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와 신용경색, 경기침체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패션기업들도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신용 경색과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여파로 최근 2개월래 내노라하는 중견 기업의 줄도산이 이어지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또 소비심리 냉각이 급격한 매출 저하로 이어지면서 우리도 일본식 장기 불황에 들어설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짐에 따라 기업 구조를 효율적으로 재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다(多)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가장 먼저 비효율 브랜드 정리에 나섰다. 불확실한 가능성만으로 투자를 계속했다가는 알짜 브랜드마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중단을 선언한 브랜드만해도, 메가마트의 「티바이트렌드뷰」 발렌타인의 「밀라숀」 리얼컴퍼니의 「이솝」 「레노마주니어」 에프엔에프의 「엘르 레이디」 등 5개에 이른다. 에프엔에프의 「엘르」는 런칭 3년째에 접어들었지만 과도한 경쟁으로 시장에서의 자리매김이 쉽지 않았고, 차라리 지금 정리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아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중단을 결정했다. 발렌타인도 올 봄 「닷엠」을 중단한 데 이어 최근에는 「밀라숀」의 사업철수를 선언했다. 지난해 봄 별도법인 모아I&C를 설립하고 의욕적인 전개를 했으나 그동안 안정적인 유통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부실 브랜드를 덜어내고 주력 브랜드인 「더블엠」 「러브캣」 등 피혁잡화 부문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한 인력 감축 등 조직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에도 안간힘이다.
최근 행텐코리아는 효율 경영의 일환으로 부서를 통합하고 인원 감축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효율 경영에 돌입했다. 「행텐」 「H&T」 「행텐키즈」 등 3개 브랜드 영업부서를 통합하고 유통 및 직매장은 원종호 본부장(「H&T」 총괄), 대리점과 영업 관리 파트는 전종성 본부장(「행텐키즈」 총괄) 체제로 조직을 개편했다. 이에 따라 전체 직원의 20%를 감축했으며 330여 개의 전체 유통망 중 10%에 해당하는 비효율 매장도 정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년 론칭을 준비하던 신규 캐주얼 브랜드도 보류한 상황이며 내년 초 홈쇼핑에서 단발적으로 판매하려던 「행텐키즈」도 환율과 소싱 단가 등의 문제로 진행을 중단한 상태다.
대표적인 캐주얼 전문업체 예신퍼슨스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 성인복 부서와 아동복 부서를 통합한 데 이어 지난 10월 초 20% 이상의 직원을 감축했다. 더베이직하우스는 올 상반기 160개이던 매장이 130개로 축소됨에 따라 해당 인력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인디에프가 도곡동 사옥을 매각해 현금 1000억원을 확보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한섬도 자회사 한섬피앤디 소유의 여의도 빌딩을 1350억원에 소유권을 넘기는 등 구조조정의 강도가 날이 갈수록 강해지는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패션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 단계이며 앞으로 더 강한 자구노력이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노사를 비롯 유통업체, 협력업체 등 모두의 상생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김정명, 장영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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