를라’」 레드 란제리는 품절 사태를 빚어 드라마의 패션파워를 입증했다. 여기에 모피코트, 진주 목걸이 등 고전적인 패션 아이템이 자주 등장하면서 이들 아이템의 매출도 늘고 있다고.
이 같은 현상은 주부에 대한 사회적 시각의 변화가 있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과거 주부는 전형적인 ‘엄마 스타일’을 고수했지만 현대 여성들은 결혼해서 납작한 신발 대신 하이힐과 트렌디한 청바지, 소녀적인 플리티드 스커트를 입는데 망설임이 없다. 따라서 캐리 브래드쇼를 통해 미혼 여성들을 패션계로 유인했던 T와 패션계 커넥션이 이제, 스타일 욕구에 가득찬 주부들의 공허함을 <위기의 주부들>을 통해 파고든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닐 듯하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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