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 코리아에서 '최고급'의 무엇을 찾고 싶어한다면 다음 순간 분명 당황할 것이다. 최고급을 표방하는 수많은 상품들과 광고문구를 발견할 것이기 때문이다. 3만4500여개가 넘는 인터넷 사이트가 한결같이 '최고급'을 표방하고 있으며 최고급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수는 그 수배에서 수십 배를 넘길 것이다.
이탈리아의 리딩브랜드 아르마니는 지난해 주목할 만한 매출을 올렸으며 올 역시 강한 성장세를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부유층과 유명세를 가진 사람들은 전세계적인 경제의 어려움 따위는 여전히 영향을 받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아르마니는 지난 한해 2조리라 ( 한화로 약 1조 2100억원 가량) 의 매출을 올려 1999년에 비해 20% 가량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특히 향수, 화장품, 안경이나 시계와 같은 아르마니 상표를 붙인 비의류 상품이 두배 이상의 신장을 나타냈다고 한다. 아르마니는 최근 미국의 경기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올 해 20%- 25% 가량의 매출이 신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루이 비통, 크리스찬 디올, 셀린느, 겔랑, 헤네시코냑 등을 소유한 럭셔리 상품의 대표주자 LVMH (루이 뷔통-모에트 헤네시 Moet Hennessy Louis Vuitton)는 2000년 매출이 전년에 비해 35%나 늘었다. 올해 1/4분기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가 신장했다. 또 LVMH의 라이벌격인 구찌그룹은 지난해 더블신장을 기록했으며 구찌 브랜드로는 26%의 신장을 기록했다고 한다. 또 다른 럭셔리그룹인 불가리 역시 올 매출이 작년 대비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해고바람이 불고 개인수입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LVMH나 구찌, 아르마니와 같은 고급제품들을 파는 기업들의 신장이 멈출 줄 모르는 것은 왜일까?
분명한 것은 사람에게는 최고급 상품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고 사람들의 이 같은 욕망을 럭셔리 기업들이 잘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물품을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언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열등감이나 불만, 심리적인 불안감을 완벽한 물건(값비싼 최고의 물건)을 사는 것으로 해소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정신분석가들의 해석에 따르면 럭셔리 상품을 사는 사람들은 자신을 완벽한 최고의 물건을 가질 수 있는 사람으로 이상화 (Idealization)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럭셔리 상품을 통해 자신의 결점을 감추고 완벽한 최고의 것과 자신을 동일화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럭셔리 상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경제 불황기에는 실제로 자기가 갖고 싶어하는 물건보다 좀 더 싼 물건을 사고 이것을 통해 대리 만족을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메르세데츠 (Mercedes) 자동차를 살 수 없는 대신 로렉스 (Rolex) 시계와 새 양복을 사는 것으로 만족하는 식이다. 소비자들의 지출이 줄어들더라도 좀 더 적은 비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최고급 물건을 파는 회사들은 그 속에서도 호황을 누리는 것이다. 더구나 최고득층은 일반적으로 경기 불황에도 소득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소득이 늘어나는 경향도 있어 럭셔리 기업들을 즐겁게 한다. 보통 사람들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는 쵸코렛이나 극히 소수의 부유한 사람들만이 살 수 있는 페라리 (Ferrari)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가치가 느껴지는 브랜드와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럭셔리 기업들의 고민거리다.
스탠더드&푸어스의 분석가 마티자 저고렛(Matija Gergolet) 은 경기가 둔화되고 상품이 잘 팔리지 않는 국가에서도 (일본과 같은) 이같은 럭셔리 상품을 파는 회사들은 가격을 더 올리고 더 잘 팔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령 구찌(Gucci) 브랜드의 상품 25%가 일본 내에서 팔리고 미국이나 프랑스, 홍콩 등에서도 일본인들이 구찌 상표 상품의 25%를 산다고 하는 것을 보면 유럽의 럭셔리 브랜드에게 일본은 마치 금광과 같은 존재다. 물론 최근 일본 경기가 침체하고 있는 탓에 다소의 주춤함이 보일지는 모르지만 일본인들의 유럽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선망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또 한국 역시 IMF로 전체 국내 경기가 악화되었을 때 잠시 주춤했던 럭셔리 브랜드들이 IMF 체제이전의 매출상태를 더 뛰어넘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1999년과 2000년에 있었던 새로운 경기호황은 점차 시스템으로 걸러지고 가라앉고 있지만 럭셔리 브랜드의 상품을 사는 붐은 아직 가라앉고 있지 않다. 더구나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같은 호재로 세계경기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어 LVMH나 구찌, 불가리와 같은 같은 럭셔리 기업들의 더블신장 기대는 무리가 아니라는 것이 시장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럭셔리 브랜드의 세계에는 불황이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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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변정은 통신원
bje12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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