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패션위크’ 이대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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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패션업계 여망 외면…공정성·투명성 결여, 기획 단계부터 전문성 갖춘 기획조정위원회 절실

2008-10-24 오후 5:39:31

지난 18일부터 8일간 강남 일대에서 치러진 ‘서울패션위크’는 그동안 서울컬렉션만 개최돼온 것과는 달리 서울패션페어, 글로벌 포럼, 해외 패션교류 프로그램, 신진 디자이너 페스티벌 등 관련 행사를 복합적으로 구성하는 등 단순히 보여주는 쇼가 아닌 새롭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단순히 표면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서울을 ‘아시아 패션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주최측인 서울시의 높은 의지도 엿볼 수 있었다.
서울시는 이번 행사에 27억원이란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 경쟁력강화본부장이 직접 나서서 기자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패션 산업에 대한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
서울시의 이러한 정책방향에 대해 패션인들은 한결같이 반기고 있다. 서울시에서 패션 산업을 키우기 위해 발벗고 나선만큼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류문화의 중심인 서울의 이미지와 아시아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지닌 한국 패션을 접목시킨다면 새로운 산업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서울시와 패션인들의 의욕과 바램에 비해 이번 서울패션위크는 많은 부분에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가장 많이 지적된 부분은 바이어가 없다는 것이었다. 주최측에서는 13개국에서 100여명의 해외 유력 바이어와 프레스를 초청했다고 했지만, 정작 행사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여성복 디자이너는 “바이어 수준도 알 수 없었지만, 컬렉션이 진행되는 시간에 관광을 시켜줄 것 같으면 왜 비싼 돈을 치르고 초청했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바이어와 디자이너를 위한 만찬 리셉션도 도마 위에 올랐다. 주최측은 지난 20일 한강에서 호화스런 선상 파티를 가졌지만, 불과 다섯 시간 전에 대상 디자이너들에게 통보하는 바람에 주최측 관계자들만의 행사였다고 한다. 거액을 들여 초청한 해외 디자이너들의 자질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대학 교수는 “이왕 초청을 하려면 국내 디자이너들이 자극 받을 만한 능력을 따져봐야 한다. 일부 디자이너들은 의상도 제대로 준비 안 했을 뿐 아니라 ‘철 지난 재고’ 수준의 상품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첫 선을 보인 ‘서울패션페어’는 예산 낭비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복층으로 설치된 바이어 미팅룸과 전시장은 억대의 시설비가 투자된 만큼 ‘화려한 인테리어’를 자랑했지만, 정작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만했다. 50여개 기업들이 참가한 전시장은 더욱 심했다. 명확한 목적도 없이 급조된 공간에 ‘공짜’로 참가시킨 탓에 바이어도 셀러도 관심 없는 공간으로 전락했다.
이번 행사의 공동 주관사로 참여중인 패션협회 관계자는 “패션업계를 대표해 각종 회의에 참석하지만 대부분 일방적인 통보로 이뤄지기 때문에 ‘협의’ 할 여유가 없다. 이번부터 새로 도입된 평가기관 심사회의도 하루 전에 심사회의 일정을 전달받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모든 것이 형식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산은 크게 늘었지만 주최측에서 일방적으로 심사와 선정 작업을 촉박한 일정으로 진행함에 따라 ‘실력 있는’ 전문업체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배천범 이대 명예교수는 “패션 산업을 육성시키겠다는 서울시 정책에 대해서는 패션인들이모두 반기고 있다. 그러나 진행과정에 있어서는 보다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패션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획조정위원회를 만들어 서울시와 패션인들의 여망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획사 선정에서부터 디자이너, 평가기관 선정에 이르기까지 공정성과 투명성이 병행돼야 한다. 또 유력 바이어와 프레스 초청을 위해서는 최소 6개월 이전에는 행사 계획과 기획사 선정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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