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패션위크가 왜 이렇게 됐나?’
미국 매직쇼나 프랑스의 프레타포르테 전시회와 같은 형태의 패션수주전문전시회를 지향했던 서울패션위크가 본연의 취지를 잃어버리고 알맹이 없는 행사로 전락했다.
지난 21일부터 3일간 학여울 전시장에서 개최된 2003 춘계 서울패션위크의 한 쪽 전시관에는 슈페리어, 쌈지, 데무 등 유명 패션브랜드들의 상품 판매전이 열렸다. 썰렁한 부스 안에 놓여진 행거와 옷들은 마치 대형 체육관을 빌려 열리는 ‘창고 대 방출전’을 연상케 했다.
그곳에는 브랜드에 관심있는 바이어나 관람객은커녕, 옷을 구경하러온 일반 손님들의 발길도 뜸했다.
다른 한 쪽 전시관도 상황은 마찬가지. 섬유기계, 의류업체, 패션 정보사, 패션 학원, 잡지사, 대학교 등 다양한 업종들이 뒤섞여있는 전시관은 그 성격을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또 행사장은 부스를 지키고 있는 업체관계자들이 민망할 정도로 한산했다.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고 상담이 오가고 있는 부스는 한 두 개뿐, 썰렁히 비워진 부스도 여러 곳이었다.
행사에 참가한 한 업체 관계자는 “행사가 너무 허술하다. 무엇을 목적으로 한 행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 업계전문가는 “전시회의 취지는 패션 산업을 활성화하고 업체들을 육성하는데 한몫하는 것이다. 음지에서 활동하던 소규모 패션업체를 양지로 끌어올리고 바이어와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상품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전시회의 목적이다.
국내시장에 수주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전시회 기획이 어려운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행사는 정보를 제공하고 수주 성과를 내기보다는 부스를 채울 업체들을 유치하는데 급급한 듯하다.
참가한 업체들 또한 목적이 있어서라 아니라, 주최측과의 관계에 의해 끌려나온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패션전문수주전시회에서 ‘옷 장사판’이 벌어진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모라비안바젤컨설팅의 선원규 부사장은 “최근 일본 유력 백화점의 바이어들이 경쟁점과의 차별화를 위해 동대문시장을 찾고 있고 중국의 수주형 백화점인 팍슨(百姓)백화점이 중국 백화점 유통에서 세력을 얻어가고 있어 한국은 고가 패션의류의 새로운 소싱처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세계적인 유통변화 전망에 기초한 전시회 기획이 아쉽다고 말했다.
엄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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