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캐주얼 브랜드를 전개하는 ‘A’ 업체는 가을 제품 생산으로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거래 업체에서 9월 5일 입고하기로 한 가을 오더를 뱉어냈기 때문이다. 15모델에 수량도 적지 않아 A사 상품기획실은 발칵 뒤집혔다. 여기저기 대안을 알아봤지만, 보름 만에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A사 거래처 관계자는 “납기가 45일이라지만 보름 남겨놓고 작지를 최종 컨펌하면 도저히 납기를 맞출 수 없다. 밤을 새워 공급하더라도 납기 클레임에, 판매부진을 이유로 마켓 클레임까지… 이후 행태가 뻔히 보이는데, 거기에 납품할 수는 없다”고 하소연했다.
본격적인 추동 납기를 앞두고 패션 기업과 협력 업체 간의 실갱이가 적지 않다.
판매가 원활하고 실적이 좋을 때는 다소 억울한 것이 있어도 넘어갔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엔 자칫 회사가 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더한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규모가 작고, 자금이 넉넉치 않은 중소 패션 업체는 물량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한 캐주얼 업체 구매팀장은 “중국發 악재를 실감하고 있다. 인건비 상승과 전력난, 환율 인상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물량 수급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
특히 클레임과 결제지연을 우려한 협력 업체의 중도 포기까지 나타나면서 지뢰밭을 걷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지나치게 많은 컨펌과 잦은 디자인 수정이 납기지연과 판매 기회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프로모션 업체는 “30일 동안 디자인 컨펌만 일곱 번 봤다. 그런데 마지막에 가서 사이즈 스펙을 바꿨다. 이유는 디자인실장이 새로 왔다는 것이다. 집어 던지고 나오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이미 발주한 원사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고스란히 납기 클레임에 걸렸다”고 강조했다.
중국발 악재로 제품 수급에 어려움이 많은 만큼 패션 업체에서도 상호 신뢰를 쌓기 위해 서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생산 협력 업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누구의 잘못이냐를 따지기 이전에 어떻게 하면 보다 좋은 제품을 제때에 시장에 출고해 매출을 올리느냐에 목적을 두고 서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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