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다바리 브랜드
장동건 : 내가 니 시다바리가?
유오성 : 니 죽고 싶나?
최근 〈친구〉라는 영화에서 나왔던 이 대사가 유행이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스토리를 다 들어서 돈 내고 영화관에서는 보지 않게 될 것 같다. 여하튼 〈친구〉는 〈쉬리〉 〈JSA〉 이후 우리나라 최고의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한다. 극중에 나오는 장동건은 유오성의 시다바리 역할은 하지 않았지만 시다바리를 면하고자 애쓰다가 결국 죽었다. 따라서 유오성의 ‘니 죽고싶나?’라는 대사는 장동건의 죽음을 암시하는 복선이다.
‘시다바리는 죽는다(?)’
어쩌면 말도 되지 않는 논리지만 통계학적으로 시다바리는 쉽게 죽는다. 홍콩 영화를 보면 시다바리들이 얼마나 허무하게 죽는지 알 수 있다. 홍콩 영화뿐만 아니라 주인공을 중심으로 짜여진 모든 영화가 시다바리들을 쉽게 죽여 버린다.
최근 시다바리 브랜드들의 무참한 죽음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안타깝다. 캐주얼, 여성, 스포츠 등의 전 분야에서 1등과 2등을 제외하고는 처참한 죽음을 맛보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1등과 상대적으로 비교해 본다면 절대 성장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매출이 올라가더라도 죽어 가는 브랜드가 있다. 이는 패션 리더층과 로열티가 높은 계층들이 자신과 이이덴티티를 동일시했던 브랜드를 버리고 다른 브랜드로 바꾸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이때 빠져나가는 고객 뒤로 새로운 소비자가 생기는데 시쳇말로 영양가 없는 고객들이다. 비록 당장의 매출에는 큰 변화가 없고 오히려 상승하기도 하지만, 목표했던 타겟이 사라진다는 것은 곧 브랜드의 자멸을 예언하는 것과 같다.
‘과연 앞으로 얼마나 생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받을 만한 브랜드가 몇몇 있지만 그들은 지금의 현실에 스스로 만족하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마지막 몸부림을 보고 있노라면 안타깝다. 그러나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런 현실에 대해서 아무런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불쌍한 것은 직원들인 것 같다. 아무 것도 모르는 채 브랜드와 함께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자구책으로 그들은 최근 유행하는 저가 마케팅을 주목하고 있다. IMF와 함께 시작된 ‘저가 정책’은 소비자의 구매형태와 스타일이 돼버려서 당분간은 대세일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우왕좌왕 따라가기만 한다면 주인공의 입김에 따라서 좌지우지 될 수 있는 시다바리와 같은 들러리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시다바리는 언젠가 죽기 때문이다.
저가 정책이 능사가 아니다
코틀러는 시장확보를 위한 마케팅 정책으로 1) 저가 정책 2) 니치 시장 발견 3) 차별화를 들고 있다. 이 3가지의 마케팅 전략 중에 가장 쉽고, 가장 어렵고, 가장 허무하게 시장에서 밀려나올 수 있는 정책이 바로 ‘저가 정책’이다. 반면 니치 시장 발견과 차별화는 좀처럼 밀리지 않는 전략이다. 이 3가지 전략을 동시에 사용한다면 시장을 평정하는 최고의 브랜드가 될 수 있지만 이 3가지를 혼합해서 ‘금’이 되는 연금술을 쓰는 브랜드는 아직까지 본적이 없다. 그러나 명함에 마케터라는 단어가 찍힌 사람이라면 이 3가지 전략의 완성을 목표로 마케팅을 구사해야 한다. 패션의 경우 세번째 전략인 ‘차별화’를 시키지 못하면 십중팔구 시다바리 브랜드가 된다.
한국 사람은 트렌드에 민감하다. 그래서 노래방, 게임방, 단란주점, PC방이 잘 된다고 하면 모두 이를 따라서 삽시간에 업종 변경을 한다. 최근에는 한집 건너 하나 꼴로 PC방이 있다.
현재 한국 패션 시장의 트렌드는 ‘유니크로 배우기’다. 너도 나도 유니크로를 배우려고 한다. 하지만 유니크로도 한국 사람들의 속성에 기반을 둔 사회 트렌드인 것 같다. 유니크로 열풍으로 모두 한 몫 단단히 잡고자 열심히 유니크로를 보고, 베끼고, 벤치 마킹하고, 그리고 적용하려고 한다. 이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치명적 오류를 일으켜 브랜드 전체가 다운될 수도 있다. 예전에 지오다노를 베끼려고 수많은 브랜드들이 흉내를 냈다가 어설프게 끝난 것처럼 이번 열풍도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니크로를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브랜드 마케팅 상황, 일본의 시장 상황, 유니크로 마케팅의 전략에 관한 포괄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 단지 사람이 바글바글 거리는 유니크로만 보고 와서 ‘저거다’라고 판단, 그대로 베낀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이곳은 일본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시대의 히트 상품은 시대가 만든다. 유니크로처럼 하면 어느 정도는 확실한 매출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매출 뒤에 숨어 있는 재고와 자본 잠식, 그리고 눈에 보이는 적자폭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저가 브랜드는 경쟁 브랜드와 싸운다”
“브랜드는
권 민 기자
km@fashioninsigh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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