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라이프스타일 바람이 주택시장까지 확대됐다. 인테리어를 개조한 낡은 주택단지가 공실이 늘어난 골치덩어리에서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주택으로 급부상한 것.
일본에서 UR임대주택단지라고 하면 좁고 낡고 낙후된 시설의 1970년대 공영 아파트 단지가 연상된다. 그런데 최근 이 곳이 MUJI(무지 ‘무인양품’의줄임말) x UR프로젝트로 ‘젊은 세대들이 살고 싶은 집’으로 거듭나고 있어 주목된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12년부터 라이프스타일 전문업체인 ‘무인양품’의 그룹 관련사 무지네트(무지하우스)와UR도시기구* (일본주택공사)의 콜래보레이션으로 시작됐다.
재건축이 아닌 좁고 낡은 레이아웃과 낙후된 시설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인테리어만을 가미한 리노베이션으로, UR 임대주택단지의 이미지 쇄신과 함께 고령화된 주택 단지에 젊은 세대를 끌어 들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긴키지방(近畿地方)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동경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과 대형 도시까지 확산되고 있으며, 3년째를 맞은 올해는 지난 1월부터 동경, 사이타마, 치바, 나고야, 고베 등 대형주택단지의 리노베이션을 시작해 6단지 모두 115 곳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아울러 MUJI×UR 프로젝트는 조립주방과 반투명 미닫이 등의 아이템을 공동 개발해 선보였다. 조립주방은 벽부착형 식탁 카운터가 구비되어 식탁 밑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또 반투명 미닫이는 압박감이 없는 반투명의 미닫이를 사용해 자유로운 공간 활용과 채광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올해부터는 삼베 다다미와 조립 주방 등 두 가지 아이템을 ‘무인양품’ 유라쿠쵸점, 마루이 긴시쵸점, 그랑프론트 오사카점에서 전시·판매하고 있으며, 인테리어 전문 코디네이터의 무료 상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MUJI x UR 도쿄 다카시마 다이라단지 |
MUJIxUR 공동개발품인 조립주방 |
◇ 고령화로 인한 공실 증가→모집 경쟁률 높은 주택단지로
UR도시기구가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것은 주택 단지에 거주하던 세대들의 노년화 현상으로 빈집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UR이 관리하고 있는 임대주택단지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실버세대 비율은 지난 2005년 20%에서 2010년 25%로 증가, 일본국세조사 실버 인구 증가율(20%→23%)보다 높다.
또한 이러한 임대주택단지는 1960년대부터 80년대에 세워져 엘리베이터가 없는 단지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거동이 불편한 실버세대들의 이주가 늘어나는 반면 좁고 시대에 뒤떨어진 내부 구조와 낡은 시설 때문에 젊은 세대들이 입주를 기피하자 공실문제가 본격화 되었다.
‘무인양품’의 그룹 무지네트(무지하우스)는 2003년 설립 후, 1000채 이상의 신축 주택과 주택 리노베이션을 진행하는 등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무지하우스 개발부의 한 임원은 “50년 전 일본주택공단이 설계한 주택단지가 기능을 중시한 합리적 공간이라는 점과 1980년대부터 ‘필요한 것을 필요한 형태로 제공한다’는 ‘무인양품’의 콘셉과 맞아떨어지면서 좋은 파트너 관계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2012년 MUJI x UR 오사카단지의 모집 경쟁율은 평균 5.7:1로 연령층은 30대가 중심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없지만 4층과 5층을 원하는 응모자가 많았으며, 월 임대료는 47㎡ 1LDK** 기준으로 5만4000엔 가량이었다. 2015년 1월 1LDK~2LDK*** 기준 월12만5000~15만엔으로 복비, 수수료, 갱신료, 보증인이 필요없어 일반 임대맨션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도쿄 나가와 야시오파크타운 |
사이타마 다케사토단지 |
◇ “리노베이션의 새로운 표준으로”
좁고 낡은 시설로 젊은 세대의 기피대상이었던 UR임대주택단지. 젊은 세대의 인기를 얻고 있는 ‘무인양품’과의 콜래보레이션이 임대주택단지 부활의 기폭제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전후(戰後) 일본인 삶의 터전을 만들어온UR도시기구이지만 노후화된 애물단지인 임대주택단지를 기존시설과 내부공간을 그대로 사용한 리노베이션을 통해 새로운 표준을 마련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30~40년 전의 건물이 재건축 없이 기존 구조를 그대로 살리면서 인테리어라는 소비방식만을 바꿔 어떻게 이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을지 사진을 통해 모델하우스를 둘러보자.
* UR도시기구는 고도경제성장기인 1955년 대도시에서 주택 공급을 위한 ‘일본주택공단’으로 설립된 뒤, ‘도시정리공단’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2004년 7월에 지금의 조직이 되었다. 관리 주택은 일본 전국 171단지, 모두 75만 세대로 지은지 30~50년 된 낙후된 주택이 많고, 임대 주택 공실률은 2013년도에 5%를 넘었다.
** 1LDK : 방1개와 거실, 주방, 식당이 구비된 구조
*** 2 LDK : 방2개와 거실, 주방, 식당이 구비된 구조
김숙이 일본 칼럼리스트
sooke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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