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5월30일 진념 경제부총리와 경제 단체장외 경제관련 자문위원 34명과 함께 열린 ‘산업 경제력 강화 회의’에서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정부 4대 개혁의 어려움을 시사한 적이 있다. 정말로 개혁보다 혁명이 더 쉽다. 왜냐하면 혁명은 윈도우 프로그램 깔듯이 예전에 있던 것을 몽땅 밀어버리고 새롭게 깔면 되지만, 개혁은 기존의 도스 체제에서 윈도우를 연동하는 것처럼 두개의 상이한 구조가 같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경에도 ‘새 술은 새 주머니에’라는 말이 있나 보다.
패션에 있어서는 포지셔닝보다 리포지셔닝이 더 어렵다. 직관적으로 그 수치를 말한다면 10배 정도는 더 어려운 것 같다. 예전에도 리포지셔닝에 관한 연재를 통해 그 어려움에 대해 이미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면 왜 개혁과 리포지셔닝이 어려운 것일까? 아마도 작용과 반작용이 동일하게 작용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혁명과 포지셔닝의 성공은 외부의 힘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가장 손쉽게 뒤집어엎는 방법은 ‘대의명분’을 세워서 외부세력을 동조시키는 것이다. 즉 혁명은 민심을 이용하면 성공율이 높고, 혁명과 같은 신규 포지셔닝은 시장과 트렌드를 이용하면 된다. 일단 엎어버리고 흐름에 따라서 일을 진행하면 모든 것을 순조롭게 진행시킬 수 있다. 왕건의 혁명도 이와 같지 않은가? 그러나 개혁과 리포지셔닝의 성공 요인은 ‘밖’이 아니라 ‘안’에 있기 때문에 어렵다. 안에 있는 저항 세력, 안티 세력, 비동조 세력, 무관심 세력 등은 자신의 기득권과 현 상태의 유지를 위해서 잔인할 정도로 개혁과 리포지셔닝을 차단한다. 그래서 지도자 또는 개혁층의 실수나 일시적 실패는 보수 세력의 즉각적인 반격의 명분으로 작용해 개혁과 리포지셔닝의 실패를 낳는다.
최근 80년대 브랜드들이 전략적 선택에 대해 매우 신중을 기하고 있다. 그들은 지금 개혁과 혁명, 그리고 뉴포지셔닝과 리포지셔닝 가운데에서 갈등을 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그들은 이제 혁명의 깃발을 들어야 한다.
속편 딜레마
최근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이 나와서 많은 사람들에게 변화의 중요성을 알려줬다. 저자가 치즈를 옮기고 나서 전 세계적으로 챙긴 돈은 아마 수백억원은 족히 되었을 것이다. 이 책의 인기가 너무나 선풍적이었기에 다른 사람이 ‘누가 내 치즈를 잘랐을까?’라는 비슷한 이름으로 내놓은 책은 별 인기를 얻지 못했다. ‘자른 것’은 ‘옮긴 것’만큼 충격적인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여하튼 이 책도 2탄 딜레마에 벗어나지 못하고 얼마 팔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속편이 전편보다 재미있었던 영화는 〈스타워즈 에피소드〉와 〈터미네이터2〉 그리고 〈에이리언2〉 정도에 불과했던 것 같다. 아니, 솔직히 〈에이리언2〉는 취소하고 싶다. 더 솔직히 말한다면 〈스타워즈 에피소드〉도 별로였다. 〈스타워즈〉가 십여년 지나서 최첨단의 장비를 동원, 한층 높은 차원으로 등장했지만 그것도 처음의 충격에 비한다면 그저 그랬다. 〈스타워즈〉가 처음 나왔을 때 선보였던 기사들의 전자 검은 이전의 SF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각인적 소품이었다. 그러나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 또 그 검을 보니 이미 몇 십년동안 다른 영화를 통해 눈이 높아진 내게는 더 이상 큰 흥미거리가 되지 못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는 나에게는 ‘향수’만 불러일으킨 영화였다. 반면 〈터미네이터2〉는 1편보다 좋았다. 구성과 내용전개는 1편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1편에 비해 긴장감이 더욱 컸다. 아마 적으로 출현하는 ‘납덩어리 캐릭터’가 스토리 전개를 팽팽하고 짜릿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만약 〈터미네이터2〉도 1편에서처럼 오직 장비에만 주력했다면 아마 그저 그런 영화로 보였을 것이다. 대부분의 후편들은 전편 스토리와의 개연성, 관객들이 이미 알고 있는 스토리에 대한 유추 해석, 1편 주연들의 충실도와 긴장성 등을 뛰어넘지 못하고 그저 그렇게 뭉개진다. 그러나 〈터미네이터2〉는 캐릭터의 선정과 주제의 전개면에서는 오히려 1편을 뛰어넘었던 영화라고 볼 수 있다. 1편에서 적으로 나왔던 터미네이터의 돌연한 반전, 죽여도 죽지 않는 괴물 로봇과의 결투가 스토리 자체를 재미있게 만들었다.
최악의 후편 영화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로보캅 시리즈’다. 2, 3편으로 가면서 영화는 마치 아이들 아침 드라마같이 되어갔고, 정말 분개할 정도로 유치해져 버렸다. 왜 감독은 점점 망가졌을까? (오늘 말하려는 ‘속편 마케팅’은 80년대 혹은 90년대 초에 런칭했던 패션 브랜드 마케터에게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다.) 감독과 개인적 친분이 전혀 없기에 그의 마음을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것은 그는 로보캅을 너무 사랑했다는 점이다. 특별한 이유는 잘 모르겠
권 민 기자
km@fashioninsight.com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