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이 사랑한 일본 두 거장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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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다카시 & 쿠사마 야요이 국내 첫 대규모 전시

2013-08-22 오후 5:14:47

무라카미 다카시전(삼성미술관 플라토 12월 8일까지) & 쿠사마 야요이전(대구미술관  11월 3일까지)


패션과 미술이 만나면 새로운 명품이 탄생된다. ‘아트 콜래보레이션’이다. ‘한정판’으로 제작되는 아트 콜래보레이션들은 각각 다른 아티스트와의 콜래보레이션으로 제품에 예술성을 더하기에 소장 가치를 증대시킨다. 그 대표적인 브랜드가 루이비통. 마침 서울 삼성미술관 플라토와 대구미술관에서 루이비통과 콜래보레이션한 두 명의 세계적인 일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와 쿠사마 야요이가 각각 12월 8일과 11월 3일까지 대형 전시를 갖고 있다. 그 현장으로 초대한다.


대표작 앞에서 포즈를 취한 무라카미 다카시. ⓒ 삼성미술관 플라토


◇ 무라카미 다카시전 -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전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은 매혹적이다. 귀엽고 앙증맞은 만화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전 출품작들은 미술품에 대해 ‘난해하다’ 혹은 ‘어렵다’는 고정 관념을 가진 이들에게 퍽 친근하게 다가온다.


무라카미 다카시가 아시아에서는 처음 연 회고전인 이 전시에는 회화, 조각, 사진, 비디오 등 그의 대표작 39점이 나와 있다. ‘미스터 도브’(Mr. DOB), ‘미스 코코’(Miss Ko²), ‘카이카이’ 등을 활용한 그림, 조각, 풍선, 벽지, 사진 등은 관람객을 매료시키고도 남음이 있다. 마침 방학을 맞은 학생들과 성인들이 평일 오후임에도 전시 관람을 와서 무라카미 다카시의 인기를 반증했다.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있는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전 관람객들. 임정국기자

무라카미 다카시는 일본의 대중문화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자신의 작품으로 도입해 세계적인 팝아티스트 반열에 오른 주인공이다. 일본식 네오-팝 사조인 ‘수퍼플랫(Super flat)’을 창시한 그는, 역사적으로는 앤디 워홀에 비견되기도 한다.


세계 미술계에서 비서구권 작가로 예외적인 큰 주목을 받는 그는 지난 20여년간 큰 관심과 비판을 동시에 받아왔다. 마치 거인 골리앗에 대적하려는 소년 다윗처럼, 그는 “거대한 미국을 비판하면서 비서구 예술가의 앞길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을 ‘폭발성’의 미술로 부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 세계의 실제 권력인 자본의 논리를 예술에도 그대로 적용해 예술을 기업의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예술기업론’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도발적인 그의 강경 발언 만큼 그의 작품은 메시지가 선명하고 사람들에게 작가의 존재를 강하게 각인시켰다.


‘수퍼플랫’은 1990년대에 출현한 일본의 네오-팝, 또는 ‘Po-Ku’(pop+ otaku)를 논리적으로 가다듬고 확장한 무라카미 다카시의 이론이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와 대중매체 시대를 기계적으로 반영한 미국식 팝아트와는 달리,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오타쿠’라는 특수집단의 정신과 내면 세계를 외재화해 서구 팝아트와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세계화의 영역에서 도드라질 수 있는 가장 일본다운 특성을 오타쿠의 하위문화에서 찾았다.


그리하여 역사와 현대, 고급과 하위의 문화가 교차하는 ‘수퍼플랫’의 이론을 구축한 것이다. 그 이론과 실천은 2000년 ‘수퍼플랫’, 2002년 ‘컬러리아주’, 2005년 ‘리틀보이’ 등 미국과 프랑스에서 개최한 수퍼플랫 전시 3부작을 통해 그를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의 ‘수퍼플랫’ 담론은 일본문화의 즉각적인 시각 효과나 자본주의 대중사회의 표피적인 반영을 넘어 동시대 사회의 본질적인 문화 현상과 감춰진 욕망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다.

‘미스 코코-사토에리’ 2004. 일본 유명 레스토랑 웨이트리스 복장을 한 미소녀 피겨의 회화 버전. 임정국기자



전시 제목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는 루이스 캐롤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패러디한 제목이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분열돼 가는 현대의 사회적 모습을 ‘수퍼플랫 원더랜드’로 지칭하고 있다. 여기서 수퍼플랫은 ‘초평면’(超平面)으로 ‘모든 것을 평편하게 만든다’는 의미다.


