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분석의 함정
패션 마케팅에 있어서 기본적인 질문이겠지만 ‘패션 시장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패션 마케터의 고민이다. 만약 누군가 캐주얼 시장에 대해서 말해보라면 패션계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마치 정답을 외워서 말하는 것처럼 이지 캐주얼, 트래디셔널 캐주얼, 여성 캐릭터 캐주얼, 스포츠 캐주얼, 시티 캐주얼 등 전문용어를 구사하면서 멋있게(?) 구분 할 수 있다.
이렇게 시장을 정리한 다음에 4사 분면을 가진 도표에 자신의 브랜드와 경쟁 브랜드를 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임의적인 기준으로 나눈 시장을 보고 2003년 브랜드를 전개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발견했다는 생각을 가질 때, 커다란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이 함정을 보통 ‘전문가의 근시안으로 인한 함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자기 시력의 기준으로 시장을 세분화 및 판단하여 소비자의 욕구를 무시하여 엉뚱한 곳으로 가게 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전문가적 시장 구분으로 표현하는 가장 큰 오류 중 하나가 백화점 입점 혹은 백화점 조닝으로 인해서 발생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백화점의 임의적 층별 구분과 우리나라 캐주얼 시장 구분이 마치 문제와 답처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층별 시장 틀에서 브랜드가 나누어지면 어떤 결과가 생기는 것일까? 백화점의 조닝에 너무나 많은 신경을 써서 패션의 크리에이티브 상실을 초래하고 만다.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하거나 소비자의 욕구를 만들 수 있는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패션 브랜드는 항상 입점의 순위에 밀리게 된다. 때문에 보다 새로운 패션 실험정신은 판매율과 매출에 의해서 길들여지게 된다. 모두가 알다시피 패션 브랜드는 백화점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이로 인해 매출이 브랜드의 입퇴점의 기준이 되고, 매출 선착순 룰에 의해서 크리에이티브가 강한 브랜드들은 초기에는 자기 색깔을 갖다가 결국 매출형 브랜드로 길들여 진다. 조닝이라는 생존 경기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잘 팔리는 상품을 벤치마킹 하게되며 결국 예전의 조닝에 의해서 표준화가 되어버린다. 길어도 1년이 지나면 백화점 성적표라는 틀에 갇혀서 결국 이름 빼고는 모두 비슷비슷한 브랜드 경쟁 복제 현상이 일어난다.
생존 브랜드들은 최초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 막강한 마케팅 비용이 있는 브랜드, 라이센스 브랜드, 영업력이 우수한 브랜드 2~3개만을 남기고 도태되거나 들러리 브랜드가 되어서 옹색한 자리를 지키게 된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백화점 층별 관점에서 나누는 시장 구분은 자신의 위치를 혼란케 만드는 치명적 요소가 숨어 있다.
그러면 소비자는 시장을 어떻게 나누는가? 아주 간단하다. 폴로와 비슷한 브랜드, 멋있어 보이는 브랜드, 최근 이슈화 되는 브랜드, TV에서 자주 노출되는 브랜드, 내가 알고 있는 패션 리더들이 입는 브랜드, 길거리에서 옷을 잘입는 사람들이 입는 브랜드 등 이런 투박한 단어의 정의로 구분되어 진다. 아마도 패션계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표현에 대해서는 유치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표현을 전문가적 입장에서 선호도와 인지도라는 용어 를 가지고 소비자의 생각을 또 한번 굴절시키고 획일적으로 표현한다면 자기 함정에 빠지게 된다. 더 이상 시장의 본질을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것, 그것이 전문용어가 주는 근시안용 안경이다.
‘시장은 소비자의 마음에 있다’ 이것은 마케팅 개론에 있는 정의다. 하지만 패션 전문가는 소비자의 마음보다는 백화점 조닝(내신)과 판매율(수능점수)이라는 자기 함정에 빠져서 더 이상 마케팅을 하지 못하게 된다. 시장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의 선호 기준은 어떻게 나누어지는가? 그리고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감성은 무엇인가? 끝으로 우리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다른 브랜드와 비교해서 다른 차별점을 어떻게 매력 있게 전달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만 자기가 들어가야 할 시장을 보게 된다.
최근에는 자기 브랜드의 성격을 확실히 말하기 위해서 새로운 시장을 구분하며 출시하는 브랜드가 있다. 예를 들어 캐포츠(Caport : Character Sports Casual), 어번 프럭스 캐주얼(Urban Flux Casual), MCS형 캐주얼(Mega Culture Shop)등이 있다. 이들은 기존의 장르와 다르게, 기존의 시장과도 다르게 그리고 기존의 모습과도 다르게 런칭하는 브랜드이다. 대부분 이런 브랜드들은 최근 등장한 브랜드로서 아직 실험적인 측면이 있어 성공과 실패를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천편일률적인 기준과는 다른 방식으로 브랜드를 진화시키면서 새로운 소비자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패션 마케터는 2003년 신규 브랜드 런칭과 브랜드 리포지셔닝을 하기 위해 시장 조닝을 생각하기 전에 소비자들이 어떻게 시장을 나누는가에 대해서 먼저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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