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상은 크래쉬, 감독상은 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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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회 아카데미 시상식…동성애보다 인종문제에 관심

2006-03-13 오후 4:27:59



다인종 국가인 미국의 인종문제를 도발적인 시각으로 그린 폴 해기스 감독의 <크래쉬>가 제78회 아카데미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거머쥐었다. 또한 게이인 두 청년의 사랑을 다룬 <브로크백 마운틴>을 연출한 대만 출신의 리안 감독이 아카데미 78년 역사상 처음으로 동양인 수상자라는 기록을 세우며 감독상을 수상했다.


지난 6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진행된 제78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절묘한 안배의 묘미를 발휘했다. 8개 부문에 후보를 낸 리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을 비롯해 <크래쉬> <게이샤의 추억> <굿나잇 앤 굿럭> <뮌헨> <카포티> <앙코르> (원제 Walk the Line) 등이 5∼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지만 트로피를 3개 이상 가져간 작품은 없었다.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크래쉬>가 시나리오상과 편집상을, 감독상을 받은 <브로크백 마운틴>이 각색상과 음악상을 가져갔으며 이 밖에 <게이샤의 추억>이 촬영상·미술상·의상상을, <킹콩>은 음향상·음향효과상·시각효과상을 각각 수상해 3관왕을 차지한 영화가 4편이나 나왔다. 이에 비해 5∼6개 부문에 후보를 냈던 <뮌헨>과 <굿나잇 앤 굿럭>은 단 한 명의 수상자도 내지 못했다.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은 만년 조연(?)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영화 <키포티>로 생애 최초의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키포티>는 <티파니에서 아침을>로 유명한 작가 트루먼 카포티의 삶을 주제로 최근 미국 내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사형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작품. 호프먼은 이번 영화로 골든글로브와 LA비평가협회상, 미국배우조합상 등을 연이어 받아 일찌감치 그의 아카데미 수상을 점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호프먼은 <여인의 향기> <트위스터> <부기나이트> <매그놀리아> <리플리> 등 다양한 영화에서 평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강인한 인상을 남기는 연기를 펼쳐왔다.


여우주연상은 가수 조니 캐시의 삶을 그린 <앙코르>에서 실존 여가수 역을 맡았던 리즈 위더스푼에게 돌아갔다. 위더스푼은 주디 덴치, 샬리즈 시어런과 같은 쟁쟁한 여배우를 제치고 처음 후보로 지명되어 수상 영예까지 안으면서 전성기를 예고했다. 로맨틱 코미디 <금발이 너무해>로 스타덤에 오른 리즈 위더스푼은 지금껏 가벼운 영화에 출연해 왔다는 평을 받았지만 <앙코르>의 준 카터 역을 통해 골든글로브 뮤지컬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오스카마저 차지해 저력을 과시했다.


한편 남·여 조연상은 <시리아나>의 조지 클루니와 <충실한 정원사>의 레이첼 와이즈에게 각각 돌아갔다. 이들은 이미 지난 1월, 제6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남녀 조연상을 받아 수상이 예상됐다.


저예산 영화인 <크래쉬>가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해 이변을 낳았다면,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수상의 단골(?) <윌로스와 그로밋> 시리즈는 예상대로 수상해 영국으로 아카데미 트로피를 가져갔다. 공로상은 할리우드의 이단아(?)로 독특한 연출세계를 보여준 로버트 알트만 감독이 수상했으며, 외국어영화상은 남아프리카 개빈 후드 감독의 <초치>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 세계 영화계 최대 화두는 단연 ‘인디영화’였다. 동성애, 인종문제 등 미국 내에서 첨예한 정치·사회적 문제를 다룬 독립영화들이 두각을 보인 반면 소니, 20세기폭스, 워너브라더스 등 메이저 영화사 영화는 주요 수상명단에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지난 수년간 자국 내에서 흥행에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 블록버스터 역시 아카데미는 철저히 외면했다. 할리우드 주류인 블록버스터는 이제 기술로서만 인정받았다. <킹콩>이 수상한 음향편집상, 사운드믹싱상, 시각효과상이나 <게이샤의 추억>이 받은 의상상, 미술상, 촬영상 등이 그 좋은 예다. 지난 수년간 작품성과 흥행성을 놓고 고민에 빠졌던 아카데미가 동성애, 인종문제 등 그간 꺼려했던 비주류성

신수연 기자
ssy@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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