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한∙중 양국이 본격적인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산에 밀리는 국내 섬유·패션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섬유 수출 업체나 중국에서 소싱하는 패션 업체의 경우 일부 수혜가 예상되지만 전반적인 내수 패션 시장과 생산 기반의 붕괴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정작 안방을 내주고 남의 방을 기웃거리는 형국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다.
일부 수출·소싱 유리하지만 내수·생산기반 붕괴 불 보듯
정부·섬산련·패션協, TF팀 구성 중장기 대책 마련 시급
한국섬유산업연합회(회장 노희찬)는 “한-중 FTA 체결 시 수출보다는 수입 증가 효과가 훨씬 클 것으로 예상돼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향후 FTA협상 시 섬유·패션 분야를 농업에 준하는 민감 품목으로 분류해 적극적인 보호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면서 “이미 2000년대 초반 중국에 주도권을 뺏긴 국내 섬유·패션 업계는 중국에 국내 시장을 개방할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더욱 밀려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중국 섬유 수입 의존도가 이미 50%를 넘어섰기 때문에 한-중 FTA가 발효되면 저가의 중국산 섬유 제품이 국내 내수 시장과 생산 기반을 흔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섬산련은 한-중FTA로 양국 간 섬유?패션 산업의 전면적인 관세 철폐 시 대중 섬유 수출은 2억 달러 미만 증가하는 반면 수입은 약 6억 달러 수준으로 늘어나 무역 적자폭이 해마다 4억 달러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중 섬유 수입 의존도는 52%에 이르고 있다.
우선 섬유 수출 업계의 경우 중국 내수 시장 진출이 다소 용이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관세 면제 만으로는 가격 격차가 큰 중국산과의 경쟁에서 밀린다면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또 국내 업체가 운영하는 중국 현지 봉제 공장에 원자재인 원단을 공급해 의류를 만들어 해외로 재수출하는 경우에도 수출로 간주되고 있어 이럴 경우 이미 관세 환급을 받아왔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면 효과는 더 줄어들 공산이 크다. 국내에서 직접 봉제하는 의류 비중이 낮은 의류 수출 업계는 중국에서 봉제를 거쳐 해외로 수출할 때 국내산 원자재를 사용해도 관세 환급을 받아왔기 때문에 실질적인 효과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특히 중국 현지에서 생산해 현지 내수 시장에서 판매해 온 업체는 한-중 FTA 효과가 전혀 없다.
또 패션 업계가 중국에서 의류를 봉제해 국내에 반입할 경우 소싱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업체가 현지 생산 의류 제품으로 국내에 직진출하는 경우 현재에도 가격 경쟁력이 앞서는데 관세가 철폐될 경우에는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외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한-EU, 한-미 FTA에 이은 한- 중 FTA 발효를 계기로 중국에서 의류를 생산해 국내 시장에 반입하는 경우 국내 패션 업계가 치명상을 입을 것이 우려된다. 뛰어난 브랜드 가치에 관세 면제 혜택으로 가격 경쟁력마저 강화된다면 국내 패션 업계는 경쟁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원사·직물 생산 업체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 수요를 대부분 중국 생산 업체들에게 빼앗길 것으로 보여 해외 수출만으로 유지할 수 없을 경우에는 자칫 도산할 우려마저 있다. 특히 동대문 시장 등에서 관세를 회피한 중국산 의류 제품 때문에 이미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 앞으로는 합법적으로 관세 없이 들어오기 때문에 국내 봉제에 의존하는 점포들은 경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원사나 원단 생산 업체들이 강력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패션 업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섬산련과 유관 단체들이 나서서 전문가 풀을 구성해 세미나와 설명회를 통해 실상을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섬유?패션 업계가 한 목소리로 반대해 한-중 FTA를 저지하거나, 섬유?패션 분야가 민감 품목으로 분류될 수 있도록 시간을 버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즉각 관련 부처나 단체들이 한-중 FTA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국내 섬유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장기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관련 업계 스스로는 한-중 FTA 지진으로 엄청난 쓰나미가 몰려올 것에 대비해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노력하는 한편 차별화 제품 개발을 확대하고 한류를 활용해 중국 내수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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