전시 개막을 위해 한국을 찾은 무라카미 다카시는 “‘수퍼플랫’이 뜻하는 납작하고 평편하다는 의미는 깊이 없는 경박한 현대 문화를 말하기 위해 선택한 용어”라면서 특히 일본문화의 일부 나쁜 부분을 꼬집기 위한 뜻이었다고 밝혔다.


밝고 경쾌한 만화적 이미지와 풍선, 커텐 등 친근한 소재를 활용한 조각 등은 예술이 편안하고 재미있고 유쾌한 대상임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업이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은 고가로 판매된다. 2008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나의 외로운 카우보이’가 1500만 달러(약 170억원)에 판매됐을 정도다. 2001년는 ‘카이카이 키키’사를 설립하고 자신의 작업을 모티브로 한 아트상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것은 물론 영화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루이비통과는 2002년 협업해 자신의 캐릭터가 가미된 가방을 생산하며 수익을 올렸다.

◇ 쿠사마 야요이 개인전 - ‘어 드림 아이 드림드(A Dream I Dreamed)’ 

Great giantic pumpkin 2013. ⓒ 대구미술관

마음의 병에서부터 비롯된 예술이 이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현대미술이 됐다.


작업실과 병원을 오가며 생활하는 올해 84세의 쿠사마 야요이. 루비통의 물방울 컬렉션을 콜래보레이션한 그는 미술, 영화, 패션디자인, 문학 등 여러 장르와 매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여전히 역동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전시명 ‘어 드림 아이 드림드(A Dream I Dreamed)’처럼 쿠사마의 핵심 주제는 단 한 가지, 무한한 점이다.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로 펼쳐냈다. 쿠사마는 강박 장애와 환각이라는 개인적인 경험을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예술 세계를 창조해냈다. 새하얀 방을 점으로 가득 채운 작품은 온 세상이 점으로 뒤덮였던 환각의 경험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거울과 전구로 채워진 ‘무한 거울방(Infinity Mirrored Room)’은 시각적 경험의 극치라 부를만 하다.

흰 방을 형형색색의 점으로 가득 채운 설치 작품. 캔버스에 점을 그리다 보니 어느새 점이 사방을 뒤덮은 것처럼 보였다는 쿠사마 야요이의 환각을 시각화한 것이다. 대구미술관에서 첫 선을 보인 신작 ‘With All My Love for the Tulips, I Pray Forever’ ⓒ 대구미술관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예술에 감동해 준다면 행복할 것 같다”는 쿠사마 야요이는 오늘도 도쿄 신주쿠의 작업실에서 물방울을 그리는데 여념이 없다. 정신병을 극복하기 위해 한평생 그림만 그려온 작가 답게 “죽는 순간까지도 붓을 놓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가 그를 살아있게 만드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2001년 쿠사마 야요이는 한 인터뷰에서 “캔버스에 점과 그물망을 메우고 있었는데 붓이 저도 모르게 화폭 밖으로 나가더니 테이블로, 방바닥으로, 방 전체로 옮겨 갔습니다. 깜짝 놀라 손을 보니 거기에도 온통 붉은 점들이 붙어 있었고, 지우려 할수록 점점 증식해 내 몸을 묻어버리고 말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쿠사마는 구급차를 불렀고 ‘신체에 아무런 이상이 없으며 문제가 있는 것은 정신 상태’라는 판정을 받았다. 무한한 점들이 환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후 쿠사마의 점은 캔버스에 머물지 않고 조각으로, 설치로, 해프닝으로 확장됐다. 방안 전체와 자신의 몸까지 점으로 메웠다. 미국에서 일본으로 돌아온 쿠사마 야요이는 1977년부터 자발적으로 정신병원 치료를 받으며 작품 활동을 했다. 강박장애 치료와 작업을 병행한 지도 벌써 35년이 넘었다.


대구미술관이 기획한 쿠사마 야요이 전시는 이후 상하이, 마카오, 타이페이, 뉴델리 등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무한 거울방(Infinity Mirrored Room)’ 내부의 모습. 전구 색상이 시시각각으로 바뀐다 ⓒ 대구미술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 설치된 방에서 즐거워 하는 관람객들. 1달만에 10만명을 넘어섰다. ⓒ 대구미술관

 



이화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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