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미국 패션가 침공이 만만찮다. 은은하고 섹시하고 이국적인 느낌의 기모노는 이미 근대부터 유럽에 전파되어 화장복으로 발전했고, 특유의 자유롭고 독특한 패션 감각은 이세이 미야케, 요지 야마모토, 준야 와타나베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데 한몫 했다. 게다가 막강한 자본을 가진 일본 기업들이 미국 영화사 및 방송매체 등을 인수하면서 일본 문화는 그 이국적 분위기와 독특한 감각으로 미국인들의 생활 속에 흡수되고 있으며, 올 12월 영화 <게이샤의 추억> 개봉을 맞아 일본 패션에 대한 패션계 내외의 관심이 더욱 증폭되는 상황이다.
게이샤에 대한 환상
어찌 보면 기묘하게 느껴질 정도의 일본 패션에 대한 서구인의 관심은 일본 전통의 기생, 게이샤에서 비롯된다. ‘남성 모시는 법’을 어린 시절부터 배워 탄생된다는 독특한 게이샤의 콘셉트와 온몸을 가리는 긴 가운 같은 디자인이지만 걸을 때마다 강조되는 실루엣, 고급스런 실크와 대담한 프린트 혹은 자수가 만들어내는 기품 있는 섹시함이 활동미 혹은 ‘드러냄’을 기본으로 하는 서양 패션에서 찾기 힘든 독특한 매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일본 젊은이들 특유의 제한없는 믹스&매치 의식, 소녀와 여성, 숙녀와 창부의 이미지를 뒤섞은 듯한 아방가르드한 스타일이 획일화되어 가는 패션 스타일에 답답해하는 미국의 젊은 층에게 어필하고 있어, 정통 니폰 스타일은 물론 모던 니폰 스타일까지 미국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물론 여기에 일본 만화와 영화에 심취하고, 문화적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로서 왕성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일본에 대한 서양인들의 실리적 관심도 한몫 한 것이 사실. 특유의 글래머러스한 패션 감각으로 자신의 라벨까지 런칭한 그웬 스테파니는 이름부터 일본 느낌이 물씬 나는 ‘하라주쿠 러버스(Harajuku Lovers)’ 라인을 런칭했는데, 하라주쿠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일본 젊은 층의 감각적인 스타일을 미국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라고 한다. 당연히 타겟은 독특한 스타일을 찾는 젊은 층.
어떻게 보면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을 휩쓰는 일본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나 더 나아가 헬로키티, 초밥, 가라오케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일본 패션 또한 단순히 이국적인 것에서 벗어나 친숙한 어떤 것으로 변모하는 시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디자이너를 위한 영감의 원천
늘 새로운 디자인 영감에 목말라하는 디자이너들에게도 일본은 매력적인 아이디어 창고 역할을 한다. 올 가을 시즌, 디자이너 엠마누엘 웅가로는 기모노 버슬 새시가 돋보이는 언컨스트럭티드 재킷을 선보였고, 크리스찬 라크로와는 기모노에 자주 등장하는 벚꽃 프린트를 스커트 디자인에 넣어 이국적이고 화려한 멋을 더했다.
환경친화적 패션을 부르짖는 이미테이션 오브 크라이스트(Imitation of Christ)는 와이드 슬리브와 오비 새시 벨트가 달린 미니 드레스 풍 기모노를 통해 감각적인 이미지를 전달했다. 또한 콜 한(Cole Haan)은 빈티지 재패니즈 실크 브로케이드로 뒤덮은 스텔레토 부츠를, 일본에서 상종가를 달리는 코치는 실크와 밍크 기모노 호보 백을 선보였다. 특히 미국의 주요 백화점인 바나나리퍼블릭은 실크 플로럴 기모노 새시 타이탑, 아시안 태슬네클리스, 퀼팅 게이샤 백, 새틴 기모노 드레스 등 영화 <게이샤의 추억> 특수를 노린 아이템을 출시하고 있다.
이 밖에 돌체&가바나, 존 갈리아노, 알렉산더 맥퀸, 스텔라 맥카트니 등 많은 디자이너들이 기모노를 변형한, 혹은 기모노의 프린트와 스타일을 재해석한 아이템을 내놓으며 일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H&M」 「자라」 등 트렌디한 하이스트리트 브랜드들도 기모노 풍 가운과 블라우스, 스웨터 등을 내놓으면서 기모노의 패션적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전파하는 데 열심이다.
더 나아가 미국에서 활약하는 아유무사 가와라는 벚꽃을 형상화한 크로셰 플라워와 염색 전 묶거나 매듭을 지어 패브릭의 형태를 잡는 시보리 테크닉 등 일본적인 소재와 서구의 패션을 결합한 섹시한 레이어드 룩을 전파하고 있다. 일본 출신이든 아니든, 니폰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는 디자이너들은 섬세하고 우아한 아시안 예술과 건축, 문화는 쉽게 패션에 응용할 수 있고 스타일리시하고 심플하면서도 활동적이며 섹시하다는 공통적인 견해를 드러낸다.
여기에 스타일 트렌드를 앞서 이끄는 할리우드 스타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